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설립 추진단 출범, 우주경제 강국의 청사진 그릴까

尹 대통령,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발표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한다”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출범, 우리나라 실제 기술력은 어느 수준일까? 기관의 위상, 항우연 처우 등 시스템 문제 뒤따르는 우주항공청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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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 참석했다.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2045년까지의 정책 방향을 담은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기 위함이다.

로드맵에는 5년 내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독사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여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을 채굴하고,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 화성에 착륙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시간대별 계획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달의 자원과 화성의 터전을 선물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며 “우주 강국을 향한 꿈은 먼 미래가 아니라 아이들과 청년들이 가질 기회이자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 발표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항공청 설립 업무를 수행할 ‘우주항공청설립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선도형 우주항공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미래 우주항공 분야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민간 중심의 우주항공 산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부터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준비 TF’를 구성해 추진단 조직 구성과 설치 훈령 제정 등 추진단 신설을 준비해 왔다. 이날 대통령 훈령이 발령됨에 따라 우주항공청 설립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추진단에는 우주항공 업무와 더불어 조직·법령·재정 등을 담당하는 7개 관계부처 및 관계 기관이 참여한다. 최원호 과기정통부 국장이 단장을 맡아 추진단을 이끈다.

발사되기 직전 누리호의 모습/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우주 산업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세계 우주산업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7천500억 달러, 2040년에는 1조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미래 먹거리, 우주 발사체 시장에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의 기업이 앞다퉈 진입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내 우주 산업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주 산업 발전 단계를 크게 태동기, 정착기, 성숙기 등 3단계로 구분했다. 태동기는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산업 기반이 조성되는 단계다. 정착기는 민간 기업 참여가 시작되는 단계며 성숙기는 기업 주도 우주 기술 개발로 산업 생태계가 한층 다양해지는 때를 뜻한다. 과기정통부는 이 가운데 국내 우주 산업이 태동기를 거쳐 정착기 단계를 밟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착기에서 태동기로 옮겨가는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을 비롯한 민간 기업의 활발한 참여로 우주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우주 산업의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냉전 시대 종식 이후 미국 정부는 NASA 예산 배정을 대폭 줄이고 권한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넘겼다. 이렇듯 기존의 중앙집중적인 우주 산업의 탈중앙화 흐름을 뜻하는 용어 ‘뉴스페이스’도 등장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의 판단과 달리 국내 우주 산업은 여전히 중앙집중적인 ‘올드스페이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우주 산업 규모는 3조2,610억원으로 세계 우주 산업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는 우주 기기 제작 5,161억원(15.8%), 우주 서비스 2조7,449억원(84.2%) 등의 순으로 산업 생태계도 고르지 못하다. 우주 산업에 속한 359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고작 13개(3.8%)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이 321개(89.4%)로 압도적 비중을 가질 만큼 ‘규모의 경제’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모습/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물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 기업의 우주 발사체 시장 진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기는 하다. 국내 기업 300여 곳이 누리호 설계부터 함께 참여해온 만큼 발사체 기술과 성공 노하우가 민간으로 이양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로켓, 한빛-TLV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월 진행한 모의시험에서 발사체가 30여 분 만에 수직으로 기립하는 데 성공한 가운데, 오는 12월에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 센터에서 첫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엔 50kg급 운송 능력의 ‘한빛-나노’ 발사체 개발을 마치고 2024년부터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7년 9월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기술을 적용한 소형위성 발사체를 개발하고 위성을 우주 궤도로 운송하는 발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소형위성이 각광받는 우주 산업 트렌드를 읽은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를 설립, 소형위성 발사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이노스페이스의 약진은 중앙정부의 충분한 연구 및 개발에 기반을 둔 사례는 아니다. 발사체 개발의 경우 정부 프로젝트도 예산 부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왔고 그 탓에 기술 발전이 더뎠다. 이런 와중 2017년 9월 설립한 신생 기업이 자신들만의 기술력으로써 우주 산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NASA에서 충분히 연구를 마친 뒤 그 기술력을 민간으로 이양한 형태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야 정부 주도의 우주항공청 설립이 논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우주 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이양되는 태동기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이른 판단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우려도

우주항공 정책과 기술을 한데 아우를 정부 기관의 설립은 과학계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이번 우주항공청 설립 발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의 위상이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우주항공청을 어떤 위상의 기관으로 만들 것인지와 관련해 정부가 우주 전문가와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과학자들의 목소리는 ‘부급 기관’으로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으로 둘 것이 아니라 장관급이 조직의 수장을 맡는 중앙행정기관과 동일한 위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문 그룹장은 “청장급 수장은 장관들이 모이는 국무회의에 들어갈 수가 없다”며 “우주 전략 수립과 실행에 관한 범부처 협력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우주항공청의 모델로 삼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항공청보다 높은 수준의 기관이다. NASA의 수장은 장관급이며 대통령이 지명한 뒤 의회의 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우주항공청을 ‘한국판 NASA’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다.

우주항공청을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두자는 의견도 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각 부처의 중복 정책 방지와 정책 조정 기능을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이 어떻게 하겠느냐”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형태의 기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한국으로 따지면 대통령실에 해당하는 내각부 산하의 조직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처우도 열악

시스템의 문제는 기관의 위상뿐만이 아니다.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처우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항우연 연구진에게 특별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항우연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을 외면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선 다누리를 개발한 항우연 연구진에게 특별 성과급 42억4,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누리호와 다누리 개발 기여자 470여 명이 수혜 대상으로, 1인당 평균 900만원 정도가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우연 내부에서는 성과급 지급을 마냥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라기보다는 일회용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조는 처우 개선과 관련된 수권예산 상한선을 인상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역설해 왔다. 수권예산이란 연구과제 수주액, 정부 출연금 등을 포함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을 일컫는 말로, 연구과제를 통해 인건비를 충분히 확보해도 수권예산 상한이 낮아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 연구진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수권예산 상한만 조정하면 추가 예산을 따로 편성할 필요 없이 처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다른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을 두고 항우연만 수권예산 상한을 높이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주항공청의 위상과 항우연 처우 등 우주 산업 개발을 도모하기 전 여러 가지 시스템적인 문제가 남아있는 상태다. 정부는 항공 기술력의 막연한 미래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기술이 무리 없이 발전될 수 있도록 행정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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