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특별법 마련, 경매자금 대출 등 ‘피해자 주거안정’에 초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 대책 발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이번 특별법 내 ’선보상 후구상’ 방안 추가될 가능성 낮아” ‘대출금리 지원’ 등 피해자 퇴거 위험 낮춰 실질적이지만, 근본적인 예방책 부족하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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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토부 홈페이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특별법에 따라 경매로 나온 피해 주택을 우선 매수할 권한을 임차인에게 부여하고, 피해 주택 낙찰 시 4억원 한도 내에서 낙찰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임대 거주를 원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주택을 매입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

이번 특별법은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정부는 즉시 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와 협의해 신속한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원 대상이 제한되는 한계를 두고 일부 피해자들이 특별법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과 함께 근본적인 예방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5차 전세사기 대책 발표

27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확대운영, 당정 협의 등을 거쳐 마련한 한시 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 5차 대책은 실질적인 주거안정 방안 마련 등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췄다. 향후 신규 전세사기가 나올 가능성보다 전세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피해자가 지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종합 지원방안의 큰 골자는 주거 안정과 긴급 생활자금 등 복지제도 지원이다. 이번 특별법 적용 대상자는 법에서 정한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요건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로 인정받는 경우 우선 직접 경매 유예·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피해 임차인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하거나 임대로 거주하는 등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정부의 금융지원을 통해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경매를 통해 보증금 일부라도 회수해야 하는 피해자에게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임자주택을 매입할 수 있으며, 정부의 저리 낙찰 자금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 포괄적 구제보다선별적지원에 초점

반면 특별법 마련에 따라 피해자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대상자들에 대한 보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번 대상이 지원 대상을 제한하고 있어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할 보완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특별법이 향후 전세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동산시장의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전계약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사례가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세사기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전세보증금 보호 대상에서 임차인을 제외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별법 적용 대상 범위가 다소 협소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제한적인 시장 개입 원칙을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전세사기라는 매우 예외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권력의 발동 그리고 사적인 권리관계의 국가의 개입과 우선권 행사는 최소화하는 게 헌법 정신이고 시장 원리이고 국민들의 합의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에서 제기했던 ‘선보상 후구상’ 방안이 추가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선보상 후구상에 대해 “현재 실행 가능한 방안으로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런 방안은 현재까지 있지도 않고, 그런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사진=국토부

‘피해자 대출 금리 우대’ 대책에 업계 반응은 긍정적

다음 달부터 시행될 금융지원 대책은 크게 대출우대 적용, 대출금리 인하, 대출한도 완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먼저 피해자들은 5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수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의 최고 우대 요건을 적용해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 2.15~3% 금리를 1.85~2.7%까지 우대받을 수 있고, 거치 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다만 연소득이 7천만원 이하인 경우에 한하며, 최대 대출한도는 4억원이다.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특례보금자리론도 금융지원 대상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소득과 상관없이 기존 금리에서 0.4%p 우대받을 수 있으며, 특히 주택가격이 6억원을 넘지 않을 경우 연 3.65~3.95%의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 또한 3년의 거치 기간을 허용하며, 만기는 최장 50년까지다.

LTV와 DSR 규제도 완화된다. 먼저 LTV의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80%, 경락대금대출은 낙찰가의 100%의 한도가 적용된다. 대출액 4억원 한도 기준이며 현행 비규제 지역 LTV 한도 70%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또 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면제되며, 민간 대출 심사에서도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퇴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 방안으로 보인다. 특히 경매정지와 금융지원 대책은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다만 이번 특별법과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이 향후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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