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복병으로 떠오른 아산화질소, 농업계 배출량 조절 요구돼

경기도농업기술원, 질소비료 2배 이상 사용하면 아산화질소도 2배 이상 배출된다는 사실 밝혀내 전 세계 아산화질소 배출량의 70%, 농업이 차지해 아산화질소 배출 억제 위한 다양한 기술, 농업 현장 적용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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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Andrew Draper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벼농사에 사용되는 질소비료를 2배 이상으로 과다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 역시 2배 이상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021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벼 재배 시험을 통해 질소비료 시비량에 따른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평가한 결과, 질소비료를 2배 시비 시 표준시비량 대비 아산화질소 발생량이 204%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밭농사에 질소비료를 많이 사용한 경우 아산화질소 발생량이 늘어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논농사에 적용해 발생량 증가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평가하여 아산화질소 국가 고유 배출계수를 개발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나아가 김석철 농업기술원장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도내 농업 분야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럽환경청의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 추이/사진=EEA

아산화질소, 지구온난화의 복병으로 떠오르다

아산화질소는 병원에서 통증 완화를 위한 마취용 가스로 활용되고 있는 성분이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웃음가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화질소는 흡입할 경우 웃음이 터지거나 몽롱해지는 환각 효과가 일어난다. 2017년에는 아산화질소를 몰래 흡입하기 위해 풍선에 담은 이른바 ‘해피벌룬’ 사건으로 환경부가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지정한 일도 있었다.

유해물질로 잘 알려진 아산화질소의 해악성은 환경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힘이 310배나 크다. 대기에 한 번 배출되면 수명도 100년이 넘는다. 현재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 중,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 메탄에 이어 세 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치명적인 특성 때문에 배출량이 조금만 늘어도 기온 상승에 결정타를 날리게 된다. 아산화질소는 성층권에 도달하면 자외선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사용량이 늘어가며 대기 중에 빠르게 축적되는 추세다.

아산화질소의 증가는 인간의 산업 활동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산업화 이전인 1800년대의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는 270ppb 수준이었으나, 오늘날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는 330ppb에 이르고 있다. 산업화 이후 20%나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연 발생한 아산화질소의 양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현재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 증가는 지난 수십 년간 인간의 산업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화학비료 등장으로 식량 공급은 해결했지만 

온실가스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아산화질소는 질소 순환의 균형이 깨지며 일어난 현상이다. 현재 아산화질소는 산업계 전반에서 방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 활동에 의한 아산화질소 배출량의 70%는 농업에서 비롯되는데, 농부들이 뿌리는 질소 함유 비료가 주요 원인이다.

화학비료가 등장하기 전 농장에서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질소는 거름과 질소 고정 미생물이 대부분이었고, 이 덕분에 질소 순화의 균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 질소 분자로부터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화학비료(질소비료)를 생산하면서 환경 문제가 대두되었다. 질소비료가 작물수확량을 비약적으로 높여 인류의 기아 문제와 전 세계로의 식량 공급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인류는 합성 비료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질산염과 암모늄 때문에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그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농업의 비중이 비교적 작다. 이 때문에 아산화질소가 전체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1.98% 남짓이다. 반면 대규모 경작지를 운영 중인 미국의 경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7%가 아산화질소라고 알려져 있다. 식량 증산이 활발한 중국과 인도, 브라질도 아산화질소 배출 증가세가 가파른 편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아산화질소 배출 억제, 농업 현장에서부터 실천해야

아산화질소를 줄이는 방법은 농사를 지을 때 뿌리는 비료량을 조절하는 데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비료량을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질소비료를 줄이는 것은 농산물 생산 감소와 직결된다. 이에 아산화질소 배출을 적절하게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비료를 시비할 때 아산화질소가 과다사용되지 않도록 수지 등으로 비료를 피복하여 토양에 침투되는 속도를 제어하는 피복 비료가 개발되고 있다. 나아가 원격 감지 기술을 사용하여 언제 어디서 질소를 밭에 추가로 시비할 것인지, 얼마를 추가로 시비할지를 결정하는 정밀 농업기술 또한 도입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콩, 식물과 협력하는 것처럼 특정 미생물이 식물에 질소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상당 수준 이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아산화질소를 질소(N2)로 전화하는 반응을 담당하는 미생물의 힘을 키우거나, 이 반응을 진행시키는 능력이 높은 생물을 농경지에 첨가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한편 일본 도쿄대학 농학생명과학과에서는 아산화질소를 무해한 질소(N2)로 변환하여 생육하는 미생물을 논 토양에서 검출하고 분리하여 배양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원들은 이 아산화질소 환원 미생물을 토양에 첨가해 이용하면 질소의 손실을 억제하면서도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산화질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으나, 농업 현장에 도입이 되지 않는다면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지구온난화의 복병인 아산화질소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농업 현장에서부터 아산화질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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