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론 환기용으로 꺼낸 독자 핵무장과 미국의 승인 문제

국민 70% 이상이 독자 핵무장 찬성 여론 보여 尹, 핵 개발에 대한 전략적 접근 및 여론 환기용으로 독자 핵무장론 던져 美 조야, 한국 핵무기 독자 개발에는 매우 부정적 시선 보내

pabii research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가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핵 개발과 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불신하고, 따라서 한반도 유사 상황 발생 시 미국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국민, 독자 핵무장 대거 찬성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대1 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조사해 30일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한지에 대해 76.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가 독자적 핵무장에 찬성하는 셈이다.

국민 여론이 그렇게 흘러가는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갖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7.6%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북한 비핵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셈이다.

유사시 미국의 핵 억지력 행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독자적 핵무장 여론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묻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1.3%,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8.7%로 2.6%P 차이를 보였다. 사실상 확정된 북핵 위기에 맞서기 위해 미국에 단순 의존만 할 수 없다는 여론이 국내에서 조성돼 있는 것이다.

尹의 자체 핵무장론 제시, 여론 환기 및 현실적 전략 마련 차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제시한 독자적 핵무장론은 이러한 여론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스테판 헤르쪼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과 로렌 수킨 런던 정경대 교수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기금’에 올린 에세이에서 “작년 대선 당시 대북 강경 노선에 대한 보수 진영의 열광적 반응을 관찰한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국내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들리는 소식들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이 자체 핵무장론을 꺼낸 배경에는 현실적인 전략적 고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실적 수단으로서 한·미 간 확장억제를 실효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대통령 말씀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안보라는 건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하고 (핵 보유 언급은) 북핵 위협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국군통수권자의 의지를 더 분명히 한 말씀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핵무장에 대한 현실적 고려의 깊이나 계획 역시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내부적으로 핵무기 조립 단계를 완성 직전까지 발전시켜 놓자”는 식의 주장도 내부 논의 과정에서 진지하게 거론됐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여론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도 다분히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언급된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여론을 인식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핵무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여론이 높기에, 핵무장론이 여론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임을 정부여당 차원에서 잘 주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당의 인식을 겨냥, 야권은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맹공격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 무능을 감추기 위한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말 폭탄’으로 국민 불안과 시장 혼란이 증폭됐다”고 강조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 또한 “대통령의 핵폭탄급 말폭탄으로 이제는 대통령 자체가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삼은 안보 포퓰리즘을 즉시 멈추라”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미국의 승인, 얻기 어렵다는 전망 나와

하지만 핵무장 과정에 대한 현실적 준비나 국내 여론의 지지보다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승인’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미국의 승인이 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2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에 모욕이 될 것”이라며 “미국을 동맹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여권 내부적으로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본격적으로 우방을 설득할 때가 왔다”며 “우리는 핵물질도 많이 보유하고 있고 핵개발 기술, 돈도 있다. 결심만 하면 단기간 내 북핵을 능가하는 탄두를 보유 할 수 있다”고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조야의 반응을 살펴보면, 설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23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사이에 핵 훈련 관련 논의가 오갔다는 발언에 대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단호히 선을 그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미국이 용인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는 핵무장을 하기 위해 NPT를 탈퇴하게 되면 관련 기술들을 관련국들이 한국에 절대 수출하지 않는 상황 등을 가정했다. 그러면서 CNN은 28.500명이나 되는 주한미군이야말로 미국의 핵 억지력을 보여주는 가장 큰 사인이라면서 이스라엘이 핵 보유를 했지만 그것이 이란 핵에 대한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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