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벼 재배면적 3만7천ha 줄이며 ‘쌀값 하락 방어’ 나선다

올해 벼 재배면적, 지난해 72만7천ha에서 ‘68만ha’ 목표로 줄일 계획 ‘전략작물직불제, 가루쌀 산업화’ 등 다양한 대책으로 농산물 시장 구조적인 과잉 해소에 나서 농식품부, 쌀값 조정 대책에 따라 콩·팥·밀 등 타 작물 공급계획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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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쌀 소비 감소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쌀 생산량을 줄여 쌀값 하락 방어에 나서겠다는 조치다.

세부 전략으로 전략작물직불제 활용, 다수확 품종 재배 축소,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추진 등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목표치만큼 벼 재배면적을 줄일 경우 수확기 산지 쌀값이 약 5% 상승하고 격리 비용은 약 4,400억원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2023쌀 적정생산 대책발표

농식품부는 올해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지자체, 농촌진흥청, 농협, 쌀 생산자단체와 합동으로 ‘쌀 적정생산 대책’을 마련했다. 지금까지의 쌀 소비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적정 벼 재배면적을 69만ha로 맞추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크게 6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올해 새로 도입된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벼 재배면적을 1만6,000ha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전략작물직불제는 기존 논활용직불을 확대·개편해 논에 콩 또는 가루쌀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세부적으로는 논에 콩 또는 가루쌀을 재배하는 경우 ha당 100만원, 하계조사료에 대해선 43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콩 또는 가루쌀을 동계 밀이나 조사료와 함께 재배하는 경우에도 ha당 250만원을 지급한다.

콩, 가루쌀 등 타작물의 생산 확대와 농가 판로 확대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 우선 논공단지 조성 및 두류공동선별비 지원을 통해 타작물 생산 여건을 개선한다. 배수개선 및 농업인 교육과 하계조사료 지원 확대도 지원하며 하계작물 생산에 적합한 환경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농가 판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공공비축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콩의 경우 최대 6만 톤까지, 논콩 또한 희망하는 물량 모두 정부가 매입하기로 했으며 수입콩이 원산지를 속이고 시장에 침투하는 경우도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지자체가 농가와 맺는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 등으로 1만 400ha를 줄이고 농지은행 신규 비축농지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도 2천ha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품질 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다수확 품종 재배 축소도 진행한다. 현재 매입 중인 진광, 새일품, 황금노들, 새일미, 신동진 등 5개 다수확 품종에 대해선 올해부터, 정부특산품종은 2025년부터 매입을 중단한다.

이날 대책 발표를 맡은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현재 쌀 시장의 구조적인 과잉 해소 및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벼 재배면적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농업인, 지자체, 농협, 농진청 등과 함께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쌀 소비 감소 추세 어제오늘 이야기 아니야

우리나라의 쌀 소비 감소 추세는 최근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국무총리 산하 기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70년 136.4kg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980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1980년대 1.0%, 1990년대 2.3%, 2000년대 2.6%까지 감소 폭이 확대됐고 2010년대 들어선 2.3%로 소폭 둔화했다.

연구진은 소비량 감소 원인을 두고 아침 쌀 소비량 감소를 주요 요인으로 뽑았다. 이는 서구화된 식생활 및 간편식의 선호 증가로 인해 아침 쌀 소비량이 꾸준히 감소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가정에서 식사하지 않는 ‘식사의 탈가정화’ 확산에 따라 추후 쌀 소비량 감소 폭이 완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의 쌀 생산 및 소비 관련 통계자료를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에 따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에도 연평균 10만~28만 톤의 쌀 과잉생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앞선 농식품부의 정책처럼 벼 재배면적 감축과 쌀 소비량 확대 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쌀 적정생산 대책’을 발표하는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사진=농림축산식품부

한편 콩·팥·밀 등 공급 확대 계획 발표

쌀값 하락 방어 대책이 공개됨에 따라 다른 작물의 생산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같은 날 농식품부는 콩이나 팥 그리고 밀에 대한 공급 계획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벼 재배면적을 줄인 땅에 이외 다른 작물들의 생산량을 늘려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다.

먼저 논 재배에 적합한 콩의 생산 및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콩의 품종도 수량성이 우수한 대원, 선풍, 대찬 등 8개 품종을 총 1,450톤가량 공급하기로 했다. 또 국산 팥 종자 수요 증가 등을 반영해 아라리 품종 40톤을 공급하며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고품질 우량종자를 우선적으로 풀겠다는 의도다.

또 ‘국산밀 산업 육성 시행계획’을 내놓으며 국산밀 자급률 제고를 위한 세부계획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산밀 생산확대 및 생산 기반 조성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밀산업육성 예산도 전년보다 67% 높인 403억원을 책정했다. 예산은 국산밀 재배기술 보급 및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생산단지 지원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농식품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소비 측면에서의 정책이 기존의 홍보성 정책에서 벗어나 재정지원을 수반하는 실질적인 대책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해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고 국민들의 입맛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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