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품 떠난 ‘SiC 3D 프린팅’ 스타트업, 23억원 규모 투자 유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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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원 투자금 확보한 매이드, 3D 프린팅으로 SiC 기반 부품 제조 혁신
지구상 3번째로 단단한 SiC, 반도체·우주·원자력 등 다방면서 '차세대 소재'로 각광
현대차 '제로원 컴퍼니빌더' 딛고 성공적인 첫 출발, 국내 제조업 발전 이끌 수 있을까
사진=매이드

3차원(3D) 프린팅 전문 스타트업 매이드(MADDE·대표 조신후)가 26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이드가 지난 8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분사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이번 투자에는 DSC인베스트먼트와 슈미트, 에트리(ETRI)홀딩스,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참여했다. 매이드는 차후 3D 프린팅을 바탕으로 한 ‘실리콘 카바이드(SiC)’ 부품 제조 기술을 활용, 국내 제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3D 프린팅’ 활용한 실리콘 카바이드 부품 제조

매이드는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거쳐 9월 독립한 3D 프린팅 전문 신생 스타트업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한 실리콘 카바이드 부품 제조 기술을 보유 중이다. 실리콘 카바이드는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단단한 물질로 꼽히며, 높은 온도에서도 변형 없이 단단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단함’은 부품 생산 과정에서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 실리콘 카바이드 부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한층 더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상당한 비용·시간이 소요되며 복잡한 형상을 만들기가 어렵다. 세부적인 조형이 불가능하다 보니 공정 과정에서 버려지는 소재도 많다. 반면 적층 제조 장비인 3D 프린터를 활용해 실리콘 카바이드 부품을 생산할 경우 공정이 간소화돼 가공 시간과 비용을 눈에 띄게 절감할 수 있으며, 보다 복잡한 형상의 부품도 제조할 수 있다.

매이드는 해당 기술을 활용해 첨단 산업인 반도체 부품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서울 뚝섬 인근에서 170평 규모의 생산 공장 건설이 시작되며, 기반을 다진 뒤에는 우주 항공·원자력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부품 프린팅 최적화 설계도 이미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금은 3D 프린터 장비 개선과 R&D(연구·개발), 설비 확충 등에 활용된다.

‘실리콘 카바이드’란?

반도체 분야에서 실리콘 카바이드는 실리콘(Si)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실리콘 카바이드는 실리콘 대비 에너지 밴드 갭이 1.1/3.2eV로 3배가량 넓어 온도와 무관하게 반도체 성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절연파괴전계는 실리콘 대비 10배, 열전도도는 3배가량 높다. 높은 전압에서 실리콘보다 원활한 동작이 가능하며, 적은 에너지로 냉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Si가 포함돼 있는 만큼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는 여타 물질 대비 도입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Si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공정들을 이용해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기업은 공정을 처음부터 완전히 바꾸는 ‘모험’을 감수하는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공정을 변형해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는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주목하는 소재다. 로켓 발사 시 화염을 아래로 집중시켜 주는 ‘노즐’은 로켓에서 발생하는 화염의 온도(1,400도)를 견뎌야 한다. 대부분 금속은 이 같은 고온 환경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높은 온도를 진정시키는 냉각 시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내열성이 높은 실리콘 카바이드를 노즐에 활용할 경우, 냉각 시설을 제거해 로켓의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실리콘 카바이드가 활용된다. 핵연료 용기 등은 이미 실리콘 카바이드로 제조되고 있으며,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한 3D 프린팅 방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실제 2019년 1월 2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금속과 실리콘 카바이드 소재를 하이브리드화할 수 있는 ‘금속-SiC 하이브리드 소재 제조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혁신 스타트업 키우기’

매이드는 현대자동차에서 이 같은 낙관적인 미래 전망을 인정받으며 분사했다.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 개발 사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들을 지원하고, 미래 신사업 추진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제로원 컴퍼니빌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로원 컴퍼니빌더에서 선발된 업체는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회, 최대 3억원의 개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종료 이후에는 사업성, 재무계획, 창업 의지 등을 고려해 분사 또는 사내 사업화 여부가 결정된다.

매이드의 제로원 컴퍼니빌더 분사 ‘동기’ 스타트업은 리퍼비시(중고) 배터리 구독 서비스 기업 ‘피트인’, 폐배터리 블랙파우더 추출 기업 ‘에바싸이클’이다. 피트인은 일반적인 충전 방식 대신 사용한 배터리와 리퍼비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배터리 교환 방식으로 장시간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에바싸이클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이 포함된 블랙파우더를 추출하는 재활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들 기업은 9개월 만에 사업성을 인정받아 현대자동차에서 분사, 각자의 혁신 사업을 펼쳐 나가게 됐다. 세 스타트업 모두 일차적으로는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으로 분류되지만, 매이드는 차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사업 전반까지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전망을 인정받으며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가운데, 매이드는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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