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도 두려워 않는 스토커들, ‘전자발찌’로 잡아둘 수 있을까

개정 전자장치부착법 12일 시행, 스토킹 범죄자에도 ‘전자발찌’ 부착한다 스토킹처벌법 시행은 ‘보여주기’였나, 여전히 미흡한 가해자 분리·처벌 솜방망이 처벌에 높아지는 가해 수위, 법원이 근본적인 태도 변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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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앞으로 스토킹 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게 된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처벌 자체가 미온적인 가운데,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전자발찌’로 붙들어 두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정 전자장치부착법, 보호관찰 명령 청구대상에 ‘스토킹 범죄자’ 추가

기존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르면 검사가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은 성폭력·살인·강도·미성년자 유괴 범행을 저지른 사람 등이다. 1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은 상기 명령 청구 대상에 ‘스토킹 범죄’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5조는 스토킹 범죄자에 대해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1조의2에는 스토킹 범죄자에 대해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검사는 △스토킹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10년 이내 재범한 경우 △전자장치 부착 전력자가 재범한 경우 △스토킹 범죄를 2차례 이상 반복해 상습성이 인정된 경우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판단, 전자장치 부착 명령 및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시행일 이전에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재범 우려가 인정된다면 명령 청구가 가능하다.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대검찰청은 전국 검찰청에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하고 나섰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11일 “전국 일선 검찰청에 스토킹 범죄 처리 시 전자장치 부착 명령·보호관찰 명령 청구 요건에 해당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명령을 청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스토킹 사범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 잠정조치도 내년 1월 12일부터 시행된다.

가해자에 관대한 법원, 미온적인 처벌

일각에서는 전자발찌가 스토킹 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명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돼가고 있지만,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태도 및 처벌이 여전히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올 8월까지 검찰에 접수된 스토킹처벌법 사건은 1만4,508건에 달했다. 수많은 가해자의 덜미를 잡았지만, 이들을 유치장·구치소에 유치해 피해자와 분리하는 ‘잠정조치 4호’의 결정률은 상당히 낮았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지난 7월까지 잠정조치 4호가 포함된 경찰의 신청 건수는 1,800건에 그쳤으며, 이 중 법원이 결정한 건수는 894건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사진=unsplash

법원은 실질적인 가해자 처벌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이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6월까지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1심이 선고된 사례는 2,225건이었다. 이들 중 1,811명(82%)이 집행유예·재산형·선고유예·무죄·공소기각·이송 결정 등의 판결을 받았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414명(18%)뿐이었다. 항소심의 경우 재판을 받은 293명 중 170명은 항소 기각 판결, 36명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47명(16%)에 그쳤다.

가해자는 수갑도, 법원도 두렵지 않다

전국을 발칵 뒤집은 스토킹 범죄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 직원이자 입사 동기였던 28세 여성 피해자를 2019년 11월부터 3년 가까이 스토킹했다. 스토킹 및 불법촬영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2021년 10월 7일 가해자를 불법촬영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서울서부경찰서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21년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접근금지 명령이나 가해자 중심 감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주환은 2022년 1월 27일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발당했지만, 이때도 구속영장 청구는 없었다. 이후 가해자는 2022년 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강요) 혐의, 6월 카메라등이용촬영물 소지 혐의로 재차 기소되었고, 1심의 선고 공판일 하루 전이었던 9월 14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추적해 화장실 칸 안에서 살해했다.

신당역 살인 사건은 스토킹 범죄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다. 통상 스토킹 행위는 경찰 개입 이후 보복성으로 한층 수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경찰 신고 이후 피해자가 더 큰 위협을 받게 되는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 추가 범죄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관대한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스토킹 피해자 보호마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스토킹 사범들은 처벌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처벌이 전반적인 죄질을 악화시킨 것이다. 당장 유치장 구금 등 기본적인 처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와중에, ‘전자발찌’에 겁먹어 물러설 가해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은 보여주기식 처벌 강화가 아닌 사법부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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