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프레쉬백·컬리 에코박스 공급사 ‘써모랩코리아’, 3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에코라이너, 쿠팡 프레쉬백 등 자체 기술로 친환경 콜드체인 패키징 개발·공급 ESG 열풍과 함께 증가한 ‘그린워싱’ 타파, 실질적인 문제 해결 가능한 대안 제시 급성장하는 스티로폼 대체재 시장, 가격 경쟁력 갖추는 쪽이 시장 선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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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써모랩코리아

친환경 패키징 스타트업 써모랩코리아가 30억원 규모의 시리즈 A2 투자를 유치했다고 2일 밝혔다. 기존 투자사인 비하이인베스트먼트와 하나증권이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이번 투자로 써모랩코리아의 누적 투자 유치금은 90억원이 됐다. 이에 더해 써모랩코리아는 신용보증기금의 녹색공정전환 정책기금을 통해 25억원을 추가로 유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써모랩코리아의 대표 상품인 ‘에코라이너’는 스티로폼 상자를 대체하는 친환경 배송 상자로, 폐종이를 활용한 단열 포장재다. 스티로폼보다 열전도율이 높으며, 외부 택배 상자와 내부 종이 단열재를 모두 종이류로 분리배출할 수 있다. 써모랩코리아는 이번 투자금을 자동화 생산시설 구축, 신규 공장 확장, 자체 배송·물류 인프라 구축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최석 써모랩코리아 대표는 “2026년 스티로폼 박스 대체재 시장은 약 1,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이 시장을 써모랩코리아 매출로 연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화 설비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원가 경쟁력을 높여 진입장벽을 형성할 것”이라며 “올해는 미국 등 콜드체인 수요가 많은 국가로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기술로 콜드체인 친환경 패키징 개발

온라인 쇼핑 및 배송 시장이 확대되면서 포장재 폐기물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써모랩코리아는 콜드체인 특화 친환경 패키징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친환경 콜드체인 패키징을 통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스티로폼을 대체하고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콜드체인 패키징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백신 수송 수요가 늘고, 새벽배송 등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 활성화되며 일상 속에 깊이 침투했다. 하지만 기존 패키징 시장이 환경부 주도로 3R(reuse, reduce, recycle) 원칙하에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콜드체인 패키징 시장은 아직 환경을 오염하는 제품과 원가 절감형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써모랩코리아는 자체 기술을 통해 콜드체인 친환경 패키징 상품을 개발했다. 재활용이 용이한 섬유 소재부터 발포폴리프로필렌까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며, 외부 인증 기관과의 환경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자진해서 제품과 서비스의 잠재적 환경부하 총량을 평가하고 있다. 써모랩코리아가 자체 기술 개발과 투자보다 해외 제품·기술 벤치마킹에 의존하고 있는 기존 콜드체인 패키징 시장의 흐름을 과감히 깨부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진=써모랩코리아

대표 제품으로는 스티로폼 박스의 대체재인 ‘에코라이너’를 꼽을 수 있다. 에코라이너는 탄소 절감과 자원 재순환을 목표로 개발한 친환경 콜드체인 패키징으로, 폐신문이나 버려진 택배 박스 등 폐종이를 특수 가공한 종이 섬유로 제작됐다. 사용 후에는 다시 종이류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패키징’ 제품이다.

이 밖에도 써모랩코리아는 새벽배송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신선식품 콜드체인 패키징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써모랩코리아의 대표 재사용 패키징인 쿠팡의 ‘프레시백’은 1년 이상 회수 및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개발됐다. 쿠팡에 따르면 프레시백으로 연 1억 개의 스티로폼 박스 사용을 대체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9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마켓컬리의 100% 재생지로 제작된 친환경 냉장 박스인 ‘에코박스’ 역시 써모랩코리아의 제품이다.

‘그린워싱’ 아닌 진짜 친환경 기술로 패키징 시장 혁신 

써모랩코리아의 ‘에코라이너’는 친환경 유통 체계 수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최근 유통업계 일부 기업들은 겉핥기식 친환경 경영인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단체가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상품을 생산하면서 마치 친환경 상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친환경 위장술’을 의미한다.

