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호황에 임금 줄었다” 美 TV-영화 작가 1만명 파업

OTT 호황에 美 TV방송-영화 작가 파업 “노동 강도↑ 임금↓, 최저임금 상승과 안정적 고용 보장하라” 넷플릭스-디즈니 등과 합의 실패 “우리도 경영난” 무차별 성장에 의한 부작용,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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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riters Guild of America West

“OTT 시대가 열리며 노동 강도는 세졌고, 임금은 줄었다.”

미국 TV, 영화 작가들이 15년 만에 파업했다. 코로나19 시기 새롭게 자리 잡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청 문화가 미디어 환경을 바꾸었고, 이로 인해 작가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작가 조합(WGA)에 속한 1만 1,000명이 2일(현지시각)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7년 저작권료 인상 요구 파업 이후 15년 만이다. 이들은 높아진 업무 강도에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재 상황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WGA 통계에 따르면 TV 시리즈 작가의 절반(49%)가량이 최저임금 수준의 원고료를 받고 있다. 10년 전 최저임금을 받은 작가 비율은 3분의 1 수준이었지만,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중간 주간 작가의 급여는 23% 감소했다. 인기 작가 벌이도 줄었고, 메인 작가 평균 연봉도 4%나 하락했다. 이들은 “제작 환경 변화가 작가들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WGA 측은 ‘최저임금 인상’, ‘의무적인 인력 충원’과 ‘안정적인 고용기간’을 요구하며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NBC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등이 소속된 영화제작자동맹(AMPTP)과 6주 동안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제작사가 특정 기간 동안, 일정한 수의 작가와 함께 쇼를 제작하라”는 제안을 AMPTP에서 거절한 것.

WGA는 연간 4억 2,900만 달러(약 5,740억 2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합 작가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라며 임금 조정을 요구했지만, AMPTP는 “3년간 얼마나 많은 쇼와 영화를 생산할지 모른다”며 연간 8,600만 달러(약 1,150억 6,800만원)를 제시했다. 이에 WGA는 성명을 통해 작가들이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호소했다. “제작사는 작가를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려 한다”며 생계에 필요한 수준의 수입과 저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로 인해 파업이 시작됐지만, AMPTP 측 또한 “개선 의향은 있으나 노조 요구 중 일부는 들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ABC NEWS 캡처

미디어 산업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급격하게 변했다. OTT 서비스의 급부상은 드라마, 쇼, 영화 등 콘텐츠 소비방식을 바꿔놓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스튜디오는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했다.

기존 TV 프로그램은 약 20회 이상 방영했지만, OTT 시리즈의 경우 8~10회로 짧아졌다. 제작사는 과거보다 적은 수의 작가를 고용해 신속한 작업이 가능한 소규모 그룹 미니룸 조직을 운영했다. 이에 작가들은 짧은 회차 안에 내용을 압축하기 위해 고강도 노동을 감당해야 했지만, 보수는 높아지기는커녕 줄어들었다. 영화, TV 프로그램 재상영분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받았던 이전과 다르게 OTT 시스템에는 작가 로열티가 없다.

여기에 챗 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작가가 등장하면서 작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어떤 제작사는 AI가 작성한 초안 수정을 기존 작가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작가들은 AI가 자신들의 이전 작품을 활용햐 원고 작성하는 것을 막을 안전장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이 작가의 보수를 줄어들게 할 뿐만 아니라 신인 작가의 배울 기회도 줄게 하여 작가 시장을 쪼그라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WGA 파업 찬반 투표는 97.85%의 압도적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미 제작된 영화, TV 시리즈는 이번 파업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새러데이 나이트> <지미 팰런 쇼> 등 팀제로 운영되는 심야 토크쇼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올가을 새 작품 공개 지연 가능성도 커진다. 15년 전 파업은 100일 동안 지속되었으며, 약 21억 달러(약 2조 8,098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오늘날 30억 달러(약 4조 125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도 제작사들은 선뜻 작가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임금인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OTT 산업은 성장 정체기를 맞이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넷플릭스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도보다 규모가 줄었다. 디즈니+는 약 1조원의 적자로 7,000명 해고를 발표한 바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콘텐츠 회사가 인력 감축으로 돈을 아끼는 상황이다.

WGA 관계자는 “기업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쏟아부으며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자를 쥐어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방송계는 작가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급격하게 바뀐 시스템과 미디어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

OTT의 급부상으로 콘텐츠 시장의 부흥기를 맞이한 우리나라 또한 무차별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지금처럼 ‘신속하게 찍어내는’ 콘텐츠 기지 시스템에 출혈 경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지속적으로 감수한다면 플랫폼은 물론 창작진 또한 한순간에 무너질 위험이 높다. 미국 작가들의 뜻을 모은 파업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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