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VC 사이 증가하는 ‘Co-GP’, 역할 분담으로 투자 혹한기 난다

LP 자금 말라붙자 주요 벤처펀드 출자사업 ‘Co-GP(공동 운용)’ 참여 증가 LP 네트워크 탄탄한 VC와 손잡는 중소형 VC들, 역할 분담하며 안정적 운용 도모 협력사 간 수익 나눠야 한다는 근본적 한계 존재, 차후 협력 방식·시장 발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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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한국벤처투자 등 주요 LP(Limited Partner, 유한책임투자자)들의 벤처펀드 출자사업에 공동 운용(Co-GP) 방식으로 신청하는 벤처캐피탈(VC)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할을 분담해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중소형 VC들이 늘어난 것이다.

Co-GP를 이루는 VC가 증가한 이유는 투자처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VC에 돈을 투입하는 LP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벤처투자 등 주요 LP들은 민간 LP의 LOI(투자의향서), LOC(투자확약서)를 1차 심사 주요 우대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상대적으로 LP 영업력이 뒤처지는 중소형 VC는 출자사업 신청에 필요한 LOI와 LOC 확보가 어려워졌다.

Co-GP를 이룬 팀들은 이 같은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 서로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LP 영업력을 갖춘 VC들은 매칭 LP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LP 영업력이 부족한 VC는 펀드 관리 및 딜소싱에 집중하는 식이다. 비록 거둬갈 수 있는 펀드 수익은 감소했지만, 기능 분화를 통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 셈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주요 출자사업 Co-GP 지원

최근 주요 출자사업에서 Co-GP 지원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초 ‘한국모태펀드 2023년 1차 정시(중기부 소관) 출자사업’에는 총 7팀이 Co-GP 형태로 지원했다. 2022년 1차 정시(중기부 소관) 출자사업 대비 2팀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달 진행한 ‘한국모태펀드(문화계정) 2023년 1차 정시 출자사업’에는 총 12팀이 Co-GP 형태로 지원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출자한 1차 정시, 2차 정시, 6월 수시 등 모든 출자사업에 Co-GP로 지원한 팀이 단 3팀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9팀이 증가한 것이다.

눈에 띄는 사례는 펜처인베스트와 SK증권의 협력이다. 문양권 바른손 의장이 설립한 펜처인베스트는 2019년 7월 출범했으나, 2020년 펀드 결성 부진으로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20년 단행한 투자는 총 2건에 그쳤으며, 정책 자금도 확보하지 못해 하우스 존립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2년 이후 펜처인베스트는 LG전자, LG유플러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2022년 11월 펜처인베스트는 911억원 규모 영상 콘텐츠 펀드 ‘펜처 케이-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해당 펀드에는 운용사인 펜처인베스트와 함께 LG전자, LG유플러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신한금융그룹, 바른손이앤에이, 바른손이 참여했다.

출범 초기 펜처인베스트와 같이 출범 이후에도 제대로 투자를 단행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로 시장을 부유하는 중소형 VC는 수없이 많다.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투자자들이 신생 펀드 투자를 꺼리는 시대, 이들에게 대기업 계열사 혹은 업력이 긴 VC 등 LP 영업력을 갖춘 VC와 연합군을 형성하는 Co-GP는 일종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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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민간 LP 투자 위축

민간 LP 투자가 위축된 원인으로는 고금리 상황이 지목된다. 위험성이 큰 주식이나 벤처투자보다 원금이 보장되고,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상품에 자금이 몰린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투자처는 가장 확실한 원금 보장 상품인 예금이다. 하지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빠르게 미끄러지며 투자자 수요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한때 연 5%까지 치솟았던 5대 시중은행 금리는 최근 연 3%대까지 하락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빠르게 낮아지자,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채권 및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채권투자 규모는 1년 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예금보다 연수익률이 높고, 만기가 다양하다는 이점이 개인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금리가 높은 채권을 매입하면 예금 대비 큰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의 특성상 금리가 하락할 경우 매매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조치로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가 한시적으로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

ETF로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채권을 한 번 더 분산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채권을 중간에 처분할 때도 개별 회사채 대비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이처럼 고금리 채권에만 투자해도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위험성이 큰 벤처투자의 매력이 적어지게 된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LP 자금 유입이 크게 감소한 이유다.

Co-GP로 투자 안정성 확보한다

이처럼 투자 시장 환경이 척박해진 가운데, 탄탄한 LP 네트워크를 보유한 VC와의 Co-GP는 중소형 VC의 펀드 운용에 안정성을 더해줄 수 있다. LP가 LOI, LOC 발급 이후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투자에서 발을 빼는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LOl(투자의향서)는 기업의 프로젝트나 기업 인수에 대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줄 ‘의향’을 증명하는 서류다. 구체적인 자금조달 조건이 명시되지 않으며, 사실상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 반면 LOC는 투자 협의가 진척된 이후 발급되는 서류로, 프로젝트나 기업 인수에 대해 거래 상대방과 구체적인 투자 조건을 확정하고 실사를 마무리해서 본격적으로 진행할 때 금융기관에서 발행된다.

LP가 뒤늦게 투자 의향을 거두는 사례는 꽤나 흔하다. 일례로 지난 2021년 네이버는 이마트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수 자금을 각각 2대 8로 부담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베이-이마트-네이버 ‘3자 구도’보다 이베이-이마트 양자 협상이 이번 매각 협상 종결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히며 본입찰 과정에서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이처럼 LP가 투자 의사를 거둔 경우, 중소형 VC는 차후 펀드 운용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LP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VC와 Co-GP를 이루면 LP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보다 안정적인 투자금 유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o-GP 열풍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결국 협력사 간 펀드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차후 LP 네트워크를 갖춘 VC의 인력이 중소형 VC로 이직하는 등 VC 간의 협력이 한층 발전하고, 시장 자체가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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