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대역 없는 진짜 가상인간 ‘루시’ 프로젝트 가동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대, 살아남기 위한 홈쇼핑의 노력 전 세계적 가상인간 열풍, 스캔들 없어 마케팅 수단으로 뛰어나 11만 팔로워 거느린 롯데홈쇼핑의 ‘루시’, 명품 브랜드 매진 행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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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바이포 윤준호 대표/사진=포바이포

실감형 콘텐츠 제작 기업 포바이포가 롯데홈쇼핑과 가상인간 ‘루시’ 고도화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포바이포가 지난 2021년부터 롯데홈쇼핑과 함께 제작, 운영해 온 버추얼휴먼 루시를 자연스러운 목소리와 말투에 맞춰 사람의 얼굴 표정을 설득력 있게 모방하는 ‘100% 자동화된 루시’로 진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 홈쇼핑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쇼호스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포바이포의 기술적 도전

현재 루시는 실제 인간 모델을 촬영한 후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상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시각특수효과(VFX), 리얼타임엔진 등의 기술이 적용돼 실제 인간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대역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다. 모델이 바뀌면 당장 목소리부터 차이가 난다. 그런 만큼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어떤 상황에서도 루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롯데홈쇼핑은 우선 루시만의 목소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루시가 대역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만의 목소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술 수준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루시의 음성 솔루션 개발이 완료되면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방식(TTS, Text to Speech)’과 ‘실시간으로 들리는 음성의 루시 목소리로 변환하는 방식(Real time-STS, speech to speech) 등이 모두 가능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루시의 음성 정체성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역 모델 변경 리스크 등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대역 모델 없이 ‘몸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단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루시의 수많은 움직임을 모션 캡처 방식으로 미리 촬영해 두고 이를 AI가 학습하면 어떤 상황이든 그에 어울리는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가 가능하다. ChatGPT 기반 대화 엔진을 탑재한 가상인간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라이브 커머스 형태가 최종 목표다.

윤준호 포바이포 대표는 “단지 신기함으로 관심을 끌던 버추얼휴먼의 시대는 끝났다”며 “산업 내에서 그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버추얼휴먼이 만들어 내는 독창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루시는 실시간 방송과 쌍방향 소통, 라이브 커머스 등에 특화된 버추얼휴먼인 만큼 많은 콘텐츠를 빠르고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는 방식, 즉 완전 자동화를 통해 앞으로 더욱 활용도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here.me.lucy 인스타그램

쇼호스트, 100% 자동화된 가상인간으로 대체될까?

가상모델 열풍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기술 발달로 점점 더 자연스러운 형태를 띠는 데다 외형이 변하지 않으며 스캔들에 휘말릴 걱정도 없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선보인 가상모델 ‘릴 미켈라’는 작년에만 1,000만 달러 넘는 수입을 기록했다. 2019년 일본 3D 이미지 스타트업 AWW가 공개한 가상모델 ‘이마’ 역시 작년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모델로 발탁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됐던 2021년부터 국내 유통업계는 가상인간 모델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중에서도 롯데홈쇼핑은 국내 홈쇼핑 업계에서 가상 모델을 최초로 도입한 선두 주자로 꼽힌다. 현재도 가상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루시는 수만 개의 데이터로 학습한 딥러닝 AI와 하이엔드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로, 실시간 상호작용과 라이브 커머스가 가능하다.

루시의 나이는 29세로, 본캐(본래 캐릭터)는 디자인 연구원이며 부캐(부 캐릭터)는 패션모델이다. 루시의 외모는 MZ세대의 이목을 끌 만한 특성을 조합해 제작된 몇 가지 샘플 중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아울러 29세라는 나이는 홈쇼핑 주 고객층인 4050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결정됐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가상 모델 시장이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해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늙지도 않게 나이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루시의 성공은 11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루시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데뷔 이후 꾸준히 홍보 제품을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작년 12월에 진행된 럭셔리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의 가방과 카드케이스의 경우 라이브 커머스 세션 시작 25분 만에 매진됐으며, 비비안웨스트우드 가방과 미니 드라이어도 각각 30분, 40분 만에 매진됐다.

롯데홈쇼핑, 성공적 디지털 전환 이룰까

최근 TV 시청자 수가 감소 추세에 들어서면서 홈쇼핑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IPTV)에 지불해야 하는 채널 사용료인 ‘송출수수료’ 역시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방송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17년 39.4%에서 2021년 60%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트렌드와 송출수수료 증가 부담은 결국 주요 업체들의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 온라인이 주요 소비 채널로 부상하면서 홈쇼핑 업계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직전해와 비교하면 온라인쇼핑 거래액(2019년 135조원 → 2021년 192조원)이 대폭 늘어난 점이 실감된다. 특히 21년도의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의 비중은 71.6%(138조원)로 2019년 전체 온라인쇼핑거래액을 추월했다.

최근 홈쇼핑 업체들이 ‘콘텐츠 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대다수의 홈쇼핑 업체들은 차세대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앞다퉈 유튜브용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고 있다. 자체 제작한 신규 콘텐츠를 통해 젊은 소비자 유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커머스 강화를 위해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유튜브 예능 채널 ‘내내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인플루언서와 연계한 푸드, 음악 예능을 선보인 결과 한 달 만에 조회수 230만 뷰를 돌파했다. 특히 MZ세대 시청 비중이 70%로 높게 나타났다. 스토리텔링으로 재미를 더한 콘텐츠가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충성 고객인 4050세대에서 20대로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바일과 디지털 플랫폼에 마케팅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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