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고등학교 수학 강사의 Data Science 도전? – Follow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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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지난 글 ‘10년차 고등학교 수학 강사의 Data Science 도전?‘이라는 글이 나가고 난 다음에,

그 분이 어디 동네방네 다 물으러 다녔는지 추가 댓글을 달아 놨더라.

별 생각 없이 누구한테 들었다는 이야기를 담은 댓글이지만, 듣고나니 정말 학교 운영 왜 하냐는 자괴감이 장난 아니게 밀려온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답글 알림이 일찍이 떴음에도 판도라의 상자 같아 차일피일 미루다 어제야 글을 봤습니다. 늦은 덕에 블로그의 내용이 추가된 글도 함께 보게 됐고요.

질문을 남긴 이후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SIAI MBA 수강이

‘개인 브랜딩에는 큰 도움이 안될 수 있는데 괜찮겠냐?’

는 우정 어린 걱정을 보내왔습니다. 또, 온라인에서 학부 통계 과정을 강의하는 분도 SIAI의 시험 문제를 보며 덧붙여(까막눈이다 보니 MBA 시험 문제의 정체가 궁금하여 수강은 안 하고 질문만 했습니다.)

‘학위가 인정되는지도 알 수 없고, 학위 장사 느낌도 난다. 차라리 외국 유명 학교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들어가라’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분은 SIAI를 잘 모르시는 듯 했고, 개인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니 기분 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여러 글로 미루어 보아 이런 류의 공격에는 이미 단련되셨겠지만…)

입시 성공도 불확실한 시점이지만, 처, 자식이 있는 만학도 입장에서 한 번 즈음 고민해볼 내용이었습니다. 학위 인증이 된다는 건 블로그 글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까막눈이다 보니 아직도 SIAI가 개인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지, 다른 온라인 프로그램들이 더 좋은 상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수학 5등급 이하가  ‘수학의 정석이 좋을까, 개념 원리가 좋을까’ 지나치게 고민하는 건 에너지 낭비에 가까운 것처럼, DS 기초 공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개인 브랜딩과 학위 인정에 대한 고민은 시기상조라고, 진정한 개인 브랜딩은 실력 다지기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동안 블로그 글 외, 여러 글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 님의 교육 철학에 공감하며 느낀 SIAI의 교육 방향에 대한 믿음으로 잠시 탁해진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교육 장사하던 놈이 학위 장사 걱정을 다 하네’

라는 자조 섞인 말과 함께^^;

 

답변이 많이 부정적이면 운동이나 빡 세게 하고 털어내자는 생각으로 답변을 운동 직전에 봤습니다. 예상보다는 훨씬 긍정적이어서 하기 나름이니 들뜨지 말자며 안심했습니다^^

제가 까막눈이어서 몰랐을 뿐, 제 커리어가 DS와 연결될 수도 있고, 이미 산업의 현직자이신 만큼 수업 이외에도 얻을 수 있는 게 많겠다고 생각하자 위의 여러 고민이 덧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학 수업 이외 학생의 잠재력을 고민하던 제 모습과 겹쳐져 반가웠습니다.)

아직은 ‘가능성이 있을 가능성’의 확인에 지나지 않지만, 입시까지 남은 시간 진짜 ‘가능성’을 갖추도록 기초 쌓기에 힘쓰겠습니다.

긴 피드백 띄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개인 브랜딩에 도움이 안 된다는게 무슨 카이스트, 서울대 AI/DS대학원 나오는게 더 도움이 된다 이런 이야기인가요? 아님 대충 가르치는 영미권 대학 온라인 DS 과정을 이야기하는건가요?

그런 3류 컨텐츠 가르치는 프로그램한테 이런 비교 당하는 모욕을 견디기가 싫어서 솔직히 운영하고 싶질 않습니다. 거기다 고작 국내에서 학부 통계 강의하는 인간에게 그런 모욕을 들어야 하다니… 회사 브랜드 띄울려고 돈 안 되는거 운영 중인데, 개인 브랜딩에 도움 안 된다면 거꾸로 회사 브랜드 깎아 먹는거 아닌가요?

