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용 증가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연 사례 속출, 시공권 포기하는 건설사까지 나타나

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재개발 사업 지연 불경기에 사업성 따지는 건설업계, 정비사업 ‘옥석 가리기’ 심화 재개발·재건축 포기 후폭풍, 조합 및 건설업계 모두 타격, ‘금융불안’까지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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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설비용 증가로 재개발·재건축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등 조합과 시공사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사업 지연이 사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매몰비용 폭탄’이 건설업계를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야기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서대문구 북아현 2구역·홍제3구역, 재개발 사업 진행 중단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2구역에선 일부 빌라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공사비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평당 859만원의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은 당초 평당 49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610만원까지 인상했다며 추가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급기야 시공사업단이 평당 719만원으로 중재안을 내놨지만 조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합 측이 “시공사를 교체하겠다”고 주장하자 양쪽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결국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시공사업단 주최 ‘공사비 설명회’가 취소됐고, 공사비 갈등 소식에 이른바 ‘재개발 프리미엄’을 웃돈을 주고 매수한 기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극대화되고 있다.

서울의 다른 재개발 단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 교체’를 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중구 신당 9구역 역시 조합이 정한 공사비 조건에 맞는 건설사를 찾지 못해 사업 진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잇따른 공사비 갈등 소식에 재개발 매물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보다 공사비가 약 20% 가까이 올랐다. 계속되는 추가 인상에 조합원 반발이 심화되면 사업 자체가 휘청일 수 있어 결국 조합이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이라면서 “문제는 시공사 교체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보이던 신규 매수자가 싹 사라졌다”고 전했다.

수도권 및 지방에서도 사업 지연 속출, 이미 ‘전국적인 현상’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지연되는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 촉진 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임시총회를 ‘GS건설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시공사였던 GS건설이 지난 3월 평당 987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조합 측은 공사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을 담당하던 DL이앤씨도 최근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DL이앤씨는 과천주공 10단지 조합원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최근 건설경기 및 수주환경 등 외부 상황에 생긴 여러 변화에 따라 재건축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알렸다. DL이앤씨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이 단지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년여간 공을 들여왔지만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악화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도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사업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 하나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고 유찰되면서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로 업계에선 정비사업 수주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대다수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사업지에서 수주가 유력함에도 사업성을 이유로 건설사가 발을 빼고 있으며, 건설사가 경쟁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획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사진=서울연구원

이러다 사업 취소되면 어쩌나”, 사업 포기 후폭풍 우려도

일각에선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연이 사업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업 중단이 단순히 추진위나 조합 해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동안 사업에 투입된 자금의 정산 문제는 조합이나 건설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대부분 시공사로부터 빌린 돈으로 진행된다. 시공사는 사업이 무산되면 빌려준 금액 회수에 나서는데, 이를 매몰비용 결산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매몰비용이 조합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는 점이다.

과거 부동산 활황세 속 무분별하게 진행됐던 2012년,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선 건설경기 및 부동산 시장 악화로 사업 중단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당시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재개발·재건축 구역 10여 개가 자발적으로 사업을 중단했다. 일례로 사업을 포기했던 ‘경기도 부천시 춘의1-1 재개발구역’의 조합원들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GS건설로부터 그간 조합에 운영비 등으로 빌려준 돈과 손해배상금 등의 명목으로 325억2,000만원(가구당 평균 4,600만원)의 매몰비용 정산을 요구받았다.

매몰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쪽은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사업장에 투입된 시간과 노력은 둘째치고 투입 자금이 적지 않기 때문에 결산 전까지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건설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몇몇 기업을 도산으로 이끌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B대학 부동산학과 관계자는 “올 하반기 부동산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아직 재개발·재건축 사업 중단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건설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사업 지연이 계속되거나, 부동산 경기가 재차 하락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사업장 중단이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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