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사무실 안 나오면 급여 삭감”, 재택근무 축소 바람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

‘골드만, 씨티, JP모건’ 등 월가 “재택근무 줄이고 사무실 출근 확대” 국내서도 올해 초부터 ‘IT 업계’ 중심으로 재택근무 축소 분위기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 임원들 “생산성 저하가 재택근무의 가장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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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이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회사 방침으로 내걸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10개 도시의 평균 사무실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등 재택근무 축소 분위기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고용시장에선 낮은 실업률을 바탕으로 고용 인력들의 우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근무 정책’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골드만 CEO “20대 젊은 직원들 출근해 업무 배워야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회사 방침으로 하는 등 재택근무 단속 강화에 나섰다. 이미 대다수 직원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것과 달리 사무실 복귀를 주저하는 일부 직원들에 대해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평소에도 사무실 출근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혀 왔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대 젊은 직원들은 출근을 통해 업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언급하며 출근 업무의 효율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 외 다른 월가의 주요 은행들도 재택근무 축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는 주 3일 사무실 근무 준수를 회사 방침으로 내걸었다. 특히 씨티그룹은 사무실 출근 거부 의사를 밝힌 일부 직원들에게 급여 삭감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철퇴가 월가에 이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 부동산 보안업체 캐슬 시스템스가 발표한 ‘업무 복귀 지표(Back to Work Barometer)’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미국 10개 도시의 평균 사무실 점유율은 49.2%로 2020년 3월 이후 최고 점유율 수준에 근접했다. 또 올 한 해 시카고, 뉴욕, 댈러스, LA, 샌프란시스코 등 모든 도시의 업무 복귀 지표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에선 카카오, 넥슨, 넷마블등이 사무실 출근 주도, 은행권도 동참

국내에서도 올해 초부터 IT 업계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축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국내 IT 업계의 대표주자인 카카오는 지난 3월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한 근무제 변경을 결정했다. 비슷한 시기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철회했다.

한편 금융권의 경우 IT 업계만큼의 재택근무 축소 전환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사무실 출근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재택근무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 중인 기업들은 아직 폐지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으며,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도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 비중을 소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이 재택근무 축소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는 이유는 애초에 업계처럼 재택출근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재택근무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재택근무자 비중이 원래 작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연근무 형태의 일환으로 재택근무제가 유지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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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완전 폐지 어려워하이브리드 근무 정책 도입하는 기업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재택근무가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을 높다고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직접 만나지 않기 때문에 의사소통 기회가 줄고, 사업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교류와 업무 습득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 재택근무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생산성이 1.9% 감소했다. 이는 과거 75년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1분기에도 미국 전역의 근무 시간은 2.6% 증가했지만, 생산성은 2.1% 하락했다.

특히 기업의 관리직들은 일반 직원보다 재택근무 효율을 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11개국 2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직원 가운데 87%는 ‘재택근무 효율이 비슷하거나 더 높다’고 답했으나, 관리직 가운데 80%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월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미국의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IT나 기술 산업의 고용시장에선 여전히 낮은 실업률이 지속되면서 노동 인력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정책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10대 기술 기업은 모두 구체적인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이 IT 업계를 넘어 보험사, 법무법인, 통신사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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