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고등학교 수학 강사의 Data Science 도전?

pabii research

안녕하세요^^

이번 지원 시기를 놓쳐, 내년 MBA 과정에 지원해볼 예정인데 몇 가지 의문에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뒤져봐도 답을 찾을 수 없어 글 남깁니다!

Q1.

MBA 지원 조건엔 직장 경력 2년 이상 항목이 있습니다. 블로그의 후기 등을 보면 다들 대기업, 금융 기업 경험을 갖고 계시던데, 저는 고등 수학 강사로만 10년 일했습니다. 직장 경력 2년 이상 요건을 만족하나요?

Q2.

(1) 현재는 수학 공부를 위해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허나 MBA 과정에 운이 따라 입학하게 되면,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업은 주로 월, 화, 수 pm7-10에 이뤄지는데 생업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있나 궁금합니다. 수업이 주로 ‘동영상’으로 주어진다 봤는데 부디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살려 정해진 수업 시간 참석에 구애 받지 않길 기원합니다 ㅠ_ㅠ

(2) (1)에 No라는 대답을 주신다면… 홈페이지에 시간표는 따로 없던데(매년 다르겠지만) 혹시 MBA 수업이 월, 화, 수 모두에 개설되는 것인지, 일반 대학처럼 과목 혹은 요일을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월, 화, 수 모두를 정해진 수업 시간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면 제 기회는 수포로 돌아갑니다. 하루 이틀 정도를, 아니 하루 만이라도 비울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디 긍정적인 답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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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은 위에 모두 적었습니다. 다음은 혹시 제 상황을 보시고 조언 주실까 해서 남깁니다. 물론 무시하셔도 됩니다^^

저는 10년 차 고등학교 수학 강사입니다. 김창진 교수 님 계량 경제학 강의 노트를 품은 대학의 생물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수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학원 강사를 천직까진 아니더라도 평생 직업으로 정하기 전 방황을 했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빅데이터 인재 양성 프로젝트에 몸을 담았다가 역량 부족과 더불어 그땐 몰랐으나 정확히 대표 님께서 말씀하신 한국식 DS 교육의 한계를 느끼고(파이썬 코딩 위주 교육) 수료를 한 달 남기고 그만뒀습니다. 대학원은 역량 부족과 운 없게도 룸사롱을 전전하며 성추행을 일삼는 교수들을 만난 이유로 자연스레 포기했습니다. 제 안일함도 작용했겠지만, 전적으로 제 의지로만 학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 문득 문득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년 이상 파비 블로그 글을 읽는 동시에 시중의 빅데이터 자기 계발서? 류를 여럿 읽으며 DS에 도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첫걸음을 SIAI MBA 지원으로 생각합니다.

강사 생활을 하며 기본기의 중요성 하나 만큼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수학 전공 과목은 이미 잊은 관계로 대표 님 말씀대로 고등학교 수학 교재 중 ‘심화 수학2’, ‘고등 수학1, 2’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후엔 블로그에 추천해주신 책들을 차근차근 공부할 예정입니다.

블로그 글을 읽으며 (우물쭈물하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그런지) 와닿은 대표 님 말씀은 ‘너 자신을 알라’와 ‘목 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아라’ 정도로 축약되더군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지만, 우선은 SIAI MBA 과정에 도전하여 운이 닿아 합격하면 스스로 ‘갱생 가능한 인간인지’ 확인/증명한 후 향후 계획을 세울 생각입니다.

‘Attitude is everything’ 10년 간 강사 생활 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입니다. 블로그 글을 읽다 보니 DS를 이제 와서 공부하기엔 제 배경이 참으로 초라하지만, 적어도 저는 제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으니 쓴소리도 좋고, 갱생 불가능할 정도로 늦은 것은 아니라는 격려도 좋으니 지나가시다 말씀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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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블로그의 한 글에서 심화, 고등 수학 교과서를 추천하시며 저 책들에 관한 수업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던 게 기억나 간단히 남깁니다. 대치, 압구정, 잠실 쪽에서 중 고등 수학 강의하며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도 많이 대했습니다만, ‘심화 수학1, 2’, ‘고등 수학1, 2’ 책은 파비 블로그에서 처음 봤습니다^^; 제가 아는 한,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습니다.

