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 경기 41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PF 위기에 내수 부진 이중고로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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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발표
200조원 달하는 PF, 경제 전반 위협
내수 부진 경고음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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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가 가속하면서 기업 체감 경기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극심했던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악화했다. PF발(發) 경제 위기론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까지 맞물리자 건설업과 제조업 등 대부분 산업은 경기 악화에 시름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2월 전산업 업황 BSI는 68로 전월(67)보다 1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70을 유지하던 BSI는 올해 1월과 2월 1p씩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64를 기록한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 관계자의 판단 및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을 경우 지수가 100을 하회한다.

부문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가 전월보다 1포인트 내린 70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7을 기록한 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던 제조업 업황 BSI는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전자부품 수요 감소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66, -7p) 업종의 체감 경기가 악화하며 제조업 업황 BSI 하락 전환을 이끈 것이다.

의료·정밀기기(68, -13p)와 석유정제·코크스(79, -7p)의 BSI 또한 수익성 악화 여파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형태별 제조업 업황 BSI에서는 대기업(-2p)과 중소기업(-1p), 내수기업(-3p) 등 대부분 기업이 하락했고, 수출기업(+2p)만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중심으로 수출이 활황을 이뤘지만,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 BSI의 하락세가 가팔랐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67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79, +5p)이 수요 증가로 체감 경기 개선을 이끌었으며, 운수창고업(78, +2p)도 해운업 업황이 좋아지면서 BSI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전월 대비 7p 하락한 건설업 BSI는 51로 2013년 1월(49) 이후 1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자금조달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잇따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91.5) 대비 1.8p 오른 93.3dm로 집계됐으며,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해 산출하는 ESI 순환변동치는 93.4로 전월(93.3)보다 0.1p 올랐다. ESI는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해 산출하는 것으로, 기업과 소비자 등 여러 민간 경제주체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낸 수치다. 이번 조사는 이달 5부터 14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3,305개 기업(제조업 1,815개·비제조업 1,490개)이 설문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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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2배 수준 달한 PF 규모

이번 한국은행의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부동산 PF발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PF 부실 사태가 지난해 말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에서 나온 발표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태영건설 사태가 특정 기업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건설업체나 자금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에 큰 우려를 표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건설업의 특성상 일부 기업에서 발생한 유동성 리스크는 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부동산 PF 규모가 200조원에 달한다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조사 결과 또한 이같은 우려를 짙게 만든다. 건산연이 20일 발표한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부동산 관련 PF 대출 규모는 종 20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9월 공식 집계된 134조3,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규모 추정치인 100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건산연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자, PF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의 부실이 문제가 된 바 있다”며 “당시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 사태가 빚어졌는데, 현재의 PF 위기는 당시와 구조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면서도 그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드러나는 것을 얼마나 조기에 포착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수출 호조에도 내수 시장은 ‘한겨울’

얼어붙은 내수 시장도 경기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고금리 여파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재화 소비에 이어 서비스 소비마저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월 15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 지표 10개 중 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 수입액, 소비자기대지수 등 5개가 하강 국면에 자리했다.

이 가운데 소매판매는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연속 하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서비스 생산과 소비자기대지수도 같은 해 9월부터 3개월 연속 하강 국면에 머물렀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는 완만한 회복세에 있었지만, 11월부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순환시계는 주요 경제 지표들이 상승과 둔화, 하강, 회복 등 순환 국면 상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로 내수·투자, 제조업·수출 등의 활성화 정도를 가늠할 때 활용된다.

이같은 내수 부진은 정부 등 주요 기관의 경기 진단에서도 속속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민간소비 둔화, 건설투자 부진 우려 등 경제 부문별 회복 속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비슷한 시기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고금리 기조로 인해 내수 소비와 투자는 모두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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