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는 교권 추락에 대응책 내놨지만, 실효성은 ‘물음표’

학부모 민원 창구, 교사→학교로 일원화된다 현직 교사 “교사는 ‘스승’아닌 아이 돌보는 ‘서비스직’으로 전락한지 오래” 서울시교육청 교권 보호 방안 취지 좋지만, 업무 과중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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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초등학교 교사, 악성 민원으로 직무 해제된 특수학교 교사 등의 사례로 불거진 교권 침해 논란에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권 보호를 위해 학부모의 민원 창구를 개인 교사가 아닌 학교로 일원화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도 아동학대 등으로 소송당할 경우 소송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원 보호 위해

2일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에는 교사의 실질적인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신속한 법령 개정 요구 ▲법적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 강화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 구축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교육청은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 교사의 면책권을 부여하고, ‘초중등교육법’에 정당한 교육활동 범위를 명시해 학교장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등교정지’나 전문적인 상담·치료를 권고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교원지위법’에는 교육활동 침해 학생과 교사를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교사들이 큰 부담을 호소하는 ‘학부모 직접 민원’에 대해서는 교사가 아닌 학교가 1차적으로 민원을 접수해 각 교사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창구를 일원화한다. ‘교사 면담 사전 예약시스템’을 개발해 내년부터 일선 현장 교사의 민원 부담을 덜겠단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사전 예약 방식은 모든 악성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북받치거나 욱해서 하는 연락을 막을 수 있도록 ‘숙려 시간’을 갖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학교에 ‘민원인 대기실’을 만들어 학교에 방문하는 민원인이 절차에 따라 민원을 접수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실 내 CCTV도 설치한다. 아울러 교육 활동 중 교원이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소송비도 지원한다. 이로써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의결을 받아야 했던 기존과 달리, 앞으로 분쟁 사안이 확인되면 교육청에서 소송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체계가 정립될 예정이다. 비용 지원 범위도 조례 개정을 통해 ‘교육활동 침해 피해 교원’에서 ‘교육활동으로 소송 중인 교원’으로 확대한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관련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단 지적이 일부 제기됐다. 이에 조 교육감은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충하지 않는다”며 “학생의 책무성 강화 방안을 추가하기 위해 구체적인 의견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교육감으로서 옳고 당연한 것을 가르치는데 대단한 용기를 내야 하는 현실에 강한 책임을 느낀다”며 지속적으로 교사가 체감할 수 있는 교육활동 보호 방안 수립을 약속했다.

문제는 추락한 교권 아닌 교사에 대한 사회적 직위 하락

앞서 지난 6월 말 국회에서 열린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여러 교권 침해 사례가 소개됐다. 학부모로부터 교사가 받은 악성 민원과 인격 모독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토론회에 참가한 한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차에 폭탄을 설치해 죽이겠다’, ‘가위로 목을 자르겠다’는 비난을 들었다”고 밝혔으며, 다른 교사는 “수업 중 학생들 앞에서 폭언,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이 교사에게 가하는 인격 모독도 심각하다. 경기 지역 한 교사는 “한 학생에게 교실 내에서 욕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도했지만 못 들은척하면서 내 앞에서 욕을 더 많이 하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교사로서의 지도력마저 상실케 한 지나친 교권 침해에 일부 교사들은 ‘교사’라는 사회적 직위가 교육자에서 서비스직으로 변모한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한 누리꾼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교사는 내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직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사를 홀대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게재했고,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교사도 일종의 서비스직, 정신 차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현직 교사 5명 중 4명은 교직 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4월 28일부터 5월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42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교직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지에 대한 물음에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는 응답은 23.6%(1,591명)에 불과했지만, ‘별로·전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은 48%(3,243명)로 절반에 육박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58.2%(3,927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연, 해결될까?

일각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민원 창구를 교사가 아닌 학교로 일원화하고,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분쟁 조정을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은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단 얘기다. 실제로 한 학부모가 악의적인 민원을 지속적으로 청구해도 학교는 민원을 차단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다. 즉 학부모가 특정 교사를 겨냥해 악의적으로 민원을 자주 넣을 경우 학교 입장에서는 해당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될 수 있다.

나아가 안 그래도 바쁜 교사의 업무에 부담스러운 업무가 추가되는 형국이란 비판도 있다. 학교 내 공식적인 민원 창구를 설치하더라도 해당 업무를 담당할 교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사 한 명이 일주일에 약 7.23시간 가량 행정업무를 처리해 학생 지도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교권 보호를 위한 교육청의 조치가 오히려 교사들을 업무 가중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교내 분쟁조정위원회 신규 설치도 마찬가지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은 “분쟁조정위를 새로 설치하는 것보다 현행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기능을 지역교육청으로 이관해 행정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실효성 측면에서도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교육청의 교원 보호 취지에 적극 공감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더 청취해달란 요청도 덧붙였다. 정혜영 서울 교사노조 대변인 역시 “추후 도입될 사전 예약 시스템에 교사가 아닌 관리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과도한 민원에 대한 제재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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