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연고서성한, 예비 유니콘 메쉬코리아 몰락의 근원

고려대로 학력 위조한 중앙대생, 응원가는 배웠을까 현행 레퍼런스 체크 대부분은 인적 네트워크 검증… 마음 먹고 속이려면 속일 수 있어 국회의원·유니콘 기업 창업자 SKY 대학 출신 비율 37%

pabii research

고려대 중퇴, 컬럼비아 대학교 금융공학 및 수학 전공, 딜로이트 본사 2년 근무. 어느 누가 봐도 세계적인 인재라고 부를 만한 경력이다. 하지만 이 경력이 ‘물류테크 유니콘’을 꿈꾸던 유정범 메쉬코리아 전 대표 몰락의 단초가 되었다. 위조된 경력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메쉬코리아의 경영권은 hy(구 한국야쿠르트) 손에넘어갔고 유정범 전 대표는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학력 위조로 무너진 신뢰, 무너진 조직

19년도 당시 유 대표의 학력 위조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가 무너지자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변대규 휴맥스 회장은 주주와 내부 구성원들의 신임만 있으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 대표에게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직 내 부정적 분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변 의장은 유 대표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한 유 대표의 반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다. 유 대표는 이를 경영권에 대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박 COO(최고전략책임자)를 해임했다. 이에 휴맥스는 박 COO의 소명자료를 바탕으로 직위를 박탈할 만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해고 통지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해고 통보를 철회하지 않고 결국 박 COO의 법률대리인이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임원들이 주주협의회에 유 대표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는 등 메쉬코리아의 내부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유 대표의 사과문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고, 메쉬코리아의 평판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결론적으로 유 대표의 학력 위조는 회사 및 업계 전반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만들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 대표의 행동과 결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결국 메쉬코리아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자금난에 빠진 지난해 2월 OK저축은행에서 경영진의 회사 지분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신규 투자를 유치해 대출을 상환할 계획이었으나,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경영진의 회사 지분은 채권단의 결정 아래에 놓이게 됐다. 결국 매각 절차를 밟으며 경영권 분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유치 실패에 있어 유 대표의 학력 위조로 인한 지분은 얼마나 될까.

거짓으로 일어난 회사, 메쉬코리아

학벌은 과연 스타트업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일까? 적어도 창업자의 배경은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다. 스타트업은 결국 사람과 팀에 관한 것이므로 창업자의 학벌, 경험, 개인 역량이 투자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벌은 예전보다는 덜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투자 과정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창업자의 역량에 대한 지표처럼 이용되며 투자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현행 레퍼런스 체크(평판조회)가 대부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탓에 검증 과정에 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메쉬코리아의 경영권 분쟁은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 경종을 울리며 학력 위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유 대표는 학력 위조 혐의가 밝혀지자 내부 직원을 고발하는 등 상당한 무리수를 연발했고 내부 직원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다. 결국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한때 1조원을 바라보던 회사는 800억에 매물로 나왔다.

또 다른 국내 스타트업 미트레이트의 사례에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난다. 미트레이트 이승행 대표는 학력을 위조하고 허위 정보로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가 금융감독원 민원사이트에 제기된 후 퇴진했다. 메쉬코리아와 미트레이트 사례는 창업자 한 사람의 학력 위조가 업계 전체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스타트업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업계는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학벌을 꼼꼼히 조사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있을까?

네카라쿠배=서연고

‘네카라쿠배 당토’, IT 구직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들의 두문자(頭文字)를 따서 나열한 이름이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이 단어의 나열을 모르는 고등학생이 있을까. 두 약어는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유 대표는 실제로 중앙대 중퇴 후 루이지애나컬리지·에모리대학을 거쳐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유 대표는 고려대 중퇴 후 미국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 본사에서 근무했으며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를 소지했다고 말해왔다. 중앙대와 컬럼비아 대학교 정도면 누가 보아도 훌륭한 대학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대표는 학력 부풀리기를 선택했다. 도대체 왜 그랬어야만 했을까.

이에 유 대표는 “집안 형편상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고 처음 중앙대학교에 입학해 2014년 컬럼비아 학위를 받기까지 여러 차례 편입 과정이 있었다”며 “병역특례 기간까지 더해 길고 긴 학업 기간이 저의 콤플렉스였고 이를 감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렸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국에서 교육은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결혼, 직장, 창업 등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이미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사실이며 좋은 학벌이 가져다주는 혜택에 대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 창업가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특정 학교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 115개 사의 창업자 123명을 조사한 결과, 출신 대학이 확인된 90명 중 서울대 출신이 18명(20%)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국내 유니콘 기업 창업자들의 SKY 대학 출신 비율은 37%로 상당히 높은 수치다. 21대 총선 당선인 가운데 학부 졸업학교 기준 SKY대학 출신은 전체 당선인 300명 중 112명으로 37.3%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과 정치의 최상위권 리그에서 차지하는 SKY 출신 비율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이러한 일치는 우연이 아니라 대한민국 학벌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SKY대학을 포함해 학부나 대학원이 서울에 있는 소위 ‘인서울 대학’ 출신인 총선 당선인은 총 238명(79%)이다. 사실상 서울권 대학을 나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변할 수 없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는 학벌 사회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다. 학벌을 중시하다 보니 명문대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육에 대한 강조는 순응주의 문화와 사고의 다양성 및 창의성 부족을 초래했다. 명문대에 진학하고 높은 성적을 받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고 기존 규범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의 필수 요소인 혁신과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계급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집착으로 경직되고 불평등한 사회, 일류 학교를 향한 치열한 경쟁, 사고와 창의성의 다양성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스타트업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진정한 능력주의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학력에서 기술과 경험으로 초점을 전환하고 보다 유연하고 포용적인 고용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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