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구독 플랫폼 ‘롱블랙’의 실험적 전략, 24시간 ‘타임 리밋’ 콘텐츠

24시간 내로 읽어야 하는 단 하나의 콘텐츠, 파격적인 전략으로 이목 집중 ‘양날의 검’ 콘텐츠 타임리밋 시스템, 콘텐츠 홍수 속 이용자 유치 기회로 활용 급성장하는 구독경제 시장, 지식 구독 플랫폼 성장의 관건은 ‘양질의 콘텐츠’

pabii research
사진=롱블랙

24시간 제한 지식 구독 서비스 ‘롱블랙(LongBlack)’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2021년 9월 출시된 롱블랙은 월 4,500원의 가격으로 매일 하나의 긴 글을 읽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다.

롱블랙은 1년 4개월간 매주 6개씩, 현재까지 총 420여 개의 글을 발행했다. 글 하나의 평균 길이는 8,700자에 달한다. 일반적인 종이책으로 계산하면 약 46권 분량의 콘텐츠를 발행한 셈이다. 특히 유료 멤버십 가입 회원이라도 발행된 글을 24시간 내에 읽지 못할 시 콘텐츠에 접근할 기회를 잃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타임앤코 관계자는 “높은 콘텐츠 퀄리티와 24시간 제한이라는 독특한 경험 설계, 지인 추천 시스템 등으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향후 문장 스크랩 기능을 도입하고 앱 서비스를 출시해 구독자 편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루에 단 하나의 콘텐츠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 롱블랙의 가장 큰 특징은 ‘오늘이 지나면 사라지는’ 텍스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월 4,900원을 납부하고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은 매일 자정에 발행되는 하나의 콘텐츠(노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발행 후 24시간 안에 읽지 않았을 경우 다시 읽을 수 없다. 매일같이 유용한 콘텐츠를 읽는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롱블랙만의 파격적인 시도다.

하루에 단 한 개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도 롱블랙 서비스의 차별점 중 하나다. 텍스트 형태의 지식정보 서비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이들 대부분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다. 독자들이 수많은 ‘줄글’ 콘텐츠 속에서 헤매다가 피로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인 셈이다. 이에 롱블랙은 정보의 홍수 속, 양질의 텍스트 콘텐츠를 ‘하루에 하나만’ 제공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롱블랙 외부의 ‘스피커’다. 롱블랙 내부에서는 고객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분석하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기획하는 등 전반적인 그림을 그린다. 이후 그에 적합한 ‘스피커’를 물색, 협업을 진행하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롱블랙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스피커는 홍민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 구스노키 켄 일본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있다.

롱블랙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표방한다. 패션, 문화콘텐츠, 요식업 등 라이프 스타일에 연계된 여러 장르를 다루며 산업 동향 및 브랜드를 분석하는 식이다. 패션이나 뷰티 분야를 스타일이 아닌 산업적 관점에서 다루는 지식 콘텐츠는 비교적 적다. 일종의 ‘틈새 시장’을 공략한 셈이다. 이 밖에도 롱블랙은 커머스, 공간, F&B 등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와 관련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11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24시간’ 타임 리밋, 족쇄일까 매력일까

롱블랙 서비스의 정체성은 ‘타임 리밋(Time limit)’에 있다. 매일 자정 콘텐츠가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면 유료 멤버십 회원은 단 24시간 동안만 해당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만약 24시간이 지난 뒤 해당 콘텐츠를 열람하고 싶다면 일종의 캐시 개념인 ‘샷’을 결제하거나, 노트 1편당 1개씩 적립되는 스탬프 10개를 모아 샷 1개로 교환해야 한다.

롱블랙은 한 달 4,900원을 납부해야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인 데다, 유료 회원조차 콘텐츠 접근이 자유롭지 않은 독특한 구조다. 신규 고객 유인을 위한 미끼 상품조차 없다. 이처럼 신규 콘텐츠 이용에 제한 시간을 두고 기존 콘텐츠 접근 장벽을 높이는 것은 일종의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인 구독 서비스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무제한 콘텐츠, 가성비 등을 과감히 내려놓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롱블랙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타임 리밋 시스템을 기회로 활용했다. 시간 제한을 둠으로써 이용자가 매일 홈페이지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홈페이지 기반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홈페이지 방문자 수 증가로 연결한 것이다. 주어진 콘텐츠 선택의 폭이 너무 넓을 경우 오히려 부담감을 느껴 이용을 뒤로 미루는 이용자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의 홍수 속, 하루에 단 하나의 콘텐츠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에 지친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퀄리티가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롱블랙은 서비스 개시 이후 오버보드, 콘란, 누데이크, 젠틀몬스터 등 국내·외의 혁신적인 라이프스타일·콘텐츠 섹터 기업들을 브랜드와 비즈니스 관점에서 분석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독자가 트렌드를 더 민감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롱블랙의 콘텐츠는 비즈니스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트렌디’한 정보를 다룬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사진=롱블랙

급성장하는 구독 경제 시장 속 ‘지식 구독’ 플랫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구독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 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 1,000억으로 2016년(25조 9,000억원) 대비 54%가량 성장했다. 차후 2025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이 커지자 롱블랙처럼 ‘지식’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수 등장했다.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퍼블리’가 대표적이다. 2015년 설립된 퍼블리는 월 정액 2만 1,900원에 일 잘하는 법, 소비·산업 트렌드, 비즈니스 전략 등 다양한 주제의 텍스트 콘텐츠를 제공한다.

퍼블리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짬짬이 읽을 수 있는 짧은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퍼블리가 발행하는 ‘아티클(글)’은 대부분 5분에서 15분 분량이며, 실제로 평일 출근 시간대에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가 가장 많다. 하루에 한 번, 제한된 시간 내에만 읽을 수 있는 장문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롱블랙과는 정반대 성향의 서비스인 셈이다.

이처럼 지식 구독 플랫폼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내세우며 시장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승기를 잡고자 하는 기업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