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댓글 개편 나선 ‘네이버·다음’, 앞으로 악플러에 ‘낙인’ 찍는다

‘악플러 낙인’ 꺼내든 네이버·카카오, 내년 총선 대비한 조치? 목숨 꺼져가는데, 악플방지법은 ‘주춤’하기만 “정부 노력으론 역부족, 건전한 누리꾼 문화 조성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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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 뉴스 댓글 서비스 방식에 변화를 준다. 악성 댓글 및 가짜뉴스 양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악성 댓글로 인한 인플루언서의 극단적 선택, 가짜뉴스 양산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카카오, 악플러에 공개 ‘딱지’ 

네이버 뉴스가 내달 1일부터 댓글 모음 프로필 정보를 강화하고 댓글 이용 제한 해제 시 댓글 이용에 관한 퀴즈를 푸는 추가 절차를 도입한다. 악성 댓글과 가짜뉴스 양산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네이버의 변경된 운영정책에 따르면 댓글 이용이 제한된 이용자는 프로필에 해당 상태가 노출된다. 즉 악성 댓글을 단 이에겐 ‘악플러’라는 딱지가 붙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의 포털 다음 뉴스도 내달 댓글 서비스를 개편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진 바는 없으나, 실시간 소통에 중점을 둔 베타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다음은 자동으로 악성 댓글을 가려주는 세이프봇 강화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일부 이용자의 댓글이 과대 대표돼 여론을 포장하거나 일부 뉴스 소재에 따라 사생활 침해와 인격 모독이 발생하는 경우 등을 사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 같은 뉴스 댓글 기능 개편에 대해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공정성 논란을 벗어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양사의 트렌드 추천 서비스가 출시되자 정치권에선 과거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여론을 호도했던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단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능 개편엔 정치권의 볼멘소리를 사전 차단하겠단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유야무야된 악플방지법, ‘냄비’마냥 식어버린 개선 의지

지난해 초 20대 유명 남자 프로배구 선수 A씨와 여성 유튜버 B씨는 심각한 악성 댓글 및 성희롱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당시 국민 청원엔 악플러들에 대한 신상 공개 및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우후죽순 쏟아졌으나, 이후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몇 년 전에는 일명 ‘설리법’으로 불리는 악플방지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긴 하나 추후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21대 국회 들어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및 악플을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이 또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처럼 이전부터 악성 댓글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으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냄비처럼 순간 부글부글 끓어오를 뿐, 이후엔 금방 식어버린다.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독일의 경우 댓글이 명백한 가짜뉴스로 판명된 경우 삭제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으며, 최대 과태료도 무려 65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사실 확인 없이 무차별적으로 글을 유포해 상대를 극단적 선택으로 이끌고 갈 경우 모욕·비방죄를 적용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구금에 처하고 있다. 미국 또한 가짜뉴스 유포 및 악성 댓글 작성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법제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과거에 머물며 피해자를 양산해 내고 있으니, 한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포털 사이트 측에선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 왔다. 댓글 서비스 폐지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지난 2019년 10월 다음의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를 시작으로 2020년 3월엔 네이버가, 같은 해 7월엔 네이트가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여자 프로배구 선수 C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는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도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정부 차원 노력도 중요하지만, “민간서도 노력 이어가야”

그러나 포털 사이트의 댓글 서비스 폐지는 빙산의 일각을 걷어내는 정도에 그쳤다. 실제 명예훼손·모욕 등 각종 고소·고발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명예훼손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21년 7,071건이었던 데 비해 2022년 7,555건으로 총 6.8%가 늘었고, 정보통신망 명예훼손죄는 11,347건에서 12,377건으로 9% 늘었다. 모욕죄는 23,463건에서 27,146건(15.7%)로 증가폭이 더 컸다. 악성 댓글 및 허위사실 유포 문제가 비단 인플루언서에게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일반인도 악성 댓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2019년 54.7% 대비 11.1%p 늘어난 65.8%에 달했다. 학생들 사이에서의 사이버 불링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2020년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초·중·고교 학생 중 사이버폭력(12.3%)은 언어폭력(33.6%)과 집단 따돌림(26.0%)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악성 댓글 및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가벼운 것도 아니다. 현행 법률상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명예훼손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 가중 처벌된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일반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절은커녕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감시가 지독하다 한들 악성 댓글, 허위사실 유포 등 사이버 범죄가 줄어들기 힘든 이유다.

결국 개개인의 인식 수준 개선, 민간 서비스 관리 수준 제고 등이 필수적으로 병행돼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악성 댓글 피해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이미 피해자의 목숨이 지고 난 후엔 시간이 너무 늦다. 정부 차원에서 인터넷 이용자에 대한 윤리 의식 수준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건전한 누리꾼 문화 조성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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