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뽑] ㊷공사판 인부에게 끌려다닌 건물은 부실공사, 개발자에게 끌려다닌 IT시스템은?

pabii research
개발자들의 고집 피우면서 회사 사정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끌려다닐 경우,
회사 사업 출시가 늦춰지고, 개발자들 의존성만 크게 높아질 수 있어
개발자들 욕심 무시하고, 회사에 가장 필요한 선택들을 해야 장기 발전 가능해

멀쩡하게 잘 지어놨던 건물이 무너지면 보통은 건설사를 탓한다. 그 건설사가 제대로 설계를 못 했거나, 공사를 못 했거나, 감리를 못 했거나, 아니면 관리를 못 했을텐데, 어찌됐건 비난의 대상은 건설사가 된다. 그런데, 공사 인부 중 몇 명이 필요한 자재를 훔쳐서 감리 담당자를 속인 것이 문제였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공사 인부 몇 명에게만 쏠리게 될까? 아니면 여전히 그 건설사가 악명을 뒤집어 쓴 채로 다른 건설 공사를 수주하는데도 방해를 받을까?

공사판 인부 몇 명이 전체 시스템을 망가뜨릴지도 모르는 부실공사를 자행한 것을 못 찾아냈다는 이유로 건설사의 주요 관계자들도 결국에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 건설사는 관리·감독을 매우 철저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홍보 비용을 써야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기록이 남아서 회사의 명예를 반복적으로 실추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불과 공사판 인부 몇 명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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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은 부실공사, IT시스템은?

건물을 짓는 건설 공사나 IT시스템을 만드는 개발 작업이나 실질적인 건물이냐 가상의 건물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개념적으로는 동일한 과정의 작업이다. IT시스템도 개발자들 몇 명이 작정하고 ‘트로이 목마’ 수준의 악성 코드를 숨겨놓으면 쉽게 찾아내기 힘들다. 그러나 정작 그 트로이 목마가 외부에 밝혀졌을 때 모든 비난은 개발자들 몇 명이 아니라 IT시스템을 판매한 회사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IT 개발 업무로 넘어오면, 수 많은 개발자들이 회사의 프로젝트에 적절한 개발 언어, 개발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좀 더 편하려고, 어디가서 자랑하려고, 새로운게 나왔다니까 써 보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자기가 원하는 개발 언어, 개발 환경을 선택하려고 고집을 피운다.

한 때 가격 비교 서비스를 만들어 볼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구글 검색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구글SEO에 적절한 다른 대안이 없으면 일단 워드프레스로 웹페이지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자기가 알고 있는 최신 개발 플랫폼인 Scala 같은 함수형 언어로 개발을 해야지, 워드프레스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하면 “쪽팔린다”는 표현을 쓰더라.

구글 검색 최적화가 이뤄져야 회사가 막대한 광고비를 아낄 수 있고, 무엇보다 워드프레스를 써서 개발해야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데, 끝까지 ‘수준 낮은’ 프로그램 작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회사를 떠났다. 아마 사업 초창기였으면 개발자가 회사를 떠나는게 아쉬워서 말을 들어줬을텐데, 그들의 고집을 따라주다가 회사가 망한다는 사실을 깨달은터라, 오히려 고집 피워서 나간다는게 고마웠을 정도였다. 지금의 워드프레스 기반 시스템을 내가 직접 만들게 된 계기이기도 한 사건이다.

PabiiResearch_PageSpeed_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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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에게 끌려다니게 되면 벌어지는 사건?

우리 회사 사정, 해당 프로젝트 사정에 가장 적합한 워드프레스로 웹페이지를 만든 덕분에, 파트 타임으로 잠깐잠깐 일을 하면서도 3달 만에 구글 페이지 스피드 기준으로 전 영역에서 100점을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게 됐다. 웹사이트가 구글의 요구조건을 잘 갖춘 탓에 검색 노출도 좋아서, 웹사이트가 만들어진지 불과 2달이 지나기 전에 월 방문자 40만명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잘못 만들어놨던 웹페이지로 월 5만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현격한 격차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만약에 개발자들이 주장하는대로 Scala 같은 언어, 즉 제대로 쓸 줄 아는 개발자가 없어서 그들이 오랜 시간 학습을 해야하는 언어로 웹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워드프레스 웹페이지는 10월 초에 리뉴얼을 시작해서 10월 중순부터 베타서비스가 돌아갔고, 11월 중순에는 기존 작업이 끝난 상태였고, 1월 초에는 사실상 서비스 개발 작업이 완성됐는데, 그 개발 기간 내내 직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문제가 없었고, 외부 방문자들도 큰 불편 없이 서비스의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아마 Scala로 개발을 진행했었다면 아직도 Scala 공부를 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워드프레스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구글SEO 최적화를 Scala로 만든 웹페이지에 적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어야 했을까? 모르기는 해도 웹페이지 완성에 1년, 각종 최적화에 다시 1년 이상의 시간을 쓰면서 개발자들의 학습을 지원해주는 ‘착한 대표’로 살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웹사이트를 통한 수익 창출도 멈추고, 구글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한 과거 검색 기록도 2년치를 못 쌓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사의 사정, 프로젝트 별로 특이한 목표에 맞추려고 하지 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것만 찾는 개발자들 중에는, 극단적으로 자신들의 고집 때문에 회사가 망하거나,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인지 못하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 아마 2년 후에는 그들이 꿈꾸는 완벽한 시스템이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본다. 그런데, 2년 후에는 Scala로 당신들이 개발한 것보다 더 ‘최신’, ‘고급’, ‘효율적’인 시스템이 나와있다면 어떻게 될까? 2년의 시간은 누구에게서 보상 받아야 할까?