ESG 경영 공시, 유럽연합의 ESG 실사 시행 등 국내외 투자자들의 기업을 향한 ESG 경영 요구가 높아지고 자신의 가치관을 소비로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자가 증가하며 기업 경영에 ESG 적용은 필수가 됐다. 친환경 경영 전환에 필요한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린워싱을 자행하는 기업도 자연히 함께 늘어났다.

그린워싱 사례 중 가장 흔한 것은 ‘상충 효과 감추기’다. 시장에서 친환경으로 알려진 아이템이나 소재를 사용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결국 친환경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이에 속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코백’이다.

에코백의 본래 취지는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비닐봉지 대신 다회용품인 에코백을 사용해 환경 파괴를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에코백이 어느덧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자리 잡고, 기업들이 에코백을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하기 시작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매일 같이 수많은 에코백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비닐봉지가 에코백보다 친환경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에코백의 소재인 면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데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사진=pexels

이 밖에도 플라스틱 비닐 대신 종이 사용을 늘리는 한편 종이 생산으로 인한 벌목은 외면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그린워싱의 사례다. 이처럼 ‘가짜 ESG’로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써모랩코리아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코라이너를 개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에코라이너는 국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친환경 콜드체인 패키징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특허발명대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스티로폼은 생산 과정에서만 온실가스 2,600만t을 배출하고, 사용 후에도 500년간 썩지 않는 쓰레기를 생성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는 연평균 3억 6,000개 이상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11%에 달한다. 써모랩코리아는 사용량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스티로폼 박스를 에코라이너로 대체, 친환경 콜드체인 패키징을 보급·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올해를 에코라이너 사업화 원년으로 삼아 2026년까지 연 1,865만 개 규모의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티로폼 박스를 90%까지 대체하겠다는 목표다.

경쟁 시작된 스티로폼 대체재 시장

최근 글로벌 패키징 시장은 환경 오염의 주범인 스티로폼의 대체재를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에코베이티브 디자인(Ecovative Design)은 버섯 뿌리 구조에서 추출한 균사체를 활용해 ‘MycoComposite™’을 개발했다. MycoComposite™은 버섯 뿌리에서 추출한 균사체를 섞은 헴프(산업용 대마) 씨앗 껍질을 성형 및 건조해 제작한 포장재다. 100% 천연 재료로 제작되어 매립 후 30일이 지나면 땅속에서 자연 분해된다.

독일 괴팅겐대학교 산림과학·산림생태학부 연구원들은 팝콘을 활용해 스티로폼 대체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먼저 옥수수를 으깨어 팝콘을 만들고, 증기를 사용해 팝콘의 안쪽 부피를 15~20%까지 넓혀 스티로폼과 유사한 성질을 갖추도록 했다. 이후 외부에 얇은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코팅해 포장재가 물에 녹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제작된 ‘팝콘 스티로폼’은 생분해될 뿐만 아니라 퇴비로도 활용 가능하며,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다.

팝콘을 활용한 스티로폼/사진=괴팅겐대학교

국내에서도 스티로폼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케미코첨단소재㈜’는 재활용이 가능한 PP(폴리프로필렌),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그리고 옥수수전분을 원료로 활용, 짧은 시간 내에 분해되는 PLA(폴리락틱아시드) 수지를 고배율로 발포하는 ‘공압출 연속 발포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PP, PLA 수지에 화학 발포제를 첨가하지 않고 물리 발포제만을 주입하여 원료의 고유 성분을 유지하고,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를 생산할 수 있다.

보타쉬가 개발한 종이 포장재 ‘보타쉬 박스’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 ‘바이오매스'(Bio-mass) 필름을 골판지 박스 내부에 래미네이팅 방식으로 붙여 제작됐다. 생분해가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됐으며, 실제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종이류 분리배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써모랩코리아의 에코라이너와 유사하게 박스 폐기 시 필름을 따로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친환경 포장재 시장은 급증하는 ESG 수요를 딛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 싸고 좋은 상품을 찾는 기업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가격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는 추세다. 차후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경쟁사 대비 환경친화적이고 저렴한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결국 써모랩코리아 성장의 관건은 친환경 제품의 생산 비용 절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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