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자생 방안 찾는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특화 분야 살려 협업 구조 만들겠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주최 결산 송년회 개최… 투자 혹한기 속 AC 생존 등 의논 오가 BIG3 투자유치 주관 기관 ‘와이앤아처’, 액셀러레이터 산업 전문화 기여상 수상 획일화·고착화 한계 부딪힌 액셀러레이터 산업, 혹한기 뚫고 생태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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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21일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주최로 결산 송년회가 개최됐다. 송년회에는 양경준 크립톤 대표, 정진동 킹고스프링 대표, 공성현 액셀러레이터협회 사무국장을 비롯해 액셀러레이터협회 회원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송년회에 앞서 진행된 좌담에서는 국내 벤처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모태펀드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지만, △안정성 △효율성 △이익의 극대화라는 관점 위주로 GP(운영사)를 선정하는 만큼 업력이 짧은 기업이 선택받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항상 선정되는 20여 개 AC를 중심으로 모태펀드가 ‘몰아주기’를 반복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이다.

최근 ‘투자 혹한기’가 찾아온 만큼 AC들도 자생적인 생존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큰 구조조정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액셀러레이터협회는 각 회원사들의 특화 분야를 살려 AC 간 더욱 끈끈한 협업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액셀러레이터협회는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전문화와 고도화를 위해 매년 ‘액셀러레이터 산업 전문화 기여상’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최초의 상은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에게 돌아갔다. 액셀러레이터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호재 대표는 스타트업 보육 활동과 액셀러레이터 성장 방향 등에 깊이 있는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실전 사례를 제시해 많은 교육생과 업계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와이앤아처는 현재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다져가고 있으며, 정부의 ‘빅3(BIG)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사업에서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유치 주관 기관을 맡아 스타트업들에게 기술·경영진단, 컨설팅, 투자유치 자문·연계 등의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바이오 업종은 그동안 매력적인 신규 투자처로 꼽혀왔으나,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 및 바이오 기업의 상장 부진 등으로 투자 혹한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와이앤아처는 바이오헬스 분야 기술사업화 주관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및 성균관대 산학협력단과의 협업을 통해 신시장 창출과 고성장이 기대되는 바이오헬스 기업을 집중 지원 중이다.

와이앤아처는 “빅3 사업은 기존 단독 운영사 체제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사업화 지원, 투자유치 지원, 글로벌 협력 전담 기관을 두고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변하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각 영역에서 협력할 동료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각 부처의 지원제도와 함께 다양한 형태와 영역에서 지원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처육성 전문 기관, 액셀러레이터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창업기획자)는 스타트업에게 창업 자금, 인프라,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벤처육성 전문 기관이다. 벤처캐피탈 대비 투자 목적이 강하지 않으며, 초기 창업자 발굴·성장 촉진에 중점을 둔다. 탄탄한 조직 및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이나 소수 투자자를 뜻하는 앤젤투자자와도 구분된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벤처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창업자를 선발하고 보육하며, 사업 모델 개발, 기술 및 제품 개발 등의 업무를 지원한다. 또한 초기 사업 비용 및 창업 공간을 제공해 스타트업이 생존을 도우며, 전문가 상담, 판로 지원, 사업 인허가 절차 진행 및 관련 법률 정보의 제공 등 포괄적인 컨설팅 활동을 진행한다.

이에 더해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자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해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마중물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유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경우 미디어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졸업하는 스타트업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언론에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벤처 생태계 발전 도모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정식 등록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가 모인 단체로써, 2017년 12월 중기부에 정식 인가받은 사단법인이다. 대한민국 초기 창업투자 산업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개발, 액셀러레이터의 지속 성장을 위한 성장 모델 구축 등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액셀레이터협회는 올해 9월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회장 김석준, 이하 창조경제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혁신 벤처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액셀러레이터간 협력 확대를 도모했다. 2020년 4월에는 대한변리사회(회장 홍장원)와 IP 중심의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액셀러레이터 연계 Biz IP 공익사업’을 진행, IP 중심의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기회 마련을 위해 각종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지난 9월 22일에는 서울시 스타트업 페스티벌인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 2022’에서 글로벌 전문가를 초청한 창업투자 생태계 진단 포럼을 개최한 바 있으며, 정기적으로 창업기업과 관심 투자관계자의 심층 멘토링을 통한 초기창업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및 투자연계 기회를 제공하는 IR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위축된 벤처 시장, ‘획일화된 액셀러레이터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많은 에너지와 재원 등이 투입되어야 하며, 극초기 투자인 만큼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도 벤처캐피탈 대비 현저하게 낮다. 이런 상황에 국내 액셀러레이터 기업들은 점차 소극적이고 획일화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팅이 스타트업이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부분을 채워주지 못하고, 최소한의 프로그램만을 이수하는 형태를 띠며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의 원인 중 하나로는 ‘고착화’가 꼽힌다. 국내에는 200개 이상의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했지만, 2010년대 상반기에 등장해 먼저 자리를 잡은 액셀러레이터 외 ‘급부상’하는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새로운 자극과 경쟁 없이 시장이 고착화될 경우, 자연히 업계 전반이 침체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에 더해 투자업계 전반에 혹한기가 닥치고,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내재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젊은 인재들은 인지도 있는 액셀러레이터들에서 하나둘 이탈하기 시작했으며, 액셀러레이터를 건너뛰고자 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가 험난한 글로벌 시장을 헤치고 올라설 수 있도록, 액셀러레이터 기업의 끊임없는 발전과 끈끈한 협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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