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복지 대안으로 부상한 ‘안심소득’ 서울시 5년 로드맵 시작

서울시, 6일 ‘2022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 개최해 새로운 복지제도 모색 비슷한 듯 다른 기본소득과 안심소득, 국내 실정 반영해야… 지속적인 논의 및 5년간의 연구과정 통해 미래 복지대안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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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안심소득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출처 = 서울시 공식 유튜브>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사고들이 반복되면서 기존 복지제도가 코로나19 같은 중대한 사회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소득보장제도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시 역시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미래 소득보장제도 마련을 위한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세 모녀 사건’ 등 비극 되풀이 안 돼… 사각지대 줄이기에 총공력

지난 8월 경기 수원의 한 연립주택에 세 들어 살던 세 모녀가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세 모녀는 각각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로 어머니는 암 투병을, 큰딸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빚 독촉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독촉을 피해 경기도 화성에서 수원으로 전입신고 없이 이사했으나 호적상 주소가 변경되지 않아 ‘신청주의’에 기반한 기존 복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임에도 어떤 보장도 받지 못한 세 모녀는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사건은 비단 수원 세 모녀 사건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보육원에서 자립을 준비하던 청년도 결국 어려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바 있다. 

결국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마련해 대상자들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 역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소득보장 정책을 모색한다며 6일 ‘2022년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개최했다.

해당 포럼에는 세계 각국에서 소득보장 실험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와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했으며, 오세훈 시장도 직접 토론자로 나섰다. 오 시장은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앞서 빈곤층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아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안전장치로써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소개하고각국 연구자들과 미래복지 해법을 논의했다.

우파형 기본소득이라는 ‘안심소득’ 기본소득과의 차이는?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미래복지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의 일정 비율을 채워주는 새로운 소득보장제도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미래복지로,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새로운 복지정책 도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검토하기 위한 정책실험의 성격을 갖고 있다. 재산의 소득 환산, 부양의무자, 근로능력 유무 입증 등으로 선정기준이 까다로운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지원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오 시장이 ‘기본소득의 우파 버전’이라고 말하며 그만의 복지정책 브랜드로 개발해온 안심소득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주장한 기본소득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기본소득이 모든 국민에게 초기 1인당 매년 5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1인당 매월 5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라면,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미만 가구에 미달 금액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즉 기본소득은 부자에게 기본소득으로 세금 일부를 환급해주는 것이고 안심소득은 부자에게서 거둔 세금을 저소득자에게 나눠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만일 지급금액과 세율이 동일하고 세금이 소득세뿐이라면 절차의 차이만 있을 뿐 소득 분배 측면에서 둘은 동일한 효과를 낸다. 

기본소득은 수혜자 선별과정이 없어 행정비용이 적고 수급률도 높으며 복지 수혜자에 대한 낙인도 해소된다. 반면 안심소득은 기본소득보다 조세나 정부지출 규모가 작아 납세자의 부담이 적고, 받는 사람 역시 스스로 노력한 노동의 결과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기존 복지제도처럼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핀란드 역시 기본소득을 시범 시행했을 때 실업률 감소를 최우선 과제로 진행했지만, 실제 근로일수가 크게 향상되지 않아 근로 유인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기본소득은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서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 안정성은 제공할 수 있으나 근로-복지 연계의 측면에서 기본소득이 고용을 증진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 복지 재원 부족한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안심소득’ 미래 위한 대안될까?

2018년 OECD의 사회지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10.8%로 비교 대상인 OECD 36개 국가 중 35위이다. 즉 우리나라는 세금 부담이 낮은 대신 복지 역시 낮은 국가이다. 국민부담률 또한 OECD 평균치인 34%보다 매우 낮다.

따라서 공공재원으로 마련해야 하는 적극적 복지 성격의 기본소득은 재원 부담으로 인해 선뜻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안심소득을 제안한 것이다.

사실 안심소득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알려진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개념을 응용한 대안이다. 음의 소득세는 소득수준이 기준점보다 낮은 가구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높은 가구에는 세금을 걷는 제도로 이외 일부 복지제도는 음의 소득세로 통합된다.

서울시는 이러한 제도를 수정하고 정책화해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제시했다. 이는 소득(기준 중위소득 85% 이하)과 재산(3억2,600만원 이하) 기준을 충족하는 1,600가구에 2~3년 동안 안심소득을 지급하고, 비교집단으로 선정된 가구와 함께 5년 동안 변화를 연구하여 안심소득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번 사업은 소득과 재산을 각각의 기준으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복지 수급층이 스스로 요건 증명을 위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서울 시민 극빈곤층 4.3% 지원에 머물러 있는 복지 수준을 넘어 소득 하위 33%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했기 때문에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미 서울시는 올해 7월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중위소득 85% 이하 1,100가구를 추가 선정해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안심소득 급여 지급 기간을 포함한 총 5년의 연구 기간 동안 시기별 총 8회에 걸쳐 일과 고용·가계경제·주거환경 등 7개 성과영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서 소득 격차 감소나 근로의욕 저하 예방과 같은 사회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삶의 질 전반에 걸친 개선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해 새로운 소득보장지원체계 마련에 기반을 닦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서울시는 안심소득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국가주도형 복지가 아닌 국민들이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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