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샘 알트먼의 암호화폐 모험, 월드코인 1억 달러 유치 임박

샘 알트먼이 2019년 설립한 암호화폐 스타트업 월드코인 유럽연합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 위반 소지 다분한 데이터 수집 과정 한국에도 존재하는 홍채인식 기술, 고유 가치 발견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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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드코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전 세계를 뒤흔든 AI 개발 업체 OpenAI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샘 알트먼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뛰어든다. 현지 시간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트먼 CEO가 홍채 인식 기술을 활용한 안전한 글로벌 암호화폐 ‘월드코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1억 달러(약 1,334억7,000만원)의 투자금 유치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알트먼 CEO는 코슬라 벤처스와 안드리센 호로위츠 암호화폐 펀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 링크드인의 공동창립자이자 페이팔 출신인 리드 호프먼 등 기존 투자자들을 비롯해 새로운 투자자들과 투자금 유지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보편적 기본 소득을 위한 원대한 구상?

월드코인은 알트먼 CEO와 알렉스 블라니아가 2019년에 설립한 암호화폐 스타트업으로, ‘챗GPT’ 열풍으로 주목받은 오픈AI보다는 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코인은 알트먼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FT는 베타 단계에 있던 월드코인이 몇 주 안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월드코인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월드코인에 등록된 사용자 수는 170만 명에 육박한다.

월드코인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통화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공평하게 분배할 것을 모토로 한다. 홍채 스캔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기기인 크롬 오브(Chrome Orb)로 홍채를 스캔하는 데 동의하면 전 세계 누구나 무료 코인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진=월드코인 웹사이트 갈무리

월드코인은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에게 할당된 몫의 디지털 화폐를 얻어야 한다’는 공정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크롬 오브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코인을 이중 수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크롬 오브는 참가자의 홍채를 포함한 기타 생체인증 데이터를 스캔한다. 아직 개발 중인 독점 알고리즘은 월드코인 데이터베이스에서 각 참가자의 고유성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작년 여름, 최초로 월드코인 관련 보도를 냈던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샘 알트먼은 “나는 보편적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나 세계 부의 재분배와 같은 일에 매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전 세계적으로 이룰 수 있는 기술 활용 방법’을 묻는 블룸버그 기자의 질문에 “월드코인이 그러려고 한다”고 답했다.

모호한 개인정보 보호, 생체인식을 둘러싼 착취의 그림자

월드코인 경영진은 홍채 인식 기술이 고급 AI가 제기하는 몇 가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홍채 인식 기술이 인간과 AI 챗봇을 구분할 수 있으며, 암호화폐를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여 AI 발전으로 인한 잠재적 일자리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FT는 월드코인의 홍채 인식과 관련된 프라이버시 위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월드코인은 “홍채 인식 정보를 내부에 저장하지 않으며 기기가 사용자의 눈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채 인식은 개인을 식별하는 데 사용되지 않고 고유성을 확인하는 데만 사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까지 그들이 한 일은 개발도상국의 소외된 개인으로부터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뿐이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월드코인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24개국에서 작업했으며, 직원들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사람들의 홍채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개인 정보 유출 및 사기의 위험이 있는 데다, 심지어 월드코인이 약속한 보편적 기본소득도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한편 월드코인은 이제 여러 유럽 국가를 포함한 선진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과 같은 엄격한 데이터 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GDPR은 개인에게 데이터의 목적, 사용 및 저장에 대해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에 월드코인은 이미 모든 GDPR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데이터 보호 전문가를 고용해 지속적인 ‘데이터 프라이버시 영향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평가 또는 고용한 전문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관점과 암호화폐의 미래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홍채 인식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2000년에 설립된 국내 벤처기업인 이리테크가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이리테크의 홍채 인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 인식 시스템은 현재 직원 인증,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홍채 인식 기술이 월드코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은행과 정부를 포함한 다른 기관에서도 디지털 거래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월드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가치를 유지하는 문제다. 홍채 인식은 잠재적으로 해킹을 방지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 가치의 안정성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만큼 월드코인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유사한 기술을 채택하고 홍채 인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면, 월드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필요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경쟁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고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경쟁 우위, 즉 해자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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