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장기 임대 프로젝트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 불확실성 앞에 사실상 존폐 위기

pabii research
‘우선협상자 지위 포기’ 등 임대 건립 포기하는 건설사 급증
선거철마다 번번이 바뀌는 정책 리스크가 주요 원인
국토부의 ‘달래기’에도 공사비 관련 업계 불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분위기

8년 전 ‘뉴스테이’로 시작한 기업형 임대가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올해 10월 기준 기업형 임대 출자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사실상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공모에 새로 참여하려는 신규 사업자들의 발길마저 끊긴 가운데 지금의 분위기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8년간 기업형 임대의 주택시장 비중 ‘0.3%’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공택지에서만 최소 7곳 이상이 기업형 임대 건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업형 임대 출자액은 1,73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182억원)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공급 주택 수 역시 지난해(2,266가구)보다 20%가량 줄어든 1,889가구에 그쳤다.

정부는 2015년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장기 민간 임대주택 ‘뉴스테이’를 도입한 바 있다. 뉴스테이는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고 입주해 최소 8년간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직접 임대주택을 짓거나 기존 주택을 매입해 대규모로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세탁, 청소, 이사, 육아 등 종합 주거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무주택자나 저소득층만 입주할 수 있었던 기존의 임대주택과 달리, 소득기준이나 주택 소유 여부 등과는 관계없이 누구나 입주자 모집 신청이 가능해 도입 당시 중산층의 주목을 받았다. 공공기관의 공공임대 때문에 생긴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주택시장 내 뉴스테이 비중이 0.3%(6만6,000가구)에 그치는 등 당초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뉴스테이의 신규 공모 물량은 1만8,447가구로 2021년(4만1,270가구)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까지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모 이후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장이 더 많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택지 방식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42개 사업장(약 2만4,525가구)은 지난 1년간 정부에 공사비 인상을 건의해 왔다. 이들 기업 대다수는 사업을 중단했는데, 본사업까지 남은 2~3년의 인허가 기간 소급 적용 등 정책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소급 적용 법안 발의 등 정책 리스크에 건설 업계 ‘포기’

뉴스테이가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를 사는 이유는 번번이 바뀌는 정책의 영향이 크다. 전 정권에선 인센티브가 크게 축소됐고, 이번 정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임차인(세입자)의 이익을 위해 분양전환 가격을 소급 규제하는 법안이 연달아 발의됐다.

국회에서는 분양전환 가격을 건설원가 등의 금액으로 제한해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주장하며 제도를 사후 규제하려는 시도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해관계자인 임차인을 과반수로 넣도록 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 구성 규정도 참여 기업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업계가 지적해 온 공사비 관련 불만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초부터 우선주 출자자인 HUG만 확정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를 지적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주문해 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공급량 급감을 우려해 지난달 기존보다 보전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려주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책이 나오기까지 무려 7곳의 사업장이 ‘사업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공모에 새롭게 참여하려던 신규 사업자들의 불만이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뉴스테이의 최대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무량판 부실 사태’를 겪으며 신규 공모 일정을 잠정 중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는 지금의 분위기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10년 장기 임대 프로젝트가 선거철만 되면 정권과 민심에 따라 수시로 규제를 바꾼다”면서 “향후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 반복된다면 (기업형 민간임대사업) 우선협상자 지위 포기를 고민하는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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