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녹조’ 발생, 환경부 ‘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 추진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르게 발생한 낙동강 유역 녹조 환경부 사전·사후·정비체계 마련했다 “안전한 물환경 만들 것” 인간이 만든 녹조, 친환경적인 재활용 방안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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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 나타난 녹조띠/사진=환경운동연합

지난 1일 환경부는 봄 가뭄과 여름 무더위가 예상됨에 따라 녹조 발생을 예방하고 전문적인 녹조 관리 및 수질 관리를 위해 ‘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환경단체에 따르면 올해 녹조는 경남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합천창녕보 상류의 우산리 어부선착장에서 지난달 24일 처음 발견됐다. 지난해(6월 19일)보다 한 달가량 빨리 관측됨에 따라 정부는 서둘러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무서운 속도로 강 표면 덮는 남조류, 환경부 특단 대책 내세웠다

녹조란 강이나 호수에 남조류가 과다하게 성장하여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녹조의 원인이 되는 남조류는 최적 성장 수온이 20~30℃로 고온에서 최대로 성장한다. 본래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며 특히 낙동강 지역의 경우 경사가 완만하고 유속이 느린 데다 주변에 산단 지역, 축산시설 등으로부터 오염물질이 다량 유입돼 녹조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기상청은 올해 장기예보를 통해 다가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고 강수량은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녹조가 발생하기 최적화된 상태인 것이다. 이상진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 역시 “지금 봄 가뭄과 무더위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기 더 쉬운 기상 여건”이라면서도 “올해 강우가 더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좀 더 녹조 발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녹조를 유발하는 남조류 중 유해 남조류는 대부분 정수처리 단계에서 제거돼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남조류는 물을 섭취할 때 불쾌감을 주고 수돗물 맛을 떨어뜨려 정수과정에서의 추가비용을 발생시킨다. 또 과도하게 증식된 남조류는 강 표면을 덮어 햇빛을 차단하고 광합성을 방해해 물속 산소 결핍을 유발한다. 이에 물고기 폐사율이 높아져 생태계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수영·낚시 등 수상레저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경부는 녹조와 관련해 위험성을 제시하며 “녹조 저감을 위해 사전 예방, 사후대응, 관리체계 등 3개 분야로 나눠 비상 대책과 중장기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적인 녹조 관리 및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하천변 야적 퇴비를 관리하는 ‘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도 추진한다고 전했다. 류연기 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은 “올해는 야적 퇴비 제거 등 가축분뇨 관리를 중심으로 비상 대책을 추진해 단기간 내 효과적으로 녹조를 저감하고 이와 더불어 근본적인 녹조 저감을 위한 중장기대책도 동시에 추진해 녹조로부터 안전한 물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예방: 오염원 관리, 가축분뇨 처리 과정 개선

환경부는 ‘사전 예방’ 측면에서 오염 집중관리에 나선다. 먼저 ‘계절 관리제’를 추진해 녹조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하절기(5~9월)를 계절 관리기간으로 설정하고 야적 퇴비 집중관리, 폐수처리장 총인 추가 감축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통상 야적 퇴비는 제방·하천부지 등에 방치돼 있다. 만일 퇴비가 강우로 인해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남조류 증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환경부는 6월 중 전체 수거 조치를 내릴 전망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 등 적법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환경청을 통해 모든 퇴비의 위치 정보를 지자체에 등록하고 야적 퇴비 보관 위치, 적재 규모, 공공수역 유출위험도 등의 조사도 실시한다. 폐수 처리장의 경우 기존 기준보다 방류수 총인 기준을 강화해 이를 충족한 공공 하·폐수처리장을 대상으로 재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어 녹조가 과다하게 발생하거나 오염원이 집중된 지역을 중점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맞춤형 저감 사업 예산 배정 및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녹조 중점 관리지역은 △지난 3년간 ‘경계’ 이상 발령일이 가장 많은 지역 △오염물질 과다발생 지역 △그 외 지방환경관서장이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지역 중 1가지 이상 만족할 때 선정된다. 녹조 중점 관리지역으로 선정되면 우선적으로 오염 처리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도시의 경우 초기 우수 저류시설 및 산단 완충 저류시설을 설치하며, 농촌의 경우 양액재배 밀집지, 축사밀집지를 대상으로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한다. 또한 녹조 빈발지역에 간이 공공 처리시설도 확대할 전망이다.

