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이 대기업 취직에 유리한 이유 (4)

3
pabii research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 하나와 학교 설립하는 이야기를 했다. 너 보나마나 엄청 어렵게 가르쳐서 애들 다 죽이려고 그러는거 아니냐고 그러길래, 나도 사실은 수학&통계학 엄청 강조하고 MSDS만 만들고 싶었는데, 수학 못하는 사람들도 배우고 싶어하는 걸 봐서 예비 과정인 MSDA 뿐만 아니라, 비전공자 대상으로 MBA in AI BigData도 만든다고 변명(?)을 했다.

이 친구는 고등교육 비관론자다.

S대 경제학 학부 해 봐야 인생에 도움되는거 없더라. 경영학과는 더 절망적이고, 어느 전공을 가건 학부 공부해봐야, S대가 이런데, 다른 학교는 더 심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당연하지만 학교에서 배운건 다 까먹었다.

나 역시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학부 졸업하던 당시에 박사 공부하는 쪽에 큰 뜻을 두지 않았었다.

물론 대학원 유학 생활을 거치면서 내 자식은 무조건 서구 방식으로 가르치고, 가능하면 높은 학위 과정을 다 경험시키고 싶게 됐다.

저 친구의 표현 중에, 국내의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하던 한 구절이 깊게 기억에 남아서 하나 공유해 본다.

부실한 교육 -> 부실한 인재 -> 부실한 인지 능력 -> 좋은 걸 못 알아보는 바보

이게 한국 교육의 악순환이란다.

그러면서 네가 좋은 교육 공급해봐야, 어차피 좋은 걸 못 알아보는 바보들만 그득한 시장이기 때문에, 그냥 시간 낭비만 할 것 같으니까 다른 일 찾던가, 지금도 안 늦었으니까 빨랑 한국 탈출해란다ㅋ

어차피 바보들은 국내의 명문대 학위증 받는거에 짜릿한 만족을 느끼지, 제대로 교육 받는 거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이런 바보들이 가득한 시장에서 왜 퀄리티로 고등 교육 사업을 하냔다. 그냥 학위증으로 장사해야지.

어느 명문대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라는 이야기의 다른 표현법이 아닐까 싶었다.

여기까지만보면 교육 왜 받냐, 대학원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잘 가르치면 학생이 안 오니까 이런걸 가르치는건가?)

1. 그럼 석사, 박사는 왜 하는데? – 레몬 시장 (Lemon market)

그럼 석사, 박사 학위는 왜 하는데? 그냥 학위 높다고 자랑할려고?

국가 조직, 기업 조직 같은 곳에서는 왜 높은 학위를 인정해주는데?

그냥 남들이 인정해줘라고 하니까?

애당초 학교는 왜 존재하는건데?

대학은 왜 가냐? 아니 고등학교는 왜 가는거지?

낫 놓고 ㄱ만 읽을 수 있도록 초등교육만 받으면 되는거 아님?

이상한 대학원 vs 정상적인 대학원 

이런 질문이 나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상한 대학원 졸업한 사람들이 정상적인 대학원에서 제대로 고급 교육 받고 나온 사람들과 뒤섞인 인재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꼭 대학원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과정에 다 해당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Akerlof의 레몬 시장 (Lemon market) 모델에 따르면, 이상한 제품과 정상 제품이 뒤섞인 시장에서, 제대로 된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에 소비자들이 모든 상품을 다 이상한 제품으로 간주해버리는 쪽으로 시장이 형성된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결국 정상 제품은 가격 낮춰 팔기 싫으니까 판매를 안 하고, 레몬만 시장에 남고, 시장 가격은 레몬에 맞춰 책정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차 시장인데, 중고차 중에 침수차, 사고차 같은 문제있는 차량을 보통 미국에서 Lemon이라고 부른다. 그런 차들을 구분 못하니까, 중고차 매매는 사기꾼들이 득시글한 시장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돈이 좀 비싸도 새 차를 뽑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신호 효과 (Signaling effect)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중고차도 전문가가 인증해서 정상 차량이라고 이런저런 증명서를 만들어낸다. 시장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상한 대학원은 이상한 곳이라는 딱지, 정상적인 대학원은 정상적인 곳이라는 딱지를 붙여준다.

어떻게?

대학의 서열이라는게 나뉘고, 그게 연구 능력, 졸업생 취직율, 졸업생의 사회적 영향력 같은 지표들로 결정된다는 것이 이상한 대학, 정상적인 대학을 나누는 하나의 잣대다.

국내에서 서열도 있고,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왔던대로 국내 대학의 교육 수준이 낮으니까, 일반적으로 해외대학 학위를 더 인정해주는거다.