내가 진짜 자원봉사자가 됐네…

저희 MBA 첫 학기 시험문제 풀어서 70점은 커녕 50점이라도 받을 수 있는 답안지를 낼 실력은 갖춘 분들한테 그런 평을 들으면 차라리 기분이라도 덜 나쁘지…

어지간한 영미권 최상위권 명문대 오프라인 수업이 아니면 배우기 불가능한 내용을 담아놓고 이런 모욕을 굳이 들어가며 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불쾌하고, 수준 차이 나는 것들이 자기 수준 모르고 저런 소리를 입에 올리니까 제가 날이 선 인간이 되는 겁니다.


 

SIAI 브랜딩?

어차피 모든 조직이 초기에는 홍보가 부족하니 아무래도 자기들의 진짜 가치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수준 안 맞아서 상종할 이유도 없을 수준이 분명한 학부 통계 가르친다는 까막눈들한테 굳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고,

학교에 대해 학위가 인정이니 뭐니, 개인 브랜딩이니 뭐니 이런 소리에 감정 컨트롤을 못하는 스테이지도 이미 지난 것 같다.

왠 커뮤니티들에서 우리 SIAI에 대해서 온갖 말들이 오가더니, 담당자한테 물어보니 요샌 잠잠하다길래 일괄 고소미를 시전하려던걸 멈추고,

한 명 제대로 걸리면 민, 형사 묶어 인생을 끝장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감시만 해라고 오더 내려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 무관계자, 비지식인들의 설왕설래와는 별개로,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과연 학교를 키우겠답시고 브랜딩에 더 돈과 시간을 쏟아 부을 가치가 있나는 고민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어차피 국내 대학의 기가차는 교육에 시간만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소수의 인재들을 구제하겠다고 그러다가

학교까지 만드는 무모한 선택을 했을 뿐인데,

내가 더 많은 인생을 일부러 구제하겠답시고 오버해서 학교 브랜딩에 없는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 이유가 있나?

 

솔직히 말해서, 내 눈에는 대학 교육 수준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카이스트 AI대학원이나 서울대 DS대학원에 쾌감 느끼는 수준이면,

인간적으로 안 엮이고 싶다.

우리 학교오면 아마 첫 날부터 터져나갈 것이다.

어느 학생이 말했던 것처럼 첫 숙제부터 못하겠으니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안 생기는 수준이겠지.

 

우리 학교 오는 학생들보면 우리나라 최상위권 두 명문대의 AI/DS 대학원 교육 수준이 매우 조잡함을 깨닫고 온 분들 밖에 없다.

그런 분들이 저런 ‘개인 브랜딩’ 따위의 헛소리에 피해보시는 걸 생각하면 뭔가 좀 액션을 취해서 갚아주어야 할 책임감을 느끼기는 하는데,

정말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

모든 걸 다 떠나서 내가 그런 홍보 전문가도 아닌 것 같고.

차라리 저런 헛소리 떠드는 인간들을 제보 받아서

너 이 문제 1주일 안에 답안지 못 만들어오면 MBA 수업 교재도 못 푸는 수준이라고 소문 내겠다

고 협박하는게 차라리 더 빠를 것 같기도 하다.

몇 번 그래서 학원 선생들 인생 끝내버리면 악명이 더 퍼져서라도 우리 학교 교육의 퀄리티가 소문나지 않겠나?

 

모르겠다. 굳이 그렇게 힘을 빼는게 맞는지.

아니 이런 퀄리티 교육의 가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바보들에게 힘을 쓰는게 맞는지.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길은, 글로벌 학교 랭킹을 매기는 언론사들에 이런저런 퍼주기 좀 해주고,

실력 안 되는데 꼭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학생들 매몰차게 탈락시키면서 합격률 낮추고 졸업률 높여서 랭킹 끌어올리는게 맞는 전략인듯.

다만 그렇게까지 해외 언론사들에게 퍼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돈도 없고.

 

안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오네.

