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사만 예뻐하는 정부? 창투사 규제 개혁으로 관리 ‘일원화’해야

신기사-창투사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 목소리 높아져 소관 부처부터 차이 있는 신기사-창투사, “부처 협의체 만들어야” ‘규제 개혁’ 국정과제 삼은 尹 정부, 벤처투자 분야에도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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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입법과 정책과제’/사진=국회방송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들의 창업투사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등록 여부에 따라 규제가 달라져 투자 업계의 혼란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업계에선 ‘제도 개선’ 및 ‘규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주무 부처가 서로 다른 현 상황을 타파하고 하나의 부처 협의체를 만들어 일괄적인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필요한 규제 개선하고 VC 본연의 의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입법과 정책과제’에서 이같은 내용의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규제 현안을 발표했다. 최 센터장은 “양 기관의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VC 본연의 의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센터장은 “제도를 단순화하고 소관 법률을 일원화해 투자기관이나 스타트업에 불필요한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며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VC는 단계적으로 의무를 면제하는 등 차별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투사와 신기사 사이의 간극을 없애고 VC 업계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 비슷한 창투사-신기사, 하지만

창투사와 신기사는 언뜻 달라 보여도 공통점이 제법 많은 편이다. 우선 창투사와 신기사는 모두 ‘벤처투자법’에 의해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서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기업결합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예컨대 벤처투자조합이 창업자 또는 벤처기업의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 기업결합 신고를 생략하는 것처럼 신기사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신기사조합)이 신기술사업자의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세금에 대한 혜택도 유사하다. 창투사와 신기사는 모두 취득한 주식에 의한 양도차익에 대해선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법인세를 부과받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창투사와 신기사는 성격이 비슷하다. 다만 소관 부처부터 차이가 있다. 창투사의 주무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인 반면, 신기사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자본금 요건도 다르다. 창투사는 20억원 이상이면 되고 신기사는 100억원의 자본금이 있어야 설립이 가능하다. 즉 창투사가 더 만들기 쉽다는 의미다. 이러한 요건들로 인해 기업들이 창투사를 더 선호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창투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창투사는 벤처인증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규제가 있으나, 신기사는 신생 벤처기업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다. 아울러 투자조합 운영 측면에서도 신기사가 낫다는 평이 많다. 신기사는 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이는 판매사, 수탁사를 확보할 의무가 없다는 의미다. 출자 금액에도 제한이 없어 개인이 신기사를 통해선 1억원 이하로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반면 창투사는 사모펀드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된 데다 판매사, 수탁사도 따로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수탁사 책임 범위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 등 수탁 업무를 담당했던 금융사에서 종전 투자 이력이 없는 신규 사모펀드 사업자의 수탁 업무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규제에 규제가 더해져 ‘총체적 난국’이 된 셈이다.

대기업집단 보유 국내 CVC 현황(64개 대기업집단 기준)/출처=기획재정부

CVC서도 신기사 선호 현상 ‘뚜렷’

상황이 이렇다 보니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분야에서도 신기사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창투사는 펀드 소진 기한 등 규제가 있지만 신기사는 투자 범위가 넓다”며 “기업들이 선호하는 데엔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가 지주회사 CVC 제도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섰음에도 창투사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되레 신기사 설립을 담당하는 금융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그리고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이 더 많아졌다.

CVC에 있어 전략적 목적과 재무적 수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선 ‘투자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신기사는 창투사에 비해 이용하기가 상당히 수월하다. 신기사는 신기사조합, 벤처투자조합 등 두 가지 비히클(투자기구)을 운용할 수 있으며,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명시적으로 규정된 부분이 적기 때문에 투자 운신의 폭이 넓다. 신기술사업, 코넥스, 스타트업에 대해 직접 투자,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모두 가능하다. 또 지분이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해외 투자 제한도 없다.

대기업이 중기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데 거부감을 표하는 것도 창투사가 외면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한 CVC 관계자는 “대기업이 신사업의 일환으로 금융업, 벤처투자에 진출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의 통제를 받는 데 대해선 규모 면에서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창투사와 신기사는 성격이 비슷한 만큼 이를 총괄하는 하나의 부처 협의체를 만들어 동일 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무 부처가 다르면 금융 소비자 보호 등에서도 대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 개혁’을 국정과제로 삼을 정도로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런 만큼 벤처투자 분야에도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특정 업태만 성업하고 다른 업태는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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