정리하면, 레몬 시장일지도 모르는 고학력 인재 시장에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신호 효과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다.

 

2. 좋은 교육을 찾아라

학교 이름만 높고, 정작 배우는게 없는 전공을 고르는 것도 문제다.

하버드 대학이라는 초명문대학을 졸업했는데, 평생교육원 스님학과를 나왔으면 Data Science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고등교육 무용론에 대한 반박으로

첫째, 제대로 된 학교 졸업장이면 Lemon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

였는데, 같은 맥락으로

둘째,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어야 실제로 고등교육 무용론을 반박할 수 있다

고등교육 비관론자가 된 친구는 본인이 그 고급 교육을 제대로 이해 못한 탓 + 학교 교육이 엉망이었던 탓이 복합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국내 명문대들의 Data Science 교육 과정을 보면, 대부분 CS 전공자들이 코딩 교육만 하고 끝낸다. 수준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Data Science에 가장 가까운 학문인 통계학 교육이 Data Science에 적합하게 이뤄지고 있나? 그것도 아니다. 교육해봐야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도 못한다.

통계학 학부 내내 시험 답만 외웠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한번도 배운 적이 없어요

뿐만 아니다. Data Science라는게 엄연히 계산통계학, 계산과학이라 융합전공인데, 교육과정을 만드는 학교들을 보면, 그냥 교수들이 이미 강의노트를 갖고 있는 전공과목, 즉 강의 준비 안 해도 되는 과목들을 덕지덕지 짜집기 해 놓은 느낌이다.

엄연히 하나의 독립된 전공인데, 거기에 맞춰서 커리큘럼을 다시 짜야지?

왜 너네 가르치고 싶은대로만, 안 귀찮은 방식대로만 가르침?

이상하게 가르친 교수가 죄인이지

짜집기 옷 같은 커리큘럼 vs. 한 원단 통으로 만든 커리큘럼

우리학교 MS, MBA 과정들을 본 어느 명문대 교수로 있는 선배가 그러더라.

야, 이거 네가 다 가르칠 수 있냐? 우리나라 교수 중에 이렇게 가르칠 사람 없을텐데? 교수 어떻게 찾을라고?

MBA에서 법, 의료 등등으로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내가 모두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다. 난 하나의 지식을 깊게 파는 연구과정 트랙을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 기업에서 이 지식이 어떻게 쓰일지 고민하며 필요한 수학들을 계속 찾아다녔던 사람이니까. 그 선배님과 나는 지난 몇 년간 다른 훈련을 받았고, 그만큼 다른 교육을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단지 내가 다 가르치기에는 너무 힘드니까, 내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국내에 몇 없는 교수진 후보들을 찾아다녀야 할 뿐이다.

근데, 진짜 없다. 없어도 진짜 없다.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얼마나 엉망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대목이다.

좋은 커리큘럼은 티가 난다

그 선배님이 주신 포인트로 또 하나를 들면,

솔직히 나도 이렇게 배우고 싶다. MBA부터 MS까지 다 듣고 싶은데? 커리큘럼 진짜 잘 짜놨네

나름대로 한 분야에 전문가라는 분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커리큘럼을 찾아가야 제대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명문대 빅데이터 석사라는, 학교만 번드르르하고 내실은 엉망인 곳을 가 있는 학생들의 불평은 이렇다.

어차피 학벌 따러 왔다고 생각해야죠 뭐

파비블로그에서 왜 그렇게 이야기하셨는지 너무 이해되는 답답한 교육만 받고 있습니다

학부 때 통계학 수업 듣고 왜 배우는지 이해한 적이 없었는데, 대학원 와도 상황은 똑같네요ㅋㅋ

2년동안 석사 내내 배운 내용보다 파비클래스 1달 내용이 더 많아요

 

 

3. 국내 대기업 취직을 무시해라 – 탐색 비용을 지불해라

자, 나는 엄청난 교육 덕분에 레몬 시장과는 다른 급의 지식을 받은 사람이 됐다.

그럼 취직 전략을 어떻게 짜야할까?

수학 & 통계학 모델링 지식으로 Scientific programming 실력을 키운 나한테, 느닷없이 engineering programming을 해라고 그러면서 이상한 코딩 테스트를 하는 회사를 가는게 맞을까?

자유형 국가 대표 출신 불러놓고 개헤엄 능력 테스트하는 꼴이다.

내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모르니까 저딴 이상한 테스트를 시키는걸텐데, 그럼 취직하고나도 보나마나 나한테 이상한 업무 줄 것 같지 않나?

