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경험해 익히는 재난대비훈련, 이태원 참사 등 신종재난 선제책도 마련

행정안전부, 국가재난 대비 훈련 전면 개편 지시 보여주기식 훈련 아닌 실제 몸을 활용한 훈련으로 업그레이드 할 것 이태원 참사 의식한 신종재난 선제 대비책 마련도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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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대회의실에서 『안전시스템개편 종합대책』제1차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행정안전부

정부가 일상이 안전한 나라를 위해 실시 중인 ‘안전 한국훈련’을 실전 중심 재난훈련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국가 재난 대비훈련의 최상위 계획인 ‘2023년 국가 재난 대비훈련 기본계획’ 수립해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특별히 올해 기본계획에는 범정부 종합훈련인 안전한국훈련, 상시훈련, 중점훈련에 이어 신종재난 선제훈련도 포함할 계획이다.

국가재난훈련 전격 개편, 국민 중심으로 체감하는 현장 중심의 실전훈련

행정안전부에서 5월 또는 11월에 1~2주 동안 집중적으로 실시하던 훈련을 재난 발생 시기와 기관 특성에 맞춰 1회(6월 5∼16일), 2회(8월 28∼9월 8일), 3회(10월 23∼11월 3일)로 세 차례 나누어 실시할 전망이다. 기존처럼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훈련 형태가 몰입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난환경과 훈련기관의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에 훈련 시기를 조정한 것이다. 이에 각 기관은 올해부터 해당 지역에 빈번하게 발생했던 재난 및 안전사고를 분석해 훈련이 필요한 재난 유형을 선택하고 재난 발생 시기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비해 자체적으로 재난 대응 역량을 확인·점검할 예정이다.

상시 훈련의 경우 안전 한국훈련에 대한 보완적 훈련으로, 높은 수준의 대응·수습 역량이 요구되는 부분이나 대응 과정에서 미비했던 분야를 선정해 집중 숙달 훈련을 실시한다. 이에 기관별로 소관 재난 유형에 훈련 개선사항을 담은 지침서를 반영하고 대응 단계별 취약한 부분을 분석·발굴하는 등 문제해결형 훈련을 유도해 자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최근 재난 대응 실제 사례를 토의과제에 반영해 대본 없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토의식 상황 조치훈련도 실시한다.

중점 훈련은 기존 어린이 재난 안전훈련과 더불어 지난해 발생했던 반지하주택 침수 사고, 데이터센터와 도로터널 화재, 지역축제 인파밀집사고 등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신종재난 선제훈련도 도입한다. 신종재난은 안전 한국훈련과 상시 훈련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중점 훈련 때 상황 인지부터 보고·전파, 총력 대응까지 현장 중심의 합동훈련을 연 3회 정도 실시할 방침이다.

행안부는 이외에도 기존 훈련과의 차별성을 위해 훈련 전반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신규 훈련의 명칭도 공모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 재난 안전 훈련은 취학 시기부터 재난 대응·회피 역량을 강화하고 안전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소화기 직접 체험과 가상·증강현실 기술 활용 확대 등 흥미 위주의 훈련 방식으로 다양화한다. 어린이 재난 안전 훈련은 2016년 2개교를 시작으로 지난해 175개교가 참여하는 등 참여율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은 “올해 국가 재난 대비훈련 기본계획은 국민이 안전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훈련 유형별 역할·내용을 강화하고 기존 훈련 내실화와 함께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신규 훈련 도입 등의 실전 중심의 현장훈련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계획의 중점사항을 토대로 평가체계 정비 및 훈련 담당자 역량교육 강화를 통해 모든 기관이 철저히 훈련을 기획하고 차질 없이 수행해 일상이 안전한 나라에 한 걸음 더 다가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체화되어야 효과 있는 재난훈련, 더 공고히 할 것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약 2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초·중등학생 3천 명 모두가 생존한 ‘가마이시 시의 기적’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평상시 재난에 대한 경각심에 기반을 둔 학교의 착실한 훈련과 반복된 연습의 결과인 것으로 알려져 외신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행안부는 이 ‘가마이시 시의 기적’을 착안해 어린이가 기획하고 실행하는 재난안전훈련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재난 대비훈련이란 어릴 때부터 체감해야 한다며 꾸준히 안전에 대비하는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재난 상황에서 몸이 자동반응 하도록 훈련을 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2건의 대규모 화재는 학교 전체가 화염과 연기에 뒤덮일 정도로 위험했지만, 모두가 안전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꾸준한 훈련의 결과로 교사와 어린 학생들이 침착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버린 두 가지, ‘세월호 사건’과 ‘이태원 참사’는 두 번 다시 되풀이되면 안 될 비극이다. 사건의 원인 여부를 떠나 단단한 대응책을 마련해 다시는 소중한 국민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안부에서 재난훈련 개편에 이어서 신종재난에 대한 선제 훈련을 시작한다는 소식은 각종 사고에 대한 유가족 보상안이나 법 개편보다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여겨진다. 아이들이 두발자전거를 배우고 나면 다시 노력하지 않아도 몸이 그 감각을 기억한다는 말처럼 정부에서 반복적인 재난 훈련을 통해 국민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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