‘거래 절벽’ 속 얼어붙은 中 대도시 주택 시장, 경기 침체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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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70개 주요 도시 중 67개 도시 기축주택 가격 1년 전보다 하락
난징·선양·충칭 등 2선 도시로도 침체 확산, 지방에선 인구 소멸 위기까지
올해도 부동산 시장 하락세 지속될 전망, 중국 경제 당분간 회복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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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70개 주요 도시 가운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기축 및 신축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도시에선 임대료가 치솟으며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고, 지방 도시에서는 인구 감소 문제 등으로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달하는 만큼, 올해 부동산 시장 둔화가 지속될 경우 중국 경제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마저 나온다.

中 4대 대도시 ‘주택 거래량’ 급감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전국 70개 주요 도시 가운데 67개 도시에서 기축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대도시의 기존 주택 가격이 1.0~1.5% 하락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신축주택 가격도 70개 도시 가운데 62개 도시에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2022년 말 기준으론 59개 도시에서 신축주택 가격 하락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국 70개 주요 도시의 기축과 신축주택이 모두 하락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실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선 매물 적체 현상과 거래량 급감으로 인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지난 10일 “타지역 부동산 시장이 하락장에 들어섰을 때도 견조했던 4대 대도시에서 임대료가 곤두박질을 치고,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며 “대도시 주택 임대료 하락으로 집주인이 쉽게 돈을 벌던 시대가 끝났다”고 지적했다. 실제 베이징의 지난해 말 기준 아파트 매물은 16만 채로, 2022년 말보다 약 100% 이상 늘었다.

주요 도시 주택 가격 하락 폭도 큰 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베이징 부동산중개업소 20여 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베이징 아파트 거래 가격은 단지에 따라 2021년 고점 대비 10~30% 하락했다. 중국경영보에 따르면 상하이 부촌으로 꼽히는 구베이(古北) 지역 고급 아파트단지도 고점 대비 10~17% 떨어졌으며, 선전에선 최고 시세 대비 반값으로 내려간 아파트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도시 주택 시장도 지속 내림세

대도시를 벗어난 지방 도시의 주택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청두·항저우·난징·선양·충칭 등 2선 도시(성의 수도인 성도)와 그보다 규모가 작은 3선 도시(성도 이하 도시)의 하락률은 각각 0.8%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초 1선 도시 집값이 소폭 회복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가격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2선 도시의 경우 신축 주택 가격도 같은 기간 0.5% 하락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중국 최대 부동산중개업소 중위안부동산 관계자는 “중국 동남부 푸젠성 일대 도시 중심부로부터 차량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아파트 단지 가격이 1년 동안 20% 이상 떨어졌다”며 “저장성 항저우 역시 푸젠성보다 하락폭은 낮지만 지난해 주택 가격이 15% 이상 하락한 뒤로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방 도시들의 인구 감소 문제도 향후 주택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줄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수요자의 구매력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이춘시와 치치하얼시는 인구 감소와 재정난을 겪으면서 2022년 12월부터 일선 행정조직 축소 개편에 나섰다. 이춘시의 2020년 기준 인구는 87만8,900명으로 10년 전보다 23% 감소했고, 치치하얼시의 인구는 같은 기간 24% 줄었다. 또 헤이룽장성의 경우 10년 새 646만 명의 인구가 감소하며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인구 유출이 가장 많았다.

더욱이 중국 인구는 2022년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현재 동북 3성 도시 가운데 인구 1,000만 명 이상 도시나 신일선 도시에 속하는 도시가 한 곳도 없으며, 주요 지방 정부에선 공무원 구조조정 바람마저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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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암울한 中 부동산 시장 전망

이렇다 보니 올해도 중국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 시스템 위기로 번질 거란 우려는 적다. 지난 2021년 헝다그룹 부도 사태 당시 당국의 대응으로 볼 때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충격과 위기를 막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수급 측면에서도 향후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기에 주택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낮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토지 구매 면적은 10% 줄었으며, 신규주택착공 건수도 3.6% 감소했다. 여기에 일부 대도시에선 중국 정부의 호적제도 개혁에 따라 인구마저 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둔화가 지속될 경우 중국 경제가 지속 침체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가 지난해 12월 국제 투자은행과 분석기관 전문가 2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4.6%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5.2%)보다 무려 0.5%p 내려간 수치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부동산의 GDP 견인 효과는 부동산과 그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24%에 달한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중국 경제는 경기순환적·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은 중국 전체 GDP의 좁게는 7%, 광의로 보면 1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70%에 이른다. 사실상 부동산으로 경제 규모를 키우고 있는 ‘부동산 공화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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