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종량제 도매대가 인하… 정작 인기 요금제는 제외?

알뜰폰 종량제 데이터 도매대가 19.8% 인하 도매대가 인하는 하지만, 정작 주요 요금제 인하는 ‘난항’ 이통3사와 대기업이 장악한 알뜰폰 시장.. 중소업체 영향력 약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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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뜰폰>

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알뜰폰 ‘종량제 도매대가’를 낮추기로 했다. 이에 데이터는 1.61→1.29원/MB(-19.8%), 음성 8.03→6.85원/분(-14.6%)으로 인하하는 등 알뜰폰의 요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또 이통3사 자회사와 선불폰 중심의 중소 알뜰폰 사업자 간 상생을 위해 이통3사 자회사는 선불폰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선불폰 사업을 철수한다. 알뜰폰 가입자가 이통3사 가입자처럼 통신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휴카드를 지속 확대하고자 알뜰폰사-카드사 간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알뜰폰이 국민의 신뢰를 받으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알뜰폰의 지속성장을 위한 이용자 보호 및 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음성, 데이터, 단문 메시지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종량제 도매대가를 인하한다.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T는 데이터 도매대가를 20% 인하해 1원 초반대에 진입했는데, 이번 방안으로 알뜰폰 사업자가 더 경쟁력 있는 자체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가 알뜰폰사에 도매제공 중인 LTE, 5G 요금제의 수익 배분 대가율을 1~2%p씩 인하해 더욱 저렴한 요금제가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5G 평균 사용량을 고려한 요금제(20~30GB 구간) 도매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개발 등을 신속히 진행해 내년 1월 중에 알뜰폰 이용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이와 함께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LTE·5G 요금제에 데이터 QoS를 포함해 요금제를 구성·출시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가 알뜰폰사에 데이터 QoS를 신규 도매 제공한다.

알뜰폰 허브 이용자가 다양한 전자서명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 모듈 탑재를 추진하며 지속적으로 이용자 불편사항을 발굴해 개선한다. 특히 ‘모두의 요금제’와 같은 민간 플랫폼도 성장할 수 있도록 단말기 지원금과 중고폰 시세 조회 등 통신 관련 정보 연계 확대 등 지원을 강화한다. 우체국 알뜰폰을 통해 어르신 대상 무료 영상통화 등 맞춤형 요금제 및 신학기 청소년을 위한 이벤트 요금제 등을 출시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판로를 지속 확대한다. 우체국뿐만 아니라 신규 유통망을 발굴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판로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의 비용 부담 완화와 저렴한 요금제 출시 유도 등을 위해 기존 올해까지로 규정돼 있던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한다. 알뜰폰 사업자의 안정적인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 연장을 추진한다. 현재 도매제공 의무제도 일몰 폐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또 현재는 법률로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규정하고 있으나 서비스 특성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사업자별로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이 같은 제도 개선 방안은 국무조정실 규제 혁신추진단과 논의를 통해 마련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제도 개선 필요과제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는 알뜰폰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알뜰폰 가입자가 최근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해 1,200만명을 돌파한 중요한 해였다”면서 “이번 알뜰폰 활성화 방안에 따라 알뜰폰 업계가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예정이며, 향후 인수합병 등을 통해 개별 알뜰폰사의 경쟁력이 보다 향상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알뜰폰 도매대가는 매년 나오는 이야기… 왜 안 되나?

한편,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놓고 SK텔레콤과 알뜰폰 업계가 대립할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는 수년째 제자리인 주력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가 정부 활성화 대책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비용 지출 확대 등 수익 악화를 우려하며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알뜰폰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사 망을 빌려 상품별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도매대가를 두고 정부와 매년 협상해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협상안에 맞춰 도매제공 가격을 조정한다.

관련하여 SK텔레콤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종량제 도매대가를 인하했다. 음성은 분당 26.4원에서 8.03원까지, 데이터는 1MB당 4.51원에서 1.61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반면 RS로 제공되는 알뜰폰 주력 요금제의 도매대가는 수년째 제자리다. 월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 3만9,600원에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 ‘밴드 데이터’는 2017년 결정된 수익 배분율 40%에서 유지되고 있다. 6만5,890원에 데이터 1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2019년 50%로 정해진 뒤 추가 인하는 없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적은) T플랜 요금제 대가는 인하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매년 2%포인트씩 낮춰주는 건지 모르겠다. 5G 요금 제도 수익 배분율이 60% 수준으로 높아서 못 판다”라며 “한마디로 말하면 300MB, 1.2GB, 11GB 등 3개 밴드 데이터 요금제 도매대가만 인하해도 된다. 그 정도로 중요한 요금제다. 요금제 전 구간에 걸쳐 도매대가를 조금씩 낮춰준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주력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가 내려가면, 알뜰폰 요금제 인하에 따른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텔레콤은 알뜰폰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긴 어렵단 입장이다. 밴드 데이터 요금제 운용이 사실상 중지된 상황에서, 상품 유지·관리 비용뿐만 아니라 할인비용 지출은 부담스럽단 것이다. 실제 SK텔레콤은 T플랜 요금제 출시 이후 밴드 데이터 요금제 신규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매년 인하 발표는 하지만, 정작 사용자 많은 LTE 요금 할인은 안 해줘…

