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콘텐츠] “K-콘텐츠, IP 확보 못하면 넷플 하청공장 전락할 것”

넷플 투자, ‘동반’ 전략인가 ‘포식’ 위함인가 당장의 위험 줄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 성장에는 ‘독’ ‘콘텐츠 하청공장’ 피하기 위해선 “IP 적극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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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K-콘텐츠 대규모 투자의 양면성.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 발표를 두고 국내 OTT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콘텐츠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며 글로벌 진출 확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K-콘텐츠와 수많은 제작사가 IP(지적재산권)를 모두 뺏긴 채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 걸린 비상에 따라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팬데믹과 함께 개봉이 미뤄졌던 영화들이 하나둘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한국 영화의 연이은 흥행 참패에 개봉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현빈과 황정민 주연의 <교섭>,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박서준과 아이유가 함께한 이병헌 감독의 <드림> 같은 대작들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섣불리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개봉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영화는 90여 편. 제작사와 배급사는 극장 개봉과 OTT 판매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지금의 극장보다는 OTT 플랫폼에 오리지널 콘텐츠로 작품을 판매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대 규모 플랫폼인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로 작품을 판매할 경우 보통 제작비의 10% 정도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10%의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식처럼 통하는 수치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해 본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으면 평균 투자금의 10%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대표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2020년부터 영업이익률이 10% 정도로 유지되어 왔고, 에이스토리도 10% 언저리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10%의 이익률도 보장할 수 없다. K-콘텐츠 제작사들이 하나 둘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판매하게 된다면 수익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콘텐츠의 위기에 제작자들에게 OTT는 달콤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콘텐츠를 넘기게 된다면 글로벌 OTT 플랫폼에게 IP가 독점되는 것을 제한하는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는 ‘콘텐츠 활용 권리’를 뺏기게 된다. 넷플릭스의 계약 조건에는 콘텐츠의 IP를 넷플릭스가 독점할 수 있다는 사항이 있고,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콘텐츠 판매는 물론 굿즈 제작, 출판, 홍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콘텐츠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오징어게임>이 대표적인 예시다. 작품의 ‘초대박’과 함께 넷플릭스는 시청자 수만으로도 약 8억 9,000달러(한화 약 1조 1,8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 반면 제작사의 수익은 약 50억원 가량. 작품을 만든 건 제작사이지만, 제작사는 판매 수익 이외에 <오징어게임>으로 낸 수익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IP가 없는 입장에서 넷플릭스가 작품을 통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의 등장과 함께 국내 OTT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됐고,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아직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티빙과 웨이브 등 토종 OTT는 입지가 강한 편이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함께 퀄리티 높은 콘텐츠가 제작되기 시작하자 티빙 오리지널 <몸값>은 지난 4월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렇듯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앞으로도 이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끼친 영향과 효과로 넷플릭스의 대규모 한국 투자를 반기는 입장도 존재하지만 IP와 수익 구조에 따른 문제로 중장기적 성장에는 득이 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넷플릭스가 제작사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평균 투자금의 1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앞으로의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오징어게임>처럼 작품의 IP를 뺏길 경우 K-콘텐츠 제작사는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산 공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배급사가 넷플릭스의 하청 업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IP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콘텐츠의 핵심인 IP를 확보해 제작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주최로 개최된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는 OTT와의 계약 단계에서부터 IP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쏟아졌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이 IP 자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를 받을 때도 국내 콘텐츠 제작자가 IP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도 “국내 제작사와 배급사가 넷플릭스 하청 제작 업체화되지 않으려면 IP 협상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와 K-콘텐츠가 앞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징어게임>처럼 재주는 K-콘텐츠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사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넷플릭스의 이번 대규모 투자안이 K-콘텐츠의 성장을 저하시키고 국내 제작사를 하청기지로 만드는 것이 아닌 최대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콘텐츠 생산지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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