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SIAI 학생 전용 P2P 대출 구조

pabii research

SIAI 들어오고 싶은데 ‘비싸서’ 못 온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P2P를 이용한 대출 구조를 소개했었다.

MBA 기준으로 3,5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학비인데, 너네 1년 연봉을 이 정도로 해서 열심히 구를래라고 하면 다들 안 올려고들 하면서

시간 낭비보다 못한 국내 대학이랑 학비를 비교하는 모습을 보는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고급 교육이라는게 수요와 공급 모두 협소한 시장이니까 그런 국내 대학 비교하는 분들 논의와 엮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디선가 장학금을 팍팍 쏴줘야 하는거 아니냐던데, 전국 석차 1자리 숫자의 인생을 살았던 나도 살면서 받은 장학금이 별로 없건만,

여태까지 F학점 수준 교육 받아서 몸 쓰는거 이외에는 생산성이 안 보이는 분들께서 도대체 무슨 뻔뻔함으로 장학금을 운운하는걸까??

내가 살면서 받은 장학금은 학부 3~4학년 때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월 30만원, 박사시절 Stipend, 그리고 $47,800의 연구 지원금이 전부다.

평생 학원 하나 제대로 안 다니고 공부했었고, 유학 나갈 땐 직장 급여랑 파생상품 투자해서 번 돈 모아서 나갔었다.

정부 지원 장학금이나 국내 학자금 대출 비교하려면, 대학교 만드는데 온갖 방해나 했던 교육부가서 따져야지, 한국에 없는 고급 교육 해 보겠다고 해외 진출까지 한 사업가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원래 ‘대출’이라는 것이 돈을 빌렸을 때 더 큰 이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는걸 지원해주고,

‘위험’을 함께 부담한 것에 대한 합당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관점이다.

미국에선 노예해방 이후에도 흑인들이 대출을 못 받아서 집을 못 사다가, 1970년대 이후에나 모기지 대출을 해줘서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만큼,

‘대출’이라는 것이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보통은 대출을 안 해주니까 포기할 뿐.

 

SIAI 학생 전용 P2P 대출 구조

대출을 해 주는 사람도 무작정 돈을 빌려줄 수는 없으니까,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되는데,

일반 은행 대출처럼 담보가 잡히는 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학생의 미래 역량에 대한 ‘신용대출’을 해야하는 만큼,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내게 될 SIAI 선배들 입장에서 합리적인 조건을 뽑아봤다.

  • STA501, 502에서 50점 이상
  • STA503, COM501에서 50점 이상
  • COM502, BUS501에서 50점 이상

 

저렇게 6개 수업에서 평균 50점 이상은 받아야 교육이 값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길텐데,

6개 전부 다 점수를 잘 받았으면 솔직히 위험 확률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진짜 믿고 대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전에 끊을 수 있으면 좀 더 교육 받는 학생들한테 이득일 것 같은데,

아무리 양보해도 STA501~503, COM501은 양보하기 좀 어려워보인다.

STA501, 502만 해도 될까? SIAI 선배들이 납득 안 할 것 같은데…?

 

우리 SIAI 방식의 ‘시험치료’ 한 번도 안 받은 인력들에게는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학자금 대출을 해 주기 두렵다는 생각은

아마도 학생들 사이에 충분히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끊을 수 있을지 확정은 못 짓겠지만, 성적이 나오고 난 다음부터 어느 정도 Bayesian updating을 할 수 있는 기본 정보가 쌓이니까,

‘Default rate’을 계산해가며 이자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해주는 학자금 대출 시스템이 가능할 것 같은데,

걸리는 부분은 자기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수익성이 나올 수 있도록 맞춘 고액의 이자율이다.

맞춰주려고 12%, 14% 이렇게 높은 이자율을 책정하면 대출 받는 사람 입장에서 압박이 클텐데, 이건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부 대신 제공해주는 Subsidy

결국엔 어떤 방식이 됐건 Subsidy를 제공해줘야 될 것 같은데,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이자 지급분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이지 않을까?

 

예를 들어 BSc Data Science (Top-up)을 들어와서 3rd Term부터 12% 이자율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자격이 생겼다고 치면,

440만원을 대출받고 월 4.4만원을 2달간 내다가, 4th Term에 다시 440만원을 추가로 대출 받으면서 이제 8.8만원의 이자를 내게된다.

졸업 무렵되면 3천만원 남짓이 되니까 약 30만원의 월 이자를 감당해야 되는데,

졸업 이후에도 계속 월 30만원의 이자를 감당한다는 것이 만만찮게 보일 것이다.

 

여기서 내가 그리는 그림은, 학자금 대출을 승인해 줄 수 있을만큼 실력파니까, 회사의 각종 업무에 투입할 수 있지 않을까는 희망이다.

당장 저렇게 이자 지급되는걸 관리하는 P2P 인력이 얼마간의 급여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 외에도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학회에 논문 리뷰, 기고문 올라올 때 해야하는 작업이 적지 않다.

더 챙겨줄테니 직접 쓰라고 시키고 싶지만 그건 졸업 무렵이나 되어야 겨우 할 수 있을테니까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겠지.