나한테 이상한 업무주면, 난 배운 거 하나도 못 써먹는데?

개헤엄 시키면 날 더러 어쩌라고???

그러니까 대학원 왜 갔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수영 선수 출신이 개헤엄도 못 치냐는데, 당연히 못 친다. 그런 쓰레기 수영법을 왜 내가 배워야됨?

초고급 교육을 받고 국내 어느 유명 대기업에서 쥐죽은 듯이 조용히 살고 있는 아는 형님이 그러시더라.

아, 나는 10년동안 내가 배운거 한번도 써먹은 일이 없어.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일단 국내 대기업 취직을 무시해야 한다. 대기업에는 당신처럼 제대로 교육받은 식자층이 들어가는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리타분한 면접 훈련을 몇 천번해서 로봇처럼 면접보는 사람들이 들어간다.

탐색 비용 (Searching cost)을 지불해라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찾는 직장을 찾아야 한다.

해외대학 학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대기업에 쉽게 취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똥물에 생수 한 방울 붓는다고 똥물이 정화되지 않는다.

생수를 한 통, 아니 한 드럼을 통째로 부어도 여전히 똥물 냄새가 난다.

물통 자체를 씻어내야 해결될텐데, 그런 대혁신을 국내 대기업이 한다?

IMF 때도 안 했던 그 혁신을?

물통을 씻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새 물통을 써야될 것 같은데…

그냥 나는 배운 거 안 써먹어도 상관없고, 바보들과 같이 있어도 노상관이니까, 그냥 대기업 뽑아만주면 복지부동하고 살 수 있다.

라고 생각하면 잘 준비해서 취직하면 된다. 지난 글 1번, 2번, 3번에서 설명한대로, 해외 대학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득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직의 장벽은 낮다.

배운 자의 저주

단, 정말 배운 지식을 써먹고 싶으면 Searching cost를 많이 지불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우리나라가 작은 시장, 2류 시장을 가진 나라지만, 제대로 된 인력을 필요로 하는 비율이 0인 나라는 아니다.

연구소들 중에 제대로 돌아가는 곳들 가보면 알겠지만, CS 전공 뽑아서는 아무 일도 못 시킨다.

판교에 모인 IT회사들이야 연구 능력 기준으로 2류 인력들의 직장이니까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연구소 사람들 입장에서 CS 출신들은 그냥 문맹이나 다름없다. 문맹.

개헤엄으로 동네에서 1등하면 자유형 잘하는거랑 쌤쌤인가?

많이 공부했으면, 그만큼 날 제대로 쓸 수 있는 자리의 숫자가 줄어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그만큼 더 찾아다녀야지.

우리끼리는 이걸 배운 자의 저주라고 부른다ㅋ

나가며 – 대기업 취직? 그거 좋은거야?

해외대학 연계과정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이거다.

그거해서 취직할 수 있냐?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냐?

일생동안 단 한번도 대기업이라는 꿀벌들 Hive 같은 꼰대 조직을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라 질문이 정말 거북하게 들리더라.

우리 MBA 과정은 모르겠지만, MS 과정 졸업생이 그런 자리가면, 정말 아깝다고 생각한다.

아, 나는 10년동안 내가 배운거 한번도 써먹은 일이 없어.

라고 우울한 하소연 늘어놓던 아는 형님이 될 것이다.

심지어 그렇더라도 해외대학의 고급 교육은 국내의 “쩌리” 교육 받은 사람과 노동시장에서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자격증이 된다. 단순한 종이 쪼가리라고 생각하기에는 지식 수준이 넘사벽이고, 10년에 1-2번만 그 지식을 써 먹더라도 그 인재가 있는게 “쩌리” 교육 받은 인재들만 앉혀 놓는 것보다 회사에는 이득이거든. 1-2번의 그 황금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인재니까.

그리고, 이왕 교육 받았으면, 단순히 부품으로 끝나는, 사오정, 오륙도 같은, 지식 단물 다 빨리고 쫓겨나는 직장들 말고, 더 뛰어난 인재들만 뽑아가는 직장들을 좀 더 찾아보시는건 어떨까?

우리나라가 지식 후진국인 건 맞는데, 그래도 GDP 기준으로 서열 10위권 나라다. 인구빨, 자원빨 빼고나면 미, 일, 독, 영, 프 다음으로 서열 6위권 나라인데, 이 정도로 경제 성장한 나라에서 고급 연구직 포지션을 못 찾는다는게 유럽의 스위스 같은 작은 나라 사람들에게 납득이 되는 이야기일까?

고등교육 비관론자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르니까 안 보이겠지

 

시리즈 글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