더 큰 문제는, 이제 당신 회사의 그 Scala 시스템을 유지 보수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당신에게 2년이나 기다리게 했던 그 개발자들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다른 시스템을 만들려면 또 2년이 걸릴텐데, 회사의 모든 업무를 뒤로 늦추게 만든 그 개발자들이 아무리 미워도,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다시 만든다고 해도, 최소한 앞으로 2년동안 그들을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나간다고 하면 겁부터 날 것이다.

OTTRanking_GoogleAnalytics_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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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지 않는 개발자에게 당신 사업을 맡기지 마라

워드프레스로 개발을 진행한 덕분에 여러 웹페이지를 동시에 만들 수 있게 됐고, 자매 서비스인 OTT랭킹의 경우는 리뉴얼 이후 아직 2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번역기 덕분에 전세계에서 방문자가 몰리는 서비스가 됐다. 위의 이미지는 글 쓰는 현 시점에 직전 30분 간 650명의 방문자가 글로벌 약 20개국에서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1일로 환산했을 때 2만명 남짓, 월간 50~60만명 남짓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웹사이트이기는 하지만, 구글SEO가 잘 되어 있고, 워드프레스 생태계에 갖춰진 각종 기능들을 결합하고, 회사 내에서 만든 번역기를 붙이는 작업, 그 번역 결과물마저도 구글 Sitemap이 만들어져서 타국어 구글 검색에서도 OTT랭킹의 콘텐츠가 그들의 언어로 보여지니 해외에서도 방문자가 들어오는 서비스가 된 것이다.

우리 회사는 웹 개발이 주력인 회사가 아니라, AI/Data Science가 주력인 회사다. 우리 회사의 비주력인 서비스들에서 개발 욕심을 버리고, 주력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니까, 개발 경력이라고는 없는 Data Scientist 혼자서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영문 번역판을 운영하는 국내 대형 언론사들이 해외에서 방문자를 모으는데 얼마나 힘겨운 상태인지를 알고나면, 해당 언어로 만들어진 구글 Sitemap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체감이 될 것이다. 회사 역량의 초점이 이쪽에 있는데, 굳이 Scal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회사 웹페이지를 개발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2달 쯤 전에 직전 30분 방문자가 동남아 일대에서 50명 남짓이 들어오는 걸 보고, 번역 Sitemap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며 환호를 질렀는데, 벌써 500명이 넘게 들어오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구글 검색 순위는 몇 달,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오르고, 우리가 그간 쌓아놓은 콘텐츠가 많은 만큼, 당분간 우상향 곡선을 꾸준히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회사를 떠난 개발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개발자들이 ‘워드프레스 썼으면 그건 개발이 아니죠’라는 표현들을 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따랐으면 이제 겨우 Scala라는 언어가 무슨 언어고 어떻게 웹 개발에 쓸 수 있는지를 이해한 상태가 됐을 것이다. 그 사이에 우리 회사의 주력 서비스인 AI/Data Science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죽어 있어야 한다. 사실 AI/Data Science 관련해서 회사의 많은 역량이 그렇게 빛을 보질 못하고 있어 답답한 채로 지난 몇 년을 보냈다.

그렇게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으며 자신들의 고집을 관철시킨 개발자들이 받은 월급을 토해내고, 석고대죄를 하나? 그들은 ‘워드프레스 쓰는 이상한 회사’라고 욕하고 회사를 등지면 그만이다. 아마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회사’라는 표현에 공감대를 얻고, 그들 모두가 나를, 당신을 욕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데이터 사이언스 하는 회사가 무슨 워드프레스 같은 걸로 웹페이지 만드나, 실력 없는 것 같다’는 비난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입맛을 맞춰주다 생긴 물질적, 정신적 상처, 기회 비용의 손실, 프로젝트 장기 지연에 따른 당신의 명성 손실 등등, 남은 모든 책임은 회사를 경영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당신들이 져야한다.

부실공사 장본인인 사기꾼 인부들이나, 자기 고집만 피울 줄 아는 개발자들이나,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는 것은 마찬가지다. 회사의 미래, 프로젝트의 미래는 곧 당신의 미래다. 당신의 미래를 개발자들에게 저당 잡히고 끌려다니지 말자.

당신의 양보를 고집하는 국내 개발자들 밖에 없으면, 나처럼 해외 솔루션과 해외 개발자를 쓰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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