 

SIAI 교육에서 살아남은 인력들이니 좀 더 믿고 이런저런 업무를 주면서 상당액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으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비중은 크게 감소한다.

Default가 나지 않을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어주는건데,

똘똘해서 일 시켜먹을 수만 있으면 나 역시 별로 손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결국 이 구조는 SIAI 선배들에게 ‘선발대’였던 것에 대한 ‘보상’을 지불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운영관리 수수료 2%를 뗀다고해도 이자율 10%의 안정적인 적금을 찾기는 쉽지 않을테니까.

 

끝으로, 졸업하고 취직하거든 굳이 12%의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지 말고, 직장 급여를 바탕으로 이자율 낮춰서 대출 받으면서 상환해버려라.

입맛에 맞는 곳에 취직 못하고 있으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니까 쓰면 된다.

일만 잘 하면 그 급여로 생활 유지하고, 이자내고, 학자금을 일부 상환하는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Win-Win-Win 구조?

신입생 입장에서는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없었는데 대출을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졸업생 입장에서는 그간 투자했던 학비에 대한 쏠쏠한 보전이 될 것이고,

학교 입장에서도 학생들에게 ‘펀딩’을 제공해 줄 수 있게 된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대학가는거에 대출 해 줄 리가 없는 상황이라, 본인이 모은 돈 아니면 부모님 등골 브레이킹을 해야되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그 교육 받고도 취직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졸업도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실력되는데 아무도 안 쓰고 있으면 우리가 쓴다. 근데 실력이 없으면 나도 어쩔 수 없다.

아마 실력이 없으면 아무도 당신을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받은 성적을 바탕으로 Default가 낮을 것 같은 인력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P2P 사업이 될 수가 없는 이유?

은행들에서 대출 받으러 가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은 어떤 종류건 담보를 요구한다.

그래서 연체율도 0.05~0.1% 사이로 매우 낮고, 최악의 경우에는 담보를 빼앗아 가 버린다.

주요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크게 내야되는 상황은 정말 IMF 구제금융 위기 때처럼 나라가 휘청거린다는 이야기다.

 

반면, 저축은행, 캐피탈, P2P 같은 곳들은 담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해 줘야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눈에 띄게 높다. P2P가 연체율 1%만 되어도 대출 잘 해 줬다는 소리 나올 것이다.

 

이렇게 연체율이 높은 상태에서 2%의 마진을 뗀다고 한번 가정해보자.

100억원 대출을 해 주고 2억원 마진이 남은 상태에서 1% 연체율이면 1억이 대손충당금으로 나가니까

결국 영업이익이 1억원인 셈이다.

경력 5~8년 정도 직원 2명의 급여를 챙겨주기가 쉽지 않다.

 

5,000억원 대출을 해 주고 100억 마진 중에 50억 대손충당이 나가서 50억원의 영업이익이 나와야

겨우 50명 직원을 돌릴 수 있는 회사가 된다.

5,000억원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P2P 회사가 국내에 몇 군데나 될까?

10억 들고 있는 쩐주 10명 붙잡고 있는 P2P 회사들 찾기도 쉽지 않은 판국인데

 

장학금이건 P2P 대출이건 부담은 학교가 지는 것

저 위의 SIAI 학생들 대상 P2P 대출도, 잘 되어봐야 학생 1명의 알바비(?) 정도를 줄 수 있는 상태가 최대치 일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후배들 학자금 대준 선배들이 이자율 높은 적금 하나 들어놓은 것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마저도 Default 날 확률이 상당히 큰 만큼, 결국엔 회사가 손실 보전을 해 줘야 할 확률이 높다.

선배들 입장에서 자기 돈 떼일까봐 두려워서 돈 넣을려고 하겠나?

터져도 막아준다고 그래야 돈 넣을려고 하겠지.

 

회사에서 써 먹을 수 있는 인력, 일을 시킬 수 있는 인력에 한정해서 대출해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세상에 아무도 손해보기 싫은데, ‘신용대출’이라는게 그 사람만 믿고 돈이 나가는거니까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나니 박사 지원 시절에 봤던 어느 문구가 번쩍 떠 오르더라.

“Stipend 줄려면 일 시켜야 되는데, TA가 됐건 RA가 됐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면접이라도 보지 않겠냐”

나도 박사 때 Stochastic calculus 과목 TA를 너무 하기 싫다고 불평하니, Program coordinator가 이거라도 해야 너도 stipend 받을 자격이 있지 않겠냐고 좀 짜증냈던 기억도 있다.

 

국내 대학원생들이 저가 인력을 부려먹는다고 그러는데, 완성된 인력이 아니니까 교육을 시켜가며 일을 줘야되는데, 거기에 돈까지 주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DBA AI/BigData 들어오는 인력들, MSc AI/Data Science (1 year) 과정에 합격할 수 있는 인력들한테는 시킬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장학금을 주는데 큰 불만은 없는데,

국내에서 교육 같지도 않은 교육 받은 상태인 인력들한테는 솔직히 1원도 쓰고 싶지 않다.

남한테 돈을 받을 때는 그 사람이 원하는걸 해 줘야지.

 

어찌됐건, 저 플랜이 실제로 가동되면 학교 차원에서 ‘보조금’을 부담할 의지는 있다.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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