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규제 해결책이 ‘토크콘서트’? 때아닌 정부의 판정단 놀이에 업계 ‘격분’

규제 장벽에 신음하는 의료·바이오 기업, 중기부가 내놓은 해답은 ‘토크콘서트’? 비대면 진료 등 업계 갈등 깊어지는 상황, 단순 불만 표출-여론 형성 대안에 ‘뭇매’ 사실상 무의미한 ‘국민판정단’, 전문성 갖춘 논의 거친 ‘규제 완화’ 등 합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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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판교 코리아 바이오파크에서 열린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등 끊이지 않는 규제와 분쟁으로 의료·바이오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련 분야 스타트업 ‘규제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중기부는 30일 이영 장관 주재로 판교 코리아 바이파크에서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토크콘서트를 개최, 스타트업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일방적인 불만 호소와 무의미한 판정이 반복되는 토크콘서트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규제 장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안건의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먼저 도출하고, 이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부의 규제 철폐 방안, ‘토크콘서트’와 ‘국민판정단’

이번 토크콘서트는 원격 의료, 임상 시험 등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중기부가 내놓은 방책이다. 행사는 스타트업이 규제를 호소하면 중기부가 모집한 22명의 국민판정단이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일부 규제 완화로 사업화는 됐지만 핵심 규제로 인해 상용화가 불가한 사례(팥 없는 찐빵) △기술은 있으나 이해 관계자 간 갈등으로 도입이 어려운 상황(그림의 떡) △신산업 분야에서 기기나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기준이 부재한 경우(맨땅의 헤딩) 등 규제 장벽 유형에 따른 해결 방안 논의가 이뤄졌다.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휴이노는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신호가 발생할 경우 내원을 안내하는 기기를 개발했지만, 이를 의료 행위로 인정받지 못해 수가를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디지털 기술 기반 비대면 임상시험 솔루션을 개발한 제이앤피메디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사업 진척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규제로 사업 위기에 직면한 플랫폼 기업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영 장관은 “중기부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 참여와 지지를 통한 새로운 규제개혁 방안을 도입했다”면서 “국민 공감이라는 큰 힘을 바탕으로 민간이 더 자유롭게 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방해되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조건적인 불만 표출과 ‘국민판정단’의 무의미한 투표가 실제 시장 상황을 바꾸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대면 진료’ 두고 갈등의 골 깊어져

현재 규제로 인해 발생한 의료·바이오 업계의 각종 갈등은 단순 ‘토크콘서트’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일례로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비대면 진료’의 경우 시범사업을 두고 이해관계가 부딪히며 시행 전부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한시 허용’ 시기와 달리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제한되고, 약 재택 배달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산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면 진료 대비 30% 높은 비대면 진료의 수가와 관련해서도 의료계와 산업계의 의견이 부딪치는 중이다. 사실상 정부가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정부 시범사업과 관련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은 대폭 축소했지만 의약계를 위한 수가는 증액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추진방안이 사실상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비판이다.

한편 시범사업 추진 방안에 요구사항 대부분이 반영된 의료계도 정부 방침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정부가 휴일·야간에 한해 대면 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소아에 대한 ‘처방 없는 진료’를 허용한 부분을 두고 꾸준히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소아 진료에 대해서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현장 전문가 입장을 반영 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매우 경악할 일”이라며 “아이들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아이들 목숨을 걸고 의사들한테 도박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의약계 역시 시범사업 추진 방안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지정 약국에서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약품 수령을 원칙으로 하고, 의약품 재택 수령의 범위를 최소화 한 점은 의약품의 안전성에 관한 약사회의 우려를 반영해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비필수·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처방 제한, 플랫폼 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는 것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pexels

여론 조성보다 ‘업계 합의 도출’ 선행돼야

정부는 이와 관련해 시범사업 시행 후 3개월간 환자와 의료기관 등의 시범사업 적응을 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이날 행사에서 뒤늦게 비대면 진료 규제와 관련한 ‘국민판정단’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행사에서 국민판정단 22명 중 21명은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민판정단’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은근슬쩍’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긴 시간 관련 논의가 이어지며 각 업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먼저 객관적인 자료 및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업계가 ‘규제 완화’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비대면 진료 규제의 가장 큰 쟁점은 ‘재진 한정’ 비대면 진료 허용이다. 해당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22명에 그치는 ‘국민판정단’에 의견을 구할 것이 아니라, 왜 초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지 각 업계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자료가 제시됐어야 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이뤄진 비대면 진료 건수 △한시적 허용 당시 1,300만 명에 달했던 비대면 진료 수요 △고객 이탈로 인한 플랫폼 업계의 ‘줄도산’ 위험 등 내세울 근거는 수없이 많다.

의약계와 산업계가 몇 달이고 비대면 진료 규제와 관련해 부딪히는 동안, 정부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기는커녕 장난 같은 ‘토크콘서트’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당장 시범사업 시행이 목전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모호한 여론 형성으로 상황을 무마할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하에 확실한 합의와 결론을 도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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