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작물’ 확보 나선 정부, “‘총성 없는 전쟁’ 살아남기 위해선 식량안보 챙겨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심화, 커져가는 식량 안보 위협 농식품부, 2027년 밀·콩·옥수수 등 전략작물 600만 톤 확보 계획 발표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식량안보, 타국 ‘식량보호주의’에 좌지우지돼선 안 돼

pabii research
사진=pexels

정부가 오는 2027년 해외에서 밀, 콩, 옥수수, 오일팜(식용유), 카사바(전분) 등 5개 품목 600만 톤을 확보하기로 했다. 주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 및 공급함으로써 국제 식량 위기 등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번에 선정된 5개 품목은 △해외 수입 의존도 △국내외 시장 및 공급망 상황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해 선정됐다.

농식품부 “5개 전략 품목 국내 수요처 우선 확보할 것”

농식품부는 농식품산업 해외 진출 지원사업 추진 시 앞선 5개 전략 품목을 다루는 기업을 우선 선정하고 국내 수요처 확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 5개 품목의 해외 확보량을 600만 톤까지 늘리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계획인데, 이는 2021년 확보량 208만 톤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또 해외농업자원개발 진출 지역을 기존 연해주, 동남아 위주에서 미주, 독립국가연합(CIS), 오세아니아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쟁,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농산물 수출 제한 등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곡물 등 전략품목 분야엔 대기업 진출을 유도해 생산·유통·가공의 전 과정에서 해외농업자원개발을 지원토록 한다. 이외 소규모 투자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과수, 원예, 축산 분야는 중소기업의 진출을 우선 지원할 예정이며, 해외 진출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현지 정착을 우선하고 기업의 성장 정도에 따라 전략 품목 분야로의 진출을 지원한다. 또한 해외 농산물의 유통·가공 분야로 진출한 기업에는 국내 식품·사료업체와 연계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확보한 농산물을 국내로 원활하게 반입하기 위한 제도 정비도 마친다. 국내 수요 업체와 해외농업기업 간의 연계를 활성화하고 농축산물로만 제한되어 있는 해외농업자원의 범위를 농산물 가공품과 식품에까지 넓힘으로써 식품, 가공 분야로의 해외농업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뒤에서 지지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확대되고 있는 국제농업협력(ODA) 사업과 해외농업자원개발을 연계해 진출 기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센터)와의 협조 아래 현지 농업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정 영농기술을 해외농업기업에 전수할 방침이다.

청년인력 육성 및 청년 창업 지원을 통한 해외농업자원개발의 장기적 발전도 함께 꾀한다. 농식품부는 우선 해외농업과 관련한 교과과정을 신설하고 현지 진출 기업의 영농현장 실습, 현지 사전 조사, 컨설팅 지원과 현지 법률 및 정책, 시장현황, 성공 사례, 애로 사항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략작물 생산량 증대, ‘식량안보’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치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 등 여건 악화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곡물 등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숨 가쁘게 허덕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추이는 2017년 51.9%, 2018년 50.3%, 2019년 49.3%, 2020년 49.3%, 2021년 44.4%로 꾸준히 하락세를 겪고 있다. 특히 곡물 자급률의 경우 20%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이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머잖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는 다른 해외 국가에 의해 좌지우지될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의미다. 밀, 콩, 옥수수, 오일팜, 카사바 등의 ‘전략작물’ 생산량 증가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다.

곡물은 우리가 먹는 주식을 만드는 재료이자 고기나 우유를 생산하는 축산 사료의 원료다. 우리나라는 축산 사료의 거의 전량을 수입 곡물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가 비상사태가 발령될 경우 우리나라가 자급자족하며 버틸 수 있는 시기는 채 몇 개월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우리나라가 몇 개월간의 전쟁을 거치게 된다면, 승패를 떠나 기아 문제로 인해 모든 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국제 곡물시장과 우리나라의 농업 여건을 고려해 근본적인 식량안보 대안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식량안보 향상, 전략작물직불제 안착에서부터 시작돼야

식량안보 향상을 위해선 ‘전략작물직불제’ 안착 등을 통해 농가가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전략작물’이란 밀, 콩, 가루쌀 등 수입 의존성이 높거나 논에서 밥쌀용 벼 재배를 대체할 수 있어 논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작물을 의미한다. 전략작물직불제는 이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에게 품목별 단가에 따른 직접지불금을 지급하겠단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다만 전략작물지불제와 같은 ‘생산조정제’는 지금까지 여러 국가에서 실시됐으나 대부분 그 실효성에 한계를 보였다.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의 주요 배경은 쌀 생산 조정이었다. 쌀 생산량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쌀값이 수직하락할 경우 생산을 멈추고 쌀값을 올림으로써 농가를 살리는 정책이 바로 전략작물지불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쌀 생산 조정적 성격에 머물지 않고 주요 품목 및 그와 관련된 산업 생태계 조성과 진흥을 기하는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발전을 이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쌀값 안정을 넘어 식량안보를 본격적으로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정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산품과 달리 식량은 국민의 생존은 물론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식량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인도 등 34개 주요 곡물 수출국은 수출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잇달아 도입하고 나선 바 있다.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식량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식량 자급률을 제고하는 수밖에 없다. 타국의 식량보호주의에 좌지우지되는 국가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