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경제, 주요국 통화정책·중국 경제 회복 양상에 따라 회복세 달라질 것”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둔화 예상, 다만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불확실성 높아 한편 국내 경제는 ‘수출 부진’ 이어지고 있지만, 물가상승률 둔화는 긍정적 하반기 IT 부진 완화 등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 가시화되면 회복 흐름 개선될 것

pabii research

올해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글로벌 경제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지속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은 물가 수준에 고통을 겪는 국내 경제도 지난해보다 둔화된 성장률을 보이며 하반기에나 회복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경제 전망은 중국 경제의 회복 양상 및 IT 경기 향방, 국내외 금융여건, 미·중 갈등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이슈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예상보다 양호했던 상반기 글로벌 경제, 하반기 전망은?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2023년 5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경제 동향을 진단하고 올해 전망을 다뤘다. 먼저 글로벌 경제는 올 1분기 중국의 리오프닝, 선진국의 견조한 고용 상황 등에 힘입어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다만 향후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긴축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신용여건이 타이트해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이 신용긴축의 영향으로 하반기 중 완만한 역성장을 하는 반면, 유로 지역은 고금리 지속에도 에너지 수급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리오프닝으로 양호한 성장흐름이 차별화될 전망이다. 세계가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된 반면, 중국의 경우 재화수요 부진 등으로 헤드라인 및 근원 물가 모두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교역을 살펴봐도 주요국의 제조업 생산과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중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 내수·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둔화된 국내 물가상승률, 다만 수출 등 경기 전반은 대체로 부진

올해 1분기 국내 경제는 혼조세를 보였다. 경기는 대체로 부진했으나 고용은 꾸준히 수요가 높았고, 물가상승률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부문별로 보면 먼저 경제성장률이 IT 경기 위축 심화,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으로 영향으로 전기 대비 0.3% 소폭 상승에 그쳤다.

물가상승률 둔화 추이는 국내 경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중반 이후의 둔화 흐름을 이어갔고, 올 2분기 들어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상당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최근 3개월 연속 4% 수준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정부의 물가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고용 시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실업률과 고용률은 지난 4월 기준 2000년 이후 최저치와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 증가세도 지난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으나 여전히 상승 중이다.

다행히 민간 소비도 지난해 4분기 일시적으로 주춤했으나 올해 들어 방역 조치 추가 해제에 따른 보복 소비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재개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설비투자는 지난해 하반기 공급차질 완화와 대규모 반도체 관련 투자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반도체기업 투자 축소 등으로 4.0% 감소했다.

출처=한국은행

하반기 국내 경제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전망, 수출 부진 해소가 관건

올 하반기 국내 경제는 회복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상황을 보면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수 증가세 둔화가 예상되나, 대면 활동 정상화로 서비스업 노동수요가 지속되고 여성·고령층의 노동공급도 늘어나면서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

예상된 회복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 한국 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살아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특정 품목과 특정 국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수출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IT 수출과 미국·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우리 수출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IT 및 중국 수출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니 곧바로 불황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IT 외 신성장 분야에서 수출 활로를 찾고, 중국 시장 외 다른 시장도 적극 개척해 수출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내 경제는 IT수출 반등 시기, 중국 경제 회복의 파급영향 정도, 국내외 금융여건, 미·중 갈등 전개양상 등의 요소에 따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특히 중국 경제의 회복 양상에 따라 국내경제 노선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 모멘텀이 강화되는 경우 수출 부진 개선과 중국인 방한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국내 성장률이 1%대 중반, 물가상승률은 3%대 후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반대로 중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 금융 불안이 확대될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성장률이 1%대 초반, 물가상승률은 3%대 초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