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알고리즘 ‘정조준’한 방통위, 정부여당의 ‘포털 길들이기’?

정부여당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 많아” 네이버 “알고리즘 조작된 바 없어, 선거 앞둔 ‘꼬투리 잡기’ 아니냐” 되풀이되는 정치권 압박, ‘뉴스’ 서비스 두고 저울질 시작한 포털들

pabii research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 보도와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실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 변경 과정에서 언론사 인기도 순위 선정 방식을 변경해 뉴스 검색 노출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방통위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 실태 점검할 것”

방통위는 2일 “네이버는 이용자 소비 패턴에 따라 뉴스를 노출·추천하는 인공지능 기반 포털 뉴스 알고리즘의 검토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서 언론사 인기도 지표를 인위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통해 특정 언론사가 부각되거나 불리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통위는 네이버의 전기통신사업법 규정 위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네이버를 시작으로 향후 미디어 시장을 왜곡하는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위법 행위를 엄단할 계획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이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위는 실태 점검 이후 위반행위가 인정될 경우 사실조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위반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 업무의 연평균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형사고발 등 처분도 내려질 수 있다.

방통위가 포털 업체의 뉴스 알고리즘만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 밝힌 건 이번에 처음이다. 이번 실태 점검은 지난달 30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의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박 의원은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꾸려진 2018년 알고리즘 검증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인위적 방식으로 언론사들의 순위를 추출해 알고리즘에 적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측도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의 언론사 인기도 지표를 조작해 친야당 성향의 MBC의 순위를 올리고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의 순위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네이버의 윤석열 대통령 관련 뉴스 배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이하던 지난 5월 9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네이버에 윤 대통령을 검색하면 대통령의 말과 일정이 관련도 순위에 들어가야 하는데, 윤 대통령을 검색하면 엉뚱하게 안철수나 유승민이 나온다”며 “이건 조작에 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 “어째서 검색하고자 하는 당사자, 해당 기사가 뜨지 않고, 비판적인 기사만 일관적으로 뜨게 만들어놨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거대 포털 네이버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는 삭제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네이버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괴물이 돼 가고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3차 검토위 발족한 네이버, “투명성 제고하겠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특별히 잘못한 건 없다는 입장이다. 알고리즘이 형성되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 조작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네이버가 특정 정당의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지적 및 알고리즘 공개 입법 추진으로 인해 이를 반영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정 정치적 성향으로 알고리즘이 편향되거나 의심할 만한 요소를 도입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네이버는 이와 별개로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 해결엔 적극적으로 나서겠단 방침이다. 정치적 이슈를 최대한 피해 가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우선 ‘네이버 뉴스 3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발족했다. 알고리즘 검토위는 지난 2018년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한 기구로, 네이버는 검토위에 뉴스 알고리즘을 평가받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실제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인공지능학회, 한국정보과학회 언어공학연구회,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소사이어티, 카이스트 인공지능 공정성 연구센터 등에서 추천받은 전문가 가운데 6인으로 3차 검토위를 구성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3차 검토위는 추천 심층성 강화, 추천 다양성 개발, 신규 추천 모델 개발 등을 주제로 AiRS 뉴스 추천과 뉴스 검색 알고리즘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해당 검토 결과를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명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알고리즘 검토를 주기적으로 받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사진=박대출 의원실

포털 “22대 선거 앞두고 압박 너무 심해”

한편 이번 방통위의 실태 점검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내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2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포털의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언론으로 규정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언론의 책임을 네이버, 카카오(다음)와 같은 포털 운영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단 취지인데, 이는 결국 인터넷 뉴스를 더 ‘빡빡하게’ 관리하겠단 의미다. 인터넷 포털 뉴스를 자신들의 ‘발아래’ 놓겠단 의도로 읽히기도 한다.

앞서 네이버와 다음이 최근 트렌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대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시간 검색어(실검)를 부활시키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에 네이버는 사실상 실검 서비스로 지목된 ‘트렌드 토픽’ 서비스 출시 재검토를 결정했다. 인터넷 포털 뉴스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이 점점 가중되면서 포털 사이트도 꼬리 말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치권의 십자포화가 이어지며 공정성 논란이 누적되다 보니 뉴스 유통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뉴스를 통한 이용자 유입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압박을 감수해 가며 뉴스 서비스를 지속하는 게 맞는지 포털의 고심은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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