 

답변

Q1. 고등수학 강사 10년 경력은 경력이 아닌가요? 번듯한 대기업 DS팀에서 뻘짓만 한 애들보다 차라리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저희 회사 2개월차 신입 기자가 정치 낭인 출신인데, 메이저 언론사 주필이 그 기자의 기사글 열댓개를 퍼갔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Connecting the dots가 중요하지, 각각의 dot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Q2. 동영상만 듣게 되실겁니다. 어차피 라이브로 들어도 못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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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수학 수준은 Attitude is everything인거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물론 그 시점부터 못 따라오는 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 이상 교육은 아니더라구요. 며칠 전에 우리 직원 하나가 “대표님도 경제학부 두뇌 서열이 2학년 때 미시경제학 성적 순위랑 비슷하다는거 동의하시죠?”라고 묻던데, 술 퍼마시고 노는 Noise가 있으니까 100%라고 말은 못 하겠습니다만, 저희과는 학부 저학년부터 순차적으로 갈려나갔었습니다. 고교도 마찬가지일꺼에요. 같은 관점에서 한국인 지능 서열을 1등부터 5000만등까지 나열하면, SIAI 교육을 따라올 수 있는 비율은 넓게 잡아도 10%가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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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것도 모르는 주제에 제발 좀 그만 까불면 안 될까는 말을 하면 절더러 거만하다고 욕하더군요.
2. 그 교재들이 제 고교시절 수학교재보다 쉽습니다. 전 98년 고교 입학이고, 그 때도 이미 형님들이 자기 때보다 수학 쉽다고 놀리셨어요. 자사고, 특목고가 그 상황이면 한국 교육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추가글

학교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아직은 조직이 작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인재 분을 알게되면 이 분의 커리어에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위의 답변 중에 등장한 정치 낭인 출신 기자라는 분도, 무작정 우리 회사 와라고 연락했던게 아니라, 면접을 두 번이나 보면서, 가까이 지내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저 분의 미래에 내가, 회사가, 그 관계자가 어떻게 도움이 되고, 우리는 어떤 걸 얻어가는,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키우고 있는 빅데이터 대시보드 서비스, 그걸 무기로 삼는 인터넷 언론사, 대시보드를 응용한 향후 몇 가지 계획된 사업라인들… 이런 장기 말들을 놓고, 기자 분의 커리어 설계에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사업 라인들을 어떻게 조정하면 저 분의 역량을 최대로 활용하고, 저 분 개인에게도 이득이 될지,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뇌피셜 시뮬레이션을 아는 범위 안에서 이래저래 돌려봤었다. 기자 분이 ‘한 때 정치 낭인이었던 사람’이 아니라, 몇 년 더 내공을 쌓아 국회의원 몇 번 하며 나라를 이끌어야 될 인재 분인데, 회사와서 기사 쓰기 시작한지 2달만에 우리 빅데이터 대시보드 활용해서 여론 분석 기사도 내고, 내가 던지는 포인트들도 바로바로 알아채고 기사화하고, 정치권 알짜 경험을 담은 고급 정치, 정책 제안 기사들을 마구 찍어낼 수 있는 인재인데, 심지어 그 기사들 중 일부가 메이저 언론사 주필쯤 되는, 자기 글에 대한 자뻑 만렙일 사람의 눈에 뛸 정도의 능력자인데, 이렇게 작은 조직에서 어디까지 지원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게 당연한 예의가 아닐까? 근데, 그 전에 어딘가에 스카웃 되어 가실듯?

“어차피 회사는 쬐끄만할꺼고, 결국 대표 빨일텐데, 대표 이 인간, 머리 CPU 돌아가는 속도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면접 때 날 테스트했다고 하던데, CPU벤치마크 합격시켜줘서 고맙다고 우스개를 했었다ㅋ 하루빨리 모바일 수준 CPU를 계산 서버 수준 CPU로 업그레이드 해야 더 많은 걸 돌려줄 수 있을텐데.

저 위의 고교 수학강사 10년 출신이신 분은, 무사히 입시에서 살아남으시면 SIAI라는 조직과 많은 것을 나눠가질 가능성이 있는 분이다. 본인은 관계없는 커리어를 밟았다고 걱정이 태산인 것 같은데, Data Science라는 교육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해주기 위해 내가 그간 했던 고민이 ‘두뇌 서열이 높은 분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던 부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강력한 후보가 아닐까?

