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검찰공화국인가 ② 일본 록히드 사건으로 보는 한국 정치와 검찰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

尹정부 검찰 신뢰도, 독립성 평가 전부 악화, ‘검찰공화국’이라는 견해 폭증 정치영역의 사법화가 검찰에 대한 정치적 평가 이끌어 일본 록히드 사건, 검찰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 잣대 제공

pabii research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의 신뢰도, 독립성 여부 판단에 있어 정치 성향별로 그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현상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보수 성향일수록 검찰을 신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검찰을 크게 불신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공화국인가?”와 같은 다분히 정치적인 평가 차원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서 마땅히 중립적이어야 할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일반 국민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정치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검찰과 정치의 존재 방식에 있어 양자의 고유한 영역 및 한계가 크게 독립되지 않은 ‘사법의 정치화’ 혹은 ‘준사법기관의 정치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성향 따라 갈리는 윤석열 검찰 신뢰도

윤석열 정부 집권 10개월 차, 우리 국민의 과반은 현 정부의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귀하께서는 현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을 얼마나 신뢰하십니까?”라고 물은 결과 56.4%의 응답자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신뢰한다”는 응답은 41.7%에 그쳤다. 특히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강한 불신 응답이 4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기할 만한 점은 검찰에 대한 신뢰가 정치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린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무려 91.9%가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65.8%가 검찰을 불신한다고 했다. 정치적 이념 성향상 진보층도 82.3%가 검찰을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83.5%가, 이념적 보수층의 경우 65.9%가 검찰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정당 지지 성향과 이념 성향에 따라 검찰에 대한 신뢰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검찰 독립성에 대한 인식도 정치 성향 따라 갈려

검찰에 대한 신뢰도 이외에 독립성에 관한 판단 역시 정치 성향별로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오마이뉴스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독립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립적이라는 응답은 39.7%에 그쳤다. 56.5%의 독립적이지 않다는 응답 중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48.4%에 달해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83.4%가 검찰이 독립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념적 진보층 역시 77.9%가 검찰이 독립적이지 않다고 했다. 반면 이념적 보수층의 56.8%, 국민의힘 지지층의 70.6%,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에서 83.8%가 검찰이 독립적이라고 응답함으로써 정치 성향과 이념 정향에 따라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평가 정도가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 성향별로 달라지는 이러한 검찰에 대한 평가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공화국’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정치적 질문에 대한 답도 크게 갈리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82.7%)과 정의당 지지층(61.2%)뿐 아니라 지지 정당이 없다는 층(66.1%)에서도 검찰공화국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보수층(57.5%), 국민의힘 지지층(69.8%)에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검찰이라는 형사사법기관의 기능 자체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더불어 ‘검찰공화국’이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슬로건에 대한 정치적인 응답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평가가 정치화되는 것은 정치와 행정영역의 사법화 현상 때문

이렇게 검찰이라는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가 국민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정치와 행정영역의 사법화 현상과 준사법기관의 정치화 현상이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현출되고 있고 있음에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결정을 내림에 있어 일단 검경에 ‘고소’부터 하고 보는 정치권의 행태가 형사사법기관과 사법부의 판단에 정치권이 과잉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만들고, 이것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을 낳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더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사IN이 실시한 지지 정당별 검찰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 신뢰도에 1.68점을 준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6.29점을 줬다. 이와 반대로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에 대해 4.17점의 신뢰도를 보냈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3.25의 신뢰를 보냈다. 검찰의 업무 수행 능력이나 태도 차원에 있어서 지난 5년간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가 더욱더 강화된 것이다.

