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없이 대출 꼬박꼬박 갚아도 신용점수 회복 힘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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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상반기 주요 민원사례로 알아보는 개인신용평가 관련 소비자 유의 사항' 안내
CB사들이 개인의 거래 '형태'까지 확인하는 탓에 제2금융권 대출 시 신용 회복 어려워
한국 신용평가 제도의 고질적 문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국의 신용평가 제도는 기존 개인신용 ‘등급’ 제도에서 2021년 초 개인신용 ‘점수’ 제도로 전환된 바 있다. 기존 개인신용 등급 제도의 경우 1~2점 차이로 인해 등급이 갈려 대출 등 금융 서비스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인 신용점수 제도로 신용평가 제도를 재편했으나,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불이익 등 금융 활동과 관련해 유연하지 못한 부분이 현재까지도 잔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빈도수 높을수록, 고금리 대출 많이 받을수록 신용평점 하락한다

2일 금감원이 발표한 ‘상반기 주요 민원사례로 알아보는 개인신용평가 관련 소비자 유의사항’에 따르면, 최근에 받은 대출이 많을수록, 특히 고금리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담보대출 역시 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고금리 대출을 정상 상환하면 신용평점에 긍정적 요인으로 반영될 수 있으나, 이 경우 역시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고금리 대출 발생 전 신용평점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금감원은 강조했다.

이는 개인신용평가사(CB사)들이 개인의 신용 관련 거래 발생 정보뿐 아니라 일정 기간의 거래 ‘형태’까지 분석해 신용평가 점수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이러한 CB사의 신용평점과 자체 신용평가 모형 등을 활용해 내부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여기에 고객의 재무 상태를 정성적으로 고려해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아울러 금감원은 CB사들마다 활용하는 신용정보 범위와 평가 기준이 상이한 만큼, 동일한 대출을 받더라도 신용평점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출 연체 등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신용거래 정보가 부족하면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금감원은 신용정보 조회는 신용평가에 활용되지 않지만, 습관적 할부 이용, 카드 대출의 빈번한 사용 등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들

금감원이 공개한 관련 사례를 보면, A씨는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을 정상 상환하고 다른 은행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았다.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로 갈아탔음에도 불구, A씨의 신용평점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A씨는 신용평점 재평가를 CB사에 요구했으나, CB사는 고금리 대출 이용 이력은 대출 상환 이후에도 일정 기간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즉각적인 신용평점 인상은 어렵다고 안내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CB사에서 산정한 신용평점이 835점에서 808점으로 하락했다. 이에 B씨는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고, 대출 원리금 및 카드값 연체가 없었는데도 신용평점이 하락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CB사는 최근 받은 대출이 많을 경우 신용평점에 부정적 요인으로 평가되는 만큼, 담보대출을 받아도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B씨의 경우 일시적으로 신용평점이 하락할 순 있지만, 연체 없이 신용거래를 유지하면 평점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개인 신용점수제도, 미국 대비 유연하지 못하다는 지적

신용점수란 개인신용평가회사에서 각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한 점수로, 사회생활에 있어 자신의 얼굴이자 명함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신용점수를 올리려는 가장 큰 이유는 신용카드의 사용과 대출의 가능 여부, 그리고 금리 때문이다.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개인신용 등급은 1등급에서부터 10등급까지, 세부적으로는 1~2등급은 우량, 3~6등급은 일반, 7~8등급은 주의군, 9~10등급은 위험군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용 등급제는 등급 간 이동이 어렵고, 등급 차이로 인한 불이익이 크다는 불만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가령 6등급 하위 고객과 7등급 상위 고객의 점수가 1~2점 차이더라도, 등급이 갈리면서 카드 발급과 대출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등급제를 없애고 점수제를 도입해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고자 했다.

이런 배경에서 새롭게 전환된 것이 바로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인신용점수 제도’다. 우리나라의 개인신용점수는 1~1,000점으로 구성돼 있고, 1,000점에 가까울수록 신용이 높다고 평가된다. 물론 기존의 신용등급 역시 기본적으로는 점수 기반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개인신용점수 제도를 관리하는 방법은 과거와 동일하다. 다만 기존 신용등급제도에선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을 경우 제1금융권에 비해 큰 폭으로 등급이 떨어졌다면, 신용점수 제도에선 대출 업권의 유형이 아닌, 대출 금리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신용점수를 매긴다. 예컨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같다면, 신용점수 변동도 같아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청년 및 전업주부 등 금융 이력 정보가 부족한 금융소비자층은 민간의 납부 이력이나 체크카드 이용 실적 등도 평가 기준에 반영하도록 바뀌었다.

그러나 앞서 금감원이 제시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 신용점수 제도는 정상적으로 대출을 상환하더라도 여전히 제2금융권 대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신용 점수를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우리나라의 신용점수 제도가 결국 개인의 활발한 금융 활동에 제약을 걸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미국의 신용점수 제도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미국의 신용점수 제도는 1989년 FICO라는 회사에서 만든 신용 평가점수인 FICO 스코어를 사용하고 있다. 1,000점 만점인 한국의 신용점수제와는 달리 미국의 FICO 점수는 300~850점으로 구성돼 있고, 모든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제때 갚기만 한다면 신용점수는 빠르게 올라간다. 실제 2019년 기준으로 최고 수준인 800~850점의 FICO 스코어를 비교한 미국인은 전체에서 약 20%, 740~799점이 전체에서 약 25%로 절반 가까이가 상위 신용점수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인이 상위 700점대 FICO 스코어에 도달하는 나이도 점차 젊어지고 있는데, 2012년에는 62세가 700점대 스코어에 도달하는 평균 연령이었던 반면 2019년엔 54세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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