어떤 커리어 전환을 꿈꾸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SIAI 교육의 아랫단을 구조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파생되는 다양한 DS 기반 사업 모델들에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몇 년 전, 중고교 수학 교육을 AI, BigData를 이용해서 사업화해보자며 날 끌어들이려는 그룹이 있었고, 내가 처음 스타트업을 꿈꿨던 2016년 어느 무렵에 실리콘 밸리에서 만났던 몇 명과 생각했던 사업 모델도 Palo Alto와 New Jersey 같은 전세계 최고 교육열 & 금전파워를 갖춘 집단에게 판매할 수학 교육 사업이었다. 국내는 위에 쓴대로 망하는 시장이라 큰 관심이 없고, 미국 수학 교육 시장은 지금도 자금과 인력을 갖추면 도전해보고 싶다. 저 분의 역량과 도전 목표, 내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서로 윈-윈 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내 머리 속을 맴돈다.

우리 SIAI에 입학했다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겠다는 학생들의 메일을 받을 때마다, 그 학생의 지원 서류를 읽으면서 했던 온갖 기회에 대한 고민들이 떠오르며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다. 차라리 기억력이 나빴으면 좋았으련만.

빅데이터 대시보드 기반의 언론사를 만들면서, 기자로 뽑은 직원들한테 그랬었다. 이 중 누군가는, 시장이 빅데이터 분석이 뭐라는 걸 제대로 이해하게 될(, 몇 년 후 제발 그런) 시점이 오면,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다른 회사에 고액 연봉자로 스카웃 될 거라고. 기자치고 연봉 적게 주는건 아니지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타이틀로 가면 분명히 받을 급여 레벨이 현격하게 달라질 거라고 그랬다. 대신 지금은 그래프 하나 제대로 이해 못하니 좀 열심히 배워야 된다고ㅋㅋ 내 입장에선 몇 년간 키운 인재가 떠나는게 아쉽겠지만, 그렇게 새로운 기회들을 접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내가 열어주지 못하는 문을 열어주는 곳에 갈 수 있도록 지금 여기서 서로 최선을 다하자고.

지난 몇 년간 벤처기업들이 타인자본으로 거대한 부풀리기를 잔뜩해서 마치 엄청난 역량을 갖춘 회사들인 것처럼 과대포장이 됐었다. 난 그런 짓을 일절 안 하고 있으니 바보라고 그러더라. 남의 돈 받아서 인재 끌어 모으고 부풀리기 못하는 무능력한 대표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들어 몇몇 스타트업들이 더 이상 돈 못 끌어와서 뻥뻥 터지기 직전이 되니 지인들 몇 명이 날 더러 무능력하다고 욕했던거 사과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사실 무능한 거 맞는 것 같아서 당시에도 반박을 못했고, 지금도 사과 받기가 뭣하다. 부풀리기 못하는 딸깍발이인 주제에, 따박따박 돈 들어오는 뻔한 사업들을 다 일궈놓고 내 꿈은 나중에 도전했어야 했건만, 난 너무 어리석었다. VC들이 그런 곳인지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 꿈에 도전하는 먼 미래에 앞서 “따박따박 돈 들어오는 뻔한 사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키우는 사업 모델들로 뽑는 인력들에게 내가 좀 덜 무능한 대표가 될려면, 거대한 부풀리기로 도박해서 한뭉텅이 돈 쥐어줄 수 있는게 아니니까, 위에 썼던대로 한 명, 한 명, 저 분의 잠재력과 도전 목표를 도와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대치인 것 같다.

직원 면접에도 “궁극적으로 뭘 하고 싶냐?”는 마지막 질문을 하고, 입학 심사도 Statement of Purpose에서 SIAI 교육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싶은 미래를 뭐라고 써 놨는지 항상 확인해 본다. 월급 식충이를 뽑고 싶지 않고, 지식 빼먹기하려는 얍샵한 학생을 뽑고 싶지 않으니까? 아니면 진짜 그 사람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덜 미안하다는 알량한 자기면피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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