중장기적 대책으로는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해 가축분뇨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현 가축분뇨 처리 방법에 바이오차(가축분뇨를 고온(350℃) 탄화, 토양개량제로 활용 시 탄소 저장 및 토양 내 중금속 흡착)를 추가하기 위해 ‘가축분뇨법’ 개정 및 기준 마련을 추진한다. 또 가축분뇨 적정 처리를 위해 공공 처리시설을 증축 및 개선하고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집중 설치할 방침이다. 나아가 축산농가의 등록을 확대하고 배출량 분석·점검 전자 인계시스템을 개선해 지자체나 환경공단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가축분뇨 양분관리제를 도입해 지역별로 가축분뇨 발생량과 농경지 양분 투입, 처리 등을 종합 분석하여 양분수지 범위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 6월부터 녹조 다량 발생 인근 지자체에 시범 적용된다.

사후 대응: 녹조 제거시설 확충, 식수 관리 강화

‘사후 대응’ 측면으로는 녹조 제거 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이에 2024년부터는 낙동강 집중 발생지를 중심으로 녹조 제거 선박 20대가 추가 도입될 전망이다. 현재 물순환 장치 591대, 수면 포기기 120대, 수양버들 확산 장치 37대 등의 녹조 제거 장치가 있으며, 14대의 녹조 제거 선박이 운용 중이다. 수면을 자율주행하며 녹조만 필터링하는 에코 로봇, 지류 하천에 차단막을 설치해 녹조와 오염원을 동시에 제거하는 수상퇴치밭 등의 새로운 장비도 투입된다. 또 녹조상황실을 운영해 관할 환경청·과학원·수면 관리자(수공)·정수장 관리자(수공,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업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하고, 녹조 발생 전 합동 녹조 대응 훈련도 실시한다.

비상 대책으로는 조류 유입을 차단한다. 조류 차단막을 통해 선택 취수를 거쳐 취수장에서의 조류 유입을 최소화하고 주기적으로 수질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정수 처리장 역시 표준정수처리를 강화한다. 환경부는 6월 내내 102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녹조 대응 준비 실태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녹조 상황 모의훈련을 통해 조류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또한 먹는 물 감시 기준도 강화해 수돗물 생산과정에서 조류독소 대응을 위한 정수처리 기준도 개선할 전망이다.

과학적 관리체계 정비해 대응능력 높일 것, 녹조류 재활용 방안도 모색해야

환경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사전 예방, 사후 대응 측면에서 나아가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효과적인 현장 대응을 위해 ‘국가녹조대응센터’를 신설하고 녹조 대응 및 관리를 일원화해 녹조통합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도록 할 전망이다. 센터에서는 통합 현장 대응, 녹조협의체 운영, 녹조 관련 연구 등을 담당한다. 또 올 12월까지 상수원 조사지점 및 채수방법을 개선하고, 친수구간 조사 시점 확대와 친수활동의 특성에 맞는 관리체계 마련 등을 목표로 잡았다.

아울러 AI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해 녹조 예측기법도 강화한다. 이에 기존 모델링 기반 수질 예측 시스템에 더해 딥러닝 학습을 통한 주간 녹조 발생 예측이 고도화될 전망이다. 디지털트윈(DT)를 이용해 전체 물환경 DT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시각화된 예측 결과로 시나리오별 최적대응방안 역시 마련할 계획이다. 끝으로 오염물질 관리기준을 강화해 총량제 관리 대상 수질오염물질을 총유기탄소(TOC)로 확대하고, 총질소가 녹조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오는 2026년까지 총질소 방류수수질기준 강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조류가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만큼, 기술 개발을 통해 재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영국의 특수화 제조 전문 기업인 비보베어풋(Vivobarefoot)은 전 세계 하천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녹조류를 신발 소재의 원료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보베어풋은 바이오플라스틱 전문 기업인 알직스(Algix), 청정 기술 컨설팅 기업 에펙트(Effekt)와의 협업을 통해 녹조류를 15~60% 정도 포함하고 있는 ‘블룸 폼(Bloom foam)’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알직스는 이미 블룸 폼을 요가 매트나 스포츠용품, 또는 장난감과 같은 제품들에 적용하여 신소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비보베어풋의 시도 역시 ESG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상 녹조현상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조류가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부에서 나선 것은 긍정적이나, 결국 원인을 제공하는 단체 혹은 개인이 노력해야만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민관협력을 통한 녹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부의 대책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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