모든 직원이 시간 아깝다며 반대하던걸 회사 홍보 차원이라고 끝까지 고집을 피웠는데,

저렇게 되려 개인 브랜딩에 도움 안 된다는 소리 나올 정도면 회사 브랜딩에는 역 효과잖아?

내가 왜 해야 되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저런 한국인들을 구제하려고 만든 이 프로그램이 생존, 번영할려면 웃기게도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해야 된다는거다.

어차피 한국인들 중에 내가 낸 시험문제의 난이도와 값어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테고,

그런 분들이 용기내서 목소리를 높여주신다고해도 수 많은 IT학원들이 그런 지식 없어도 취직할 수 있다고 뭍어버리기를 시전할 것이다.

괜히 그런 존경하는 분들이 온갖 음해에 시달리며 피해보실까봐 겁난다.

 

최소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특히 미국에서 학위 인가를 추가로 받고, 글로벌 랭킹 테이블에 진입시키려고 비용을 쏟아내야,

저런 3류들이 함부로 입을 놀리는 짓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나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니 이미 몇 달전에 쓴 글부터 학교 괜히 만들었다는 후회가 뭍어나오는 글들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있는 거겠지.

 

졸지에 수십명 학생의 인생을 책임지게 됐으니 무사히 졸업을 시켜주기 위해서 없는 시간을 쥐어짜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겠는데,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학교가 되기 위해 들이부어야 할 시간과 돈과 노력을 생각하면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

몰랐을 때야 까짓거~ 라는 생각이었는데, 조금씩 알게 될 수록 무섭다. 이런 무모한 도전을 나 혼자서 해라고?

실력도 없어서 학생으로 들어와도 짤릴 인간들이 교수 면접 떨어졌다고 욕이나 하고 돌아다니는 판국인데,

이런 인재 풀에서 내가 아무리 10명, 20명 일을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해 봐야 돈 한 푼 남을 일 없는 도전을?

발 벗고 나서는 학생 하나 없고, 능력 갖춘 학생 하나 없는 인재 풀에 내가 어디까지 더 북과 장구를 쳐야 하나?

 

교수하는 형님들과 가끔 이야기를 하면, MIT 교수와 국내 대학 교수 간 가장 큰 격차는,

영어 실력이나 교수들 최신 연구 네트워크 접근성 같은 게 아니라, 조교들 수준 때문에 연구에 몰두할 시간이 차이나는 점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MIT 교수하고 있으면 대학원 조교들이 뻘 짓을 하는 순간, 바로 다른 똑똑한 조교들이 그 교수한테 인정받고 같이 논문 쓰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반면,

국내 대학 교수하고 있으면 대학원에 멀쩡한 조교 1명 뽑는게 하늘의 별 따기고, 뽑아놓으면 박사 유학 추천서 이외에 다른 관심이 없다.

같이 논문을 써서 학계 명성을 서로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도, 난 MIT 교수랑 논문 쓰지, SKY, SKP교수랑 논문 왜 쓰냐고 생각하고,

어차피 학교 안에 뛰어난 조교 경쟁자가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 학교 최고 천재’ 따위의 명성에 쩔어사는 아니꼬운 꼴을 그대로 볼 수 밖에 없다.

너네만 박사 유학 가는 시점에 ‘최고 천재’ 따위의 수식어를 들은 게 아니란다…라고 나오던 말을 마음 속에 삭혀야 괜한 뒷 말이 안 나오니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나 인재 풀의 격차 때문에 괴로운건 마찬가지겠지만,

위의 어중이떠중이들한테 답변 받은 내용대로, 학교의 Reputation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도전을 해야한다는 현실과 맞부딪히는 코멘트를 들을 때마다,

MIT 조교랑 동급 조교를 찾던 교수 형님들의 인재 풀에 대한 한탄과 내 현실이 그대로 오버랩 되어 씁쓸하다.

 

어차피 내 능력으로 MIT 교수 못하니까, 2-3류 대학 교수 하지말고 기업체 연구소, 아니 거기도 이래저래 속터지니 내가 직접 사업하자고 생각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보 상대하기 싫어서였는데,

요즘 내가 하는 일이 딱 그런 상황인 것 같네.

사실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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