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세사기’ 가담자 형사입건, 번져가는 전세사기 대란에 제도 근간 흔들릴까 우려도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함께 합동 조사 실시, ‘깡통전세’ 사전 차단 위한 집중점검 올 초부터 ‘전세사기 의심주택 모니터링 및 금융·법률지원’ 등 적극 대응 나서 동탄신도시에서도 ‘깡통전세 대란’ 발생, 전세 수요 급감에 지자체 대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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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피해지원 및 예방을 위해 서울시가 운영 중인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올해 초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지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라 무자격자 광고 등을 포함한 불법행위자와 전세사기 가담자 일부를 형사입건 조치했다. 부동산 침체기에 활발해진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시 차원의 강경 대응으로 풀이된다.

불법행위 72건 적발, 일부 전세사기 가담자는 형사입건 조치

서울시는 올해 1월 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25개 자치구와 함께 신축빌라 일대의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장 지도점검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3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조사한 결과 △자격증 대여 △거래계약서 작성위반 △고용인 미신고 등의 불법행위 72건을 적발했다. 또한 깡통전세 피해 사례를 제보받아 집중적으로 수사한 결과,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6명, 중개보조원 4명 총 10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입건했다. 이들은 깡통전세 위험을 알고서도 성과 보수를 노려 전세계약을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대부분 대학 신입생, 취준생 등 부동산 계약 경험이 미숙한 청년층에 집중됐다.

서울시 민생침해범죄신고센터에 접수된 깡통전세 관련 제보를 살펴보면, 범행은 주로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이 깡통전세 위험이 큰 줄 알면서도 성과보수 등을 노리고 불법 중개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세사기 범행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해져 부동산컨설팅 업자 등이 개입한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직원이 인터넷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회초년생에게 이사비용 300만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현혹해 세입자가 잘 구해지지 않던 신축빌라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식이다.

서울시 민생침해범죄신고센터에 접수된 깡통전세 관련 제보 예시/사진=서울시

전세사기 선제 대응 및 금융·법률지원 나선 서울시

서울시는 올 초 ‘깡통전세 피해지원 및 예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피해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다. 전세사기를 선제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 등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전세사기 의심주택’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전세계약 전부터 깡통전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치구·주택유형별 전세가율’에 관한 정보를 ‘다방, R114, 부동산플래닛’ 등 민간 부동산 포털 앱에서도 제공 중이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에 관한 대책도 여러 방면에서 마련했다.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피해가 20~30대 신혼부부, 청년 등 사회초년생들에게 집중된 점을 고려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탓에 대출상환이 어려운 가구를 대상으로 최장 4년간 대출상환 및 이자지원 등의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가구에는 무이자로 지원을 연장하며, 임대차계약 기간 또는 대출 기간 만료 시에도 소득이나 연령 등 자격요건과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지원한다.

나아가 ‘전월세 종합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피해자들의 법률지원도 돕고 있다. 서울시 내 피해자는 물론, 전월세를 고민 중인 수요자라면 누구나 해당 센터를 통해 전월세 가격상담과 함께 분쟁조정 기능과 같은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의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있어 전세보증금 반환소송, 경·공매, 임대차계약 내용 등의 전문적인 법률 상담이 가능하다.

최근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자가대거 발생한 화성시 1동탄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동탄에서도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문의 0건, “전세 제도 사라질 수도”

한편 최근 인천 미추홀 등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에 이어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졌다. 임대인은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A씨 부부로, 최근 세금 체납 문제로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구하고 잠적했다.

해당 사건으로 시장 전반이 충격에 빠짐에 따라 동탄1동 일대 오피스텔 전세시장의 수요가 급감했다. 동탄 롯데백화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동탄역 일대는 백화점을 비롯해 상권이 잘 갖춰진 곳이라 오피스텔을 찾는 젊은 직장인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던 곳”이라며 “특히 수요가 늘어나는 봄이 찾아오면서 예년처럼 문의가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대란으로 오피스텔 전세 문의가 단 1건도 없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각 지자체가 이와 같은 대규모 사기를 막기 위한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탄1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이 지역 전세 수요 급감하는 이유는 또 다른 사기 피해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며 “올 초 서울시의 강경 대응처럼 화성시와 경기도 또한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게 이 지역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적극적 대응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부동산 규제가 강화될 거란 우려와 별개로, 정부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전세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내 A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동탄 깡통전세 대란의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례가 동탄신도시 오피스텔에만 그치지 않고, 전국적인 깡통전세 대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있다는 점”이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금 지자체까지 나서 수요자들의 불안을 덜어내지 못한다면 전세 제도 자체가 사라질 우려가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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