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흑자전환’ 성공, 월스트리트 예측보다 1년 빨라

쿠팡, 지난 3분기 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 영업이익 7,742만 달러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의 영업 부진 가운데 이룬 성과 ‘라이브 커머스’ 등 사업 가속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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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all Street Journal

쿠팡이 지난 3분기, 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0일(현지 시각)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동안 51억133만 달러의 매출액과 7,742만 달러의 영업이익 9,067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래, 8년간 누적적자 6조원을 감수하며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해 온 것이 드디어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영업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성과다. 아마존은 지난 1분기 7년 만에 순손실(38억4,000만 달러)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20억3,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최근 발표한 3분기 매출(1,271억1,000만 달러)도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1,274억6,000만 달러)을 밑돌았다. 알리바바도 지난 8월 발표한 1분기 회계연도(4~6월) 매출액이 2,055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0.09% 하락했다. 알리바바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4년 뉴욕 증시 상장 후 처음이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징동닷컴의 2분기 매출 성장률(5.4%)도 분기 매출 기준 사상 최저였다.

월스트리트에서도 기대 못 했던 초고속 흑자전환

쿠팡의 흑자전환에 대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의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했다. 실적발표에 앞서 공개된 쿠팡 분석 보고서에서 JP모건은 쿠팡의 올 3분기 영업손실을 약 2,600만 달러(약 368억원)로 내다봤으며 골드만삭스도 전체 영업 적자 규모를 3,500만 달러(약 490억원)로, 전년 대비 8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의 매출 예상치는 지난해보다 약 10% 늘어난 51억 달러 정도다. 이날 쿠팡이 발표한 실적(약 51억133억 달러)과 대체적으로 부합했다.

특히 JP모건은 쿠팡이 물류 운영 효율화에 따른 비용 절감 요인으로 적자를 줄이더라도 올해 4분기 들어서야 첫 영업이익(3,400만 달러)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에서는 “시장에선 쿠팡의 첫 분기 흑자 전환 시점을 내년 3분기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그보다 이른 4분기로 예측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으나 글로벌 투자은행들 중 가장 공격적인 예상을 했던 JP모건의 예상치보다 더 빠른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9일 장 종료 후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쿠팡 주가가 16.29달러에서 17.5달러까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한때 10달러 선이 붕괴하기로 했던 주가는 올 초 1~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며 최근 6개월간 87.38% 오른 상태다. 같은 기간 아마존(-17.29%), 알리바바(-19.70%), 징동닷컴(-10.87%)은 하락세를 거듭했다.

2022년 11월 9일 장 종료 후 쿠팡 주가 움직임/사진=구글

전문가 曰, “언제 흑자전환이냐의 문제였다” 연계 사업도 가속화 전망

쿠팡은 1분기엔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 등)에서 조정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287만 달러)를 낸 데 이어 2분기에 회사 전체 조정 EBITDA에서 흑자(6,617만 달러)를 기록했다. EBITDA에서 물류창고 등의 자산 상각을 제외한 영업손실 폭도 1분기 2억570만 달러, 2분기 6,714만 달러로 감소하면서 3분기 흑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던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당일배송 시대를 열기 위해 6조원이 넘는 투자를 지속해야 했던 부분이 도전이었지만, 이미 작년 상장 시점부터 흑자전환은 시간 싸움이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상식이었다고 전한다. 현재 한국의 유통업계가 기존의 물류 시스템을 쥐고 있는 물류 업체들과 생산지 네트워크를 확보한 농협, 수협, 축협 등의 권력 게임으로 돌아가고 있어 이마트, 롯데쇼핑 등의 거대기업들이 아니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으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도박과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도전이 유통·물류 시장의 균열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의 거대한 카르텔과 맞서 싸우다 힘에 부친 ‘컬리'(서비스명 ‘마켓컬리’)의 밸류에이션이 6조원에서 2조원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만큼 유통업계 카르텔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기념비적인 사례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제 네이버 스토어와 싸워야 하는 상황

일각에서는 가격 검색부터 정보 습득까지 모든 서비스를 다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 스토어에 쿠팡이 오히려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영업흑자가 발생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연이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핵심 사업인 이커머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쿠팡플레이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의 사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올겨울 월드컵 방송을 독점하게 된 쿠팡플레이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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