과기정통부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매년 망도매대가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데, 2020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11GB +2GB/일’ 요금제에 대한 망도매대가는 내리지 못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수익 배분 방식(RS, Revenue Share) 50%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알뜰폰 주력이 5G가 아닌 LTE이고, 데이터를 많이 쓰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LTE 구간 중 가장 핵심 요금제 구간이 망도매대가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11GB +2GB/일’ 요금제에 대해서는 RS 인하는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뜰폰 업체의 경우 요금 설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통사의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망도매대가 인하는 RS 비율을 알뜰폰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LTE 고가 요금제의 경우 저가 요금제에 비해 알뜰폰 업체들이 수익을 가져가는 비율이 낮았다. 하지만 LTE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번 망도매대가 인하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LTE 무제한 요금제 ‘11GB +2GB/일’ 요금제의 망도매대가 인하가 올해도 이뤄지지 않아 ‘인하 발표’의 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LTE 요금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금제는 ‘11GB +2GB/일’ 요금제다. 우리는 다른 요금제는 RS가 인하되지 않아도 좋으니 ‘11GB +2GB/일’ 요금제 RS는 꼭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라며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하되지 못했다.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긴 하다”라고 말했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폴리시코리아>

알뜰폰 살리는 방법, 통신사 제한이 아니라 새로운 해법 찾아야

고물가 국면에서 알뜰폰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9년 말 774만9,516명이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올해 7월 1,184만8,207명으로 52.5%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알뜰폰은 내년 말 ‘가입자 1,500만명’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알뜰폰의 무기는 저렴한 요금제다. 알뜰폰 SK세븐모바일의 데이터 110GB(속도제한 5MBㆍps)를 제공하는 5G 요금제(이하 동일)는 5만3,900원, 헬로모바일은 180GB(속도제한 10MBㆍps) 상품을 5만5,000원에 누릴 수 있다. 일부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데이터 100GB가 넘는 양을 제공하면서 3만원 후반대에 서비스하기도 한다. 이통3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중간 요금제가 월 6만원 수준에 30GB 안팎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걸 감안하면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은 상당하다.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해서 알뜰폰 업계의 앞날이 꽃길인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알뜰폰 업계의 ‘고질병’은 존재한다. 이통3사는 자회사를 통해 직접 알뜰폰 소매 사업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ㆍ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미디어로그ㆍLG헬로비전 등 알뜰폰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들 5곳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0%(휴대전화 회선 기준)를 돌파했다. 국내 알뜰폰 업체가 70여 곳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5개 업체가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5개 업체뿐만이 아니다. 은행권 최초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도 올해 가입자 수 30만명을 돌파하면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어서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듦에 따라 시장에 격전이 예고된다.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알뜰폰 사업자 가입자 10만명 안팎의 중소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기존 이통3사 자회사들은 물론, 같은 금융권인 KB국민은행, 군소업체들과 경쟁이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토스의 가세와 관련, 알뜰폰 업계는 “공정한 경쟁이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금융권의 잇따른 시장 진입에 경계감을 내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본업이 따로 있는 금융사는 도매대가 이하로 출혈을 보면서 저렴한 요금제 상품을 공급해도 무방하다”면서 “꼭 돈벌이가 아니더라도 결제 서비스와 통신 빅데이터 등 부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출혈경쟁을 각오한 대기업들이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로선 가입자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최상위권 사업자로 꼽히는 SK텔링크와 미디어로그, KT엠모바일의 수익성은 변변치 않다. SK텔링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2%나 줄어든 67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디어로그는 매출(2,477억원)은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3억원에서 30억원으로 2.3배가 됐다. 사실 이 회사는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연간 단위)를 낸 적이 없다.

알뜰폰의 진짜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알뜰폰이 출범하던 2010년으로 되돌려보면,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사업으로 출발했다. 원래 명칭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으로, 통신망이 없는 사업자가 이통3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소비자에게 재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서비스였다. 이통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경쟁을 활성화해 통신요금을 떨어뜨리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했던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 도입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알뜰폰이었다. 2012년 3월 정부는 MVNO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홍보용어로 알뜰폰을 선정하면서 육성을 본격화했다. 이때 정부가 내세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알뜰폰 사업자가 늘어나고, 마케팅 경쟁 역시 단말기 보조금 중심에서 요금·서비스로 옮겨갈 것이다. 아울러 이용자의 통신사 업자 선택권이 자연스럽게 커져서 값싼 요금상품을 이용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통신 시장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아닌 새 사업자가 등장하면 요금·서비스 경쟁이 활성화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그 목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중소 알뜰폰 업체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걱정하는 처지다. 단지 중소 알뜰폰 업체만의 문제일까? 70여 개에 이르는 중소 알뜰폰 업체가 고사하면 당장 소비자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사업자 간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약해질 것이다. 결국, 애초 알뜰폰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원상 복귀다. 단순히 이통3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구조 개선이라는 알뜰폰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이통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 경쟁을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의 지원정책 역시 단순 재정지원보다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 확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힘 있는 포식자의 세상이다. 이통3사 자회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KB국민은행, 토스 등 자본력 있는 기업의 시장 진출까지. 전체적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늘더라도 이통3사와 대기업의 경쟁으로 변질되어 시장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미 없는 정책이 아닌, 중소 알뜰폰 업체가 정당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지원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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