그 이유로는 지난 대선의 진행과 전개 과정을 꼽을 수 있다. 헌정사상 초유였던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발령과 검찰총장의 법적 대응, 그리고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일반법원의 판결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지난 대선이 진행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이 일개 검사에서 대선주자로 급부상해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직에 당선됐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부각된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의도적으로 부각하고 띄운 국민의힘 정치인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대선 여론조사 실시와 같은 언론의 무리한 정치적 시도 또한 존재했다. 그리고 대선 과정을 논의에서 제외해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관련한 찬성론과 반대론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이후 위헌 문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던 만큼 공수처법의 국회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의 엄청난 알력 다툼이 존재했던 것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지난 2~3년간 대한민국 정치권의 의사결정이 사법기관에 완벽하게 종속돼 이뤄진 것도 모자라 중대한 정치적 이벤트마저 사법기관이 연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극적인 일련의 사건 속에서 형사사법기관에 대해 국민이 철저히 정치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록히드 사건, 검찰과 정치의 상호 종속에 대한 합리적 평가와 해석의 잣대를 제공

그러나 중대한 정치적 의사 결정이 검찰에 의해 결정됐다고 해서 검찰이 반드시 정치에 종속돼야 한다는 법은 없는 데다 모든 국민이 그렇게 인식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는 것을 일본의 ‘록히드 사건’이 증명한다. 일본의 록히드 사건은 전직 일본 총리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등 일본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일본 록히드사의 항공기 구입 과정에서 록히드사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대형 뇌물 수수 스캔들로, 전후 일본 검찰 사상 가장 대표적인 고위 정관계 부패 수사 사건이다.

사진=암파서점

록히드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 ‘록히드 사건의 성격과 검찰사적 의의(2006)’ 문헌에 따르면 당시 일본 검찰은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에 해당)의 직접 지휘 아래 수사에 전력해 관련자 전원이 유죄 선고를 받았으나 검찰 수사 자체에는 흠결이 발견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꼼꼼히 증거 검토를 하지 않아 피고 측 변호사들로부터 알리바이 주장에 의한 역공의 여지를 주었고 법리적인 측면에서 총리의 직무권한에 대한 해석상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 해석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관계나 법 해석 문제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수사에 성공한 것은 검찰 수사팀의 노력 이외에도 권력 부패에 염증을 느꼈던 당시의 일본 언론이나 일본 국민의 여론이 검찰을 적극 지지했다는 점이 꼽힌다. 검찰 수사가 당시 한국의 상황처럼 다분히 정치적이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다나카 총리 재직 시에 발생한 사건임에도 검찰 수사 자체는 미키 다케오 총리 시절에 이뤄져 그가 적극적으로 수사를 지지하고 일부 개입한 것에도 성공의 요인이 있다. 미키 총리가 이 록히드 사건을 소수파인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정적인 다나카파를 타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사건 수사를 정략적 목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를 매번 정치적 의도 달성을 위해 권력자들이 이용하는 한국의 상황과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록히드 사건의 결말은 한국 정치와 사뭇 달랐다. 록히드 사건을 둘러싸고 일본 집권당이었던 자민당의 각 파벌은 합종연횡 끝에 미키파와 반(反)미키파로 분열됐고, 미키파는 2회에 걸친 반미키파의 ‘미키 끌어내리기’ 공작에 의해 권력의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반면 다나카 전 총리는 검찰에 의해 체포돼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음에도 자신의 세력을 오히려 강화해 일본 정계에서 13년간 사실상 킹메이커로서 이른바 ‘어둠의 쇼군의 지배’를 실현했다.

결국 일본 정치 한정, 한국 정치와 다르게 검찰수사와 현실 정치의 흐름은 별개였던 셈이다. 실제로 일본 검찰은 자민당 1당 지배체제로 인한 권력형 부를 단죄함과 동시에 일본 정계의 최고 실력자마저 단죄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이룩했다는 검찰사적 의의가 큰 업적을 ‘록히드 사건’에서 남겼지만, 이후 유사한 부패 사건은 계속 발생했고 일본 정치권 자체의 자정 노력이나 개혁 입법은 대체로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검찰의 정치 종속화 혹은 정치의 검찰 종속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 록히드 사건이 주는 교훈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사후 재발 방지나 개혁 입법 측면에서 볼 때 일본 정치의 자정작용이 실패했다는 점에서 일본 록히드 사건이 갖는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공화국’ 자체를 무조건 나쁘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형사사법체계나 정치권의 궁극적 목표인 부패 사건 재발 방지나 개혁 입법 측면에서 평가가 좋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성과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즉 대중과 언론은 사법 및 정치적 성과와 검찰의 정치 종속 및 정치의 검찰 종속화를 분리해 ‘검찰공화국’이라는 것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를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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