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아파트 인기라는데, 지방·빌라 시장은 “부동산 회복? 먼 나라 얘기”

‘럭셔리 주거 생활’ 내세운 최고급 아파트 경쟁 조경·커뮤니티 시설에 공사비 추가 투입하기도 빌라 강제경매 ‘역대급 수준’, 매각 자체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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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내 조경의 일부/사진=GS건설

부동산 시장이 본격 회복세에 들어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내 양극화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면서까지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운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는 반면, 지방과 빌라 시장에서는 강제경매와 유찰이 반복되면서 시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고급화될 대로 고급화된 자재, 단지 특화 설계 ‘총력전’

최근 강남과 한남 등 주요 지역에서는 조경 고급화에 나서는 단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가 대표적인 예다. 해당 단지는 대지 면적의 약 45%를 조경에 할애하면서 용역사로 에버랜드 조경팀을 선정했다. 이는 통상 30%대인 재건축단지들의 조경 면적 비율의 1.5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투입된 조경 공사비는 3.3㎡당 6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가 한창인 단지에서도 조경 공사비를 증액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내년 1월 입주를 위해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식재 수목 확대를 위해 조경 공사비를 200억원 증액했다. 전체 공사비 중 조경에 투입되는 자금에 인근 단지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예비 입주자들의 원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합은 기존에 예정돼 있던 단지 내 나무를 10만 그루에서 40만 그루로 늘리고 70,000㎡ 규모의 숲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단지가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경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단지 고급화 때문이다. 인테리어, 마감재 등 건물에 사용되는 자재가 상향 평준화되며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단지 환경을 좌우하는 조경 특화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다. 오는 10월 준공을 앞둔 브라이튼여의도 역시 ‘럭셔리 주거 라이프’를 콘셉트로 내걸고 고급화에 힘썼다. 특히 일부 씨티뷰 타입에 적용된 돌출형 테라스는 프라이빗 미니 정원을 떠올리게 하며 저층 선호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내 자재나 내부 구조는 이제 다들 고급화가 이뤄져서 조경이나 커뮤니티 같은 단지 특화 설계에 힘을 싣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찰에 유찰 반복, 노후 빌라 억지로 떠안는 세입자도

반면 다세대, 연립 등 빌라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매 시장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한 강제경매가 줄을 잇고 있지만,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제경매 물건은 이른바 ‘깡통주택’일 가능성이 커 거듭된 유찰로 가격이 떨어져도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A빌라(40㎡)는 지난해 11월 임차인의 요청으로 강제경매가 개시됐지만, 10개월 동안 총 8차례 유찰을 반복했다. 당초 3억원의 감정가에서 시작한 경매는 최근 600만원까지 떨어졌음에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만큼 2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도 물건과 함께 승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매에 들어간 물건을 낙찰받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는 시장이 회복하면서 강제경매 신청 건수가 꾸준히 줄고 있지만, 빌라는 도리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빈번한 유찰로 매각 자체가 어려운 만큼 임차인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별 양극화도 모자라 ‘지역 내 양극화’까지

지역 내 양극화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비해 지방 중소도시는 각종 기반 시설 등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역 내 양극화는 청약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장 활성기에는 상대적 비인기 단지들도 분양을 시작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청약자가 있었지만, 시장이 조정기를 거치면서 입지에 따라 극과 극의 청약 성적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강원도 원주 무실동의 원주무실제일풍경채로 나타났다. 무실동은 원주에서 주거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해당 단지에는 총 2만8,873건이 1순위 접수되면서 지난해 원주 전체 1순위 접수량(4만3,491건)의 66.4%를 차지했다. 지방 도시 청약접수 건수 2위를 차지한 포항자이애서턴 역시 포항 전체 접수량(8만1,027건)의 35.3%인 2만8,572건을 독식해 청약 접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2분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1순위 청약 통장을 사용하려는 수요자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불안감이 있는 만큼 가치가 증명된 일부 지역에 청약이 몰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장 회복 기대감 팽배, 고급 아파트 수요 심리 계속될 듯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고급 아파트들의 인기는 최근 수요자들이 몰리며 다시 시장의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집값이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시세 하락 가능성은 옅어지고 있으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고강도 세금 규제가 이어지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가 높고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선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없는 고급 아파트들이 관심을 받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양극화에 따라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하나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면 더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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