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활용하면 ‘빈털터리’ 될 수도 있는 공매도 제도, 그럼에도 금지하면 안 되는 이유

pabii research
공매도 전면 금지에 개인투자자들은 '반색', 전문가들은 '우려'
공매도 활용하는 이유는, 공매도로'만' 투자하지 않기 때문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처가 오히려 우리 증시 변동성 키운다?

지난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를 ‘깜짝 발표’했다. 이에 1,400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공매도 금지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7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 상승 폭은 역대 1위를 기록했으며, 그간 공매도에 시달렸던 이차전지주들도 일제히 반등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는 단기적 현상일 뿐, 공매도 전면 금지가 투자 전략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우리 증시의 변동성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수익은 제한적, 손실은 무한대 ‘공매도’

공매도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거래 방식이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고 팔아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증권사에 갚아야 한다. 이를 ‘차입 공매도’라고 한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반대로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가야 이득을 보는 구조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 1주를 7만원에 공매도 했다면, 다음날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으로 떨어지면 6만원에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는다. 반면 7만원에 공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이 8만원으로 오르면 투자자는 해당 주식을 8만원에 사서 증권사에 주식을 갚아야 한다. 1만원 손해를 보는 것이다.

공매도의 최대 수익은 제한적이지만, 손실은 무한대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이 10만원이라면, 공매도했을 때 주가는 아무리 내려가도 0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즉 주당 10만원에 베팅한 만큼의 공매도 수익이 최대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10만원의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공매도에 베팅했는데, 실상 주가는 무한대로 올라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공매도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에 공매도만 활용하지는 않는다. 특히 헤지펀드(Hedge fund) 업계에선 공매도와 관련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전략이 있는데, 바로 롱숏 에퀴티(Long-Short Equity) 전략이다. 롱숏 에퀴티 전략이란 밸류에이션을 통해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하고 저평가된 주식은 매수함으로써 시장의 움직임에서 오는 리스크를 상쇄하고 오로지 투자자의 역량, 즉 주식 밸류에이션의 실력에 따른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는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시장의 저변에 깔려있는 만큼,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롱숏 에퀴티를 쓰더라도 롱(Long), 즉 매수를 더 많이 하면서 시장 움직임에 대한 노출을 부분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롱과 숏의 비율을 동일하게 맞춰 펀드를 운용하는 전략도 있는데, 이를 마켓 뉴트럴(Market-Neutral) 전략이라고 한다. 이를 이용하는 펀드들은 시장 리스크를 완벽하게 헤지하고, 순수하게 밸류에이션에서만 오는 수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이익만 취하기 위해 공매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현물인 주식은 매수 포지션을 유지한 채, 공매도로 주식 선물 상품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잡는 것이다. 가령 선물 가격이 코스피 지수보다 고평가됐다고 판단될 경우 선물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을 소유한 상태에서 시세차익만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에 따라 이자 비용이 비싸지는 만큼 최대한 단기간에 비용을 넘는 이익을 내야 한다.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면 이자율과 매매수수료가 각각 붙는데, 통상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대주 이자율은 최소 2.5~4%에서 기간에 따라 8~12%까지 다르게 적용된다.

공매도 금지가 되레 주식 시장 안정성 해친다

다만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질 때 매수 청산해 차익을 얻는 공매도의 특성상, 공매도 제도가 주가에 하방 압력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그러나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실증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되레 과거 우리나라의 사례를 돌이켜 보면, 공매도 금지가 주식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주가의 하방 압력을 부자연스럽게 제한함으로써 주식의 공정가격 형성을 막았다는 게 금융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공매도 규제효과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행됐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은 결국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효율성을 저해하고 시장거래도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상위 20% 종목이 하위 80%보다 전반적으로 가격효율성과 유동성은 높고 변동성은 낮았으나, 공매도 금지 이후에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줄거나 되레 역전된 것이다.

올해 연달아 터진 주가조작 사건도 결국 근본적으로는 공매도 제도가 국내 주식 시장에서 금지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올해 4월 발생한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관련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삼천리 등 14개 라덕연 관련 종목은 2020년 당시 대비 5배는 우습게 뛰며 엄청난 고점을 기록했다가, 주가조작이 적발된 직후 해당 종목들 대부분 주가조작 전으로 시세가 돌아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주가의 이상 과열을 제한하는 공매도 기능은 금지된 채 반대 기능을 신용거래에만 허용해 주가조작이 한층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들어올 수 있다는 심적 부담이 있으면 세력들이 마음 놓고 작전을 펼치기 어렵다”며 “현재의 경우에도 금융 당국의 기습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해 향후 주가 거품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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