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토스·크래프톤 등 보유 주식 전량 매각한 새한창업투자, 확보 현금으로 차입금 상환하며 겨우 위기 넘겨

새한창업투자, ‘유동성 시한폭탄’ 사모사채·주식담보대출 지난해 말 상환 마쳤다 토스, 두나무 등 보유 주식 전량 매각해 현금 조달, 대규모 손실 떠안은 것으로 추정 유동성 위기에도 이어지는 레버리지 투자에 LP들 불만 표출한 것으로 전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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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VC) 새한창업투자(이하 새한창투)가 유동성 ‘뇌관’으로 지목되던 대규모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조기 상환 결정에는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출자자(LP)들의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새한창투는 지난해 말 8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사채 및 95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상환에는 담보로 잡혀있던 투자 자산들이 이용됐다. LP들은 새한창투가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인 만큼, 유동성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시한폭탄’ 사모사채·장기차입금 전액 상환

앞서 새한창투는 2021년 11월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비상장 주식 124만4,144주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비상장 주식 21만5,000주를 담보로 ‘제11회 무보증 사모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후 사채 만기일(2022년 11월 17일)에 맞춰 담보로 잡힌 비바리퍼블리카 주식과 두나무 주식을 전량 매도해 현금을 확보, 아슬아슬하게 사채를 상환했다.

새한창투는 2021년 △한국증권금융 △KDB캐피탈 △한국산업은행 △롯데손해보험 △IBK연금보험 △미래에셋증권 등을 대상으로 총 95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하기도 했다. 담보로는 크래프톤 주식 50만4,220주를 맡겼다. 해당 대출의 만기는 올해 10월이었는데, 새한창투는 조기 상환을 위해 지난해 말 크래프톤 주식 전량과 묶여있던 쿠팡 주식 23만5,741주를 매도했다.

지난해 새한창투가 적극적으로 차입금 상환에 나선 것은 LP의 불만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새한창투의 800억 규모 사채 만기를 앞두고 일부 LP들이 불안감을 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VC가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대규모 투자 주식을 처분하고, 차입금과 사채를 조기 상환하는 것은 LP의 요구 없이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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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사채 만기 도래하며 유동성 위기 불거져

새한창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 800억원 규모 ‘제11회 무보증 사모사채’의 만기가 도래하면서부터였다. 사모사채의 만기 연장이나 차환 발행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고, 새한창투는 사모사채의 담보로 잡혀있는 두나무와 토스 주식의 전량 매도를 결정했다. 지분 매각에 실패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는 큰 위기였다.

새한창투가 궁지에 몰린 이유는 사채 상환을 위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으로 기업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새한창투는 지난해 10월 MBC 출신 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테오(TEO)’ 기업가치를 1,000억원으로 평가해 10%인 100억원을 투자했다. 그룹 원타임 출신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제작자(프로듀서) 박홍준(테디)씨가 설립한 음악·연기 매니지먼트사 ‘더블랙레이블’에는 밸류에이션을 1,500억원으로 평가해 425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문제는 새한창투가 펀드 출자자를 모으는 방식이 아닌 금융권 차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벤처펀드를 결성해왔다는 점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현금과 투자 수익금 대부분을 벤처기업 투자에 활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새한창투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는 5억6,000만원에 그쳤다. 애초 사모사채 상환이 쉽지 않은 재무 구조였던 셈이다.

대규모 손실 떠안으며 상환 완료

새한창투는 지난해 사채 만기(2022년 11월 17일)를 앞두고 8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 상환을 위해 토스와 두나무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사채 발행 당시 새한창투가 보유한 두나무와 비바리퍼블리카 지분 가치는 약 2,3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두 기업의 주가는 이미 크게 미끄러진 상태였다. 중금리 상승에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의 기업가치가 연일 하락했기 때문이다.

새한창투가 두 기업 지분을 매각했을 당시, 서울거래 비상장 등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비바리퍼블리카와 두나무 주식은 각각 주당 4만4,000원대, 15만5,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대량의 주식을 급하게 매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할인까지 고려하면 새한창투는 사채 상환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한창투는 지난해 말 크래프톤 주식을 담보로 시행한 95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면서도 크래프톤과 쿠팡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최대 30만원 근처까지 치솟았던 크래프톤 주가는 상환 당시 10만원 후반에서 20만원 초반 수준을 오가고 있었다. LP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한 체질 개선 과정에서 막심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경기 침체로 시장 전반이 가라앉은 와중에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장기차입금을 미리 상환한 새한창투에 대해, 업계는 새한창투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더블랙레이블, 테오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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