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에 총력, 인니서 못받은 8천억은 어떻게?

중동·아시아·중남미 핵심 프로젝트를 위해 정책역량 총결집할 것 인니 IKN개발에 적극 협력 약속, 전투기 개발 미납금 8천억은 언제 돌려받나? 우리나라는 줄 돈 없고 자국 전투기 구매에는 쓸 돈 있다? 인니 리스크↑

pabii research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2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4일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비상 경제차관 회의에서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구성하는 등 중동과 아시아, 중남미 등 유망 지역별 핵심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정책역량을 총결집하겠다”며 “특별히 올해 상반기에는 ‘인도네시아 신수도(IKN) 원팀 코리아’를 출범해 수도 이전·주택·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해외 인프라 수주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신시장 개척·수주 경쟁력 제고 등 수주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방 차관은 “해외 수주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며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은 1월 사우디·이라크·카타르를 방문했고 현재 국방부 장관이 방산 수주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폴란드를 방문 중이며 3월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항만개발 수주 협의를 위해 중동을 방문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네옴시티 수주 등을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원팀 코리아’를 출범하고 올해 중 사우디 내에 인프라 협력 센터 신설을 추진하겠다”고도 전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으로, 2045년 완공 목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19년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현 자카르타에 있는 수도를 동칼리만탄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현재 수도로 활용되고 있는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이 전체 인도네시아 인구의 57%가 몰려 있을뿐더러 경제적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 건물 급증 등의 영향으로 매년 평균 7.5㎝씩 지반이 내려앉아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진 심각한 상태다.

본래 2024년 1단계 이주를 목표로 2020년 7월에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되었다가 2022년 1월 다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타에 건설할 신수도 이름을 ‘누산타라(Nusantara)’로 정했으며, 수하르소 모노아르파 국가개발기획부 장관은 “누산타라라는 이름이 오래전부터 쓰여 국제적으로 인도네시아를 상징하고 지리적 특성을 잘 묘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누산타라는 고대 자바어로 군도(群島),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는 신수도 건설을 공식화하며 모두를 위한 세계적 수준의 도시를 비전으로 ▲국가 정체성의 상징 ▲세계 최고의 지속 가능한 도시 ▲인도네시아 미래 경제 동력의 신수도 건설 목표를 밝혔다. 신수도에는 대통령궁 및 정부 부처, 입법부, 사법부, 경찰청, 군대, 중앙은행 및 주요 은행, 대사관, 정보통신기술 관련 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배치될 예정이다. 또 2045년까지 신수도 개발을 완료해 지역경제를 4~5배 발전시키고, 동칼리만탄에 430만~4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되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입이 증가하고, 3분기 연속 5%대의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는 점을 보아 신수도 개발추진에 긍정적인 상황인 것은 자명하다. 또 신수도청 출범, 신수도법 시행령 발표, 부지조성 공사의 입찰 준비 등 본격적인 내부 활동도 발견돼 신수도 개발사업이 구체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 정부 IKN 개발에 협력 약속, 다만 인니 정권 불안정해 리스크 주의해야

한국 정부는 정부 간 협력 방안으로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Economic Innovation Partnership Program, EIPP)과 K-City 네트워크 협력사업을 통해 신수도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는 지난 2020년 1월에 5년 기한의 MOU를 체결해 20/21 EIPP 4건, 21/22 EIPP 7건의 사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2021년 2월에는 공공-민간위원회 형태로 26개의 민간기업, 공공기관, 정부 부처의 연합체 조직인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협력 팀코리아’를 출범하는 등 민간 협력도 활성화되고 있다.

EIPP 사업은 2020년에 인도네시아의 경제·사회 발전에 필수적인 발전전략 수립, 법·제도 정비, 관련 인프라 사업기획, 소요 재원 조달방안 및 대규모 인프라 개발, 도시계획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경제협력을 위한 정책 자문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실제 프로젝트 준비를 위한 정책 자문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책 컨설팅 사업은 동칼리만탄으로 수도를 이전을 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선결 사항 검토와 수도 이전 이후 남겨질 현 수도권 개발에 대한 부분으로 나누어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세종시 개발사례를 활용해 신수도 실행 추진체계 방안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안했다. 또 신수도 에너지 관련 정책과 폐기물 및 상수도 구축방안을 올해 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신수도 사업 관련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수도 조성 총사업비는 325억 달러(한화 약 46조1,37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조코 대통령은 이중 국가 예산의 20% 내에서만 비용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를 받아 충당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2/23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신수도 건설 예산으로 우선 23조 루피아(한화 약 2조483억원)만을 반영했다.

하지만 일본 투자기업 소프트뱅크(SoftBank Group)가 2022년 3월 돌연 투자 의사를 철회하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투자 유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테크기업 고토(GoTo)에 핵심 투자자로 출자하고 있는 손 마사요시(Son Masayoshi,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신수도 조성 사업의 운영위원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큰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프트뱅크의 투자 철회 발표 이후 신수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이렇다 할 투자 약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도네시아 내부의 정국 불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의 잦은 홍수 등으로 인해 수도 이전 당위성 자체는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즉 2024년에 현 대통령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수도 이전 계획은 전면 취소되지 않겠지만 대통령궁 등이 입주할 1구역 외 나머지 2~8구역의 규모와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해당 부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며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을 조언했다.

번번이 뒤통수치던 인도네시아, 믿을만한 파트너인가?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와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장차 국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전적 때문이다. 2021년 4월 공개된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 동체에는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한국형 전투기를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에 드는 비용에 생산비까지 총사업비 18조6,000억원의 대형 프로젝트로, 인도네시아는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조건으로 개발비의 20%(1조7,338억원)를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자국 경제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2017년 하반기부터 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이런 태도를 보인 데는 인도네시아 내 정치적 이유와 무기 도입체계 재검토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기나긴 합의 끝에 지난 2021년 분담 비율 20%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인도네시아는 미납금 8,000억원 중 일부를 올해 안에 납입하겠다고 밝혀 사업은 탄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에는 약 3년 10개월 만에 ‘약속이행 담보금(Commitment Payment)’ 명목으로 약 94억원을 방사청에 납부했다. 전체 미납금의 약 1%에 불과하지만,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인도네시아가 사업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드위 푸지아스투티 한다야니(Dwi Pudjiastuti Handayani) 인도네시아 재무부 예산국장이 “KF-21 보라매에 대한 개발 비용 분담액이 2022년과 2023년에 할당됐다”며 이행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의문인 점은 인도네시아에서 2017년부터 경제 악화를 이유로 분담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값비싼 전투기는 사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2월 프랑스의 신평 라팔(Rafale) 전투기 42대를 구입하는 데 81억 달러(한화 약 10조원)를 투자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전투기 F15 36대도 139억 달러(한화 약 17조원)가 투입됐다. 이들 전투기 구입 자금은 모두 채권발행으로 조달됐다.

정부에서 중동지역, 아시아 지역, 중남미 지역 국가들의 핵심 프로젝트와 연계해 다양한 성과를 내고 군사 및 경제 안보를 위해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은 국익에 부합한다. 하지만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들 지역과 교류하는 일이 옳은 것인지는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소위 ‘호구’가 되지 않도록 정부의 리스크 연구 및 대응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