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비구이위안 사태’ 진정에 화색 돌던 中 부동산 시장, 수면 위로 떠오른 또 다른 위기에 우려 급증

거세진 ‘자금상환 압박’에 파산 위기 내몰린 ‘中 부동산 개발업체들’ ‘비구이위안 이자 상환’ 등 급한 불 껐지만 위험요인 여전한 中 부동산 시장 한편 중국과 상반된 미국 경제 상황, ‘고용시장 둔화’에 긴축 기조 축소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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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의 충칭시 전경/사진=게티이지미뱅크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유예기간 내 밀렸던 이자를 상환하면서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앞서 지난달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까지 쏟아져 나오며 부동산 경기 전반이 회복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대다수가 자금 상환 압박에 내몰리면서 부동산 위기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 현재 상황은?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50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34곳이 지난 1일 기준 역외 채무 연체를 겪고 있다. 특히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16개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달 지급해야 하는 국내외 공채권의 이자와 원금은 총 14억8,000만 달러(약 1조9,6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참여자들은 상업용 부동산 등 국가 지원 비중이 높은 부동산업체의 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야쥐러(애자일)와 신청(시젠) 등의 건설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두 그룹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각각 35%, 63%로 채무 상환능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국영기업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과 완커그룹도 이달까지 각각 5,500만 달러(약 735억원), 3,400만 달러(약 454억원)의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이들 기업은 지방 소도시에서 주력해 온 건설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타격을 입자 자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까지 부각되면서 주택구매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유동성마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위기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I의 크리스티 헝 선임 애널리스트는 “그간 당국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는 주택 매수 제한을 풀어주는 등 수요 측면에 집중했다”면서 “단기간 내 신규주택 판매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부동산 업계 전반이 디폴트 도미노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숨 돌린 ‘중국 부동산 시장’, 다만 시장 회복 위해선 수요 정책 필요

지난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던 비구이위안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외신에 따르면 5일 비구이위안은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299억원)를 상환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채권단 회의를 열고 약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증시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자 극으로 치닫던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완화됐다. 비구이위안 주가는 부동산 부양책 발표 직후 하루 만에 14.61% 상승했고, 중국의 또 다른 부동산개발업체 용호와 완커의 주가도 지난달 저점에 비해 8~10%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에 중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대출금리 인하나 계약금 비율 하향 조정 등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부양책이 시장 회복을 주도할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면서 “근본적인 부동산 부실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성장 동력 마련과 더불어 수요 촉진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긴축 가능성 줄어든 미국, 중국 경기 둔화 따른 영향은?

한편 수출통제 등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의 경제 상황은 당초 전망보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고용지표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추가 긴축 우려가 해소되는 분위기다.

최근 공개된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실업률은 3.8%로 약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작년 3월부터 누적된 미 연준(Fed)의 긴축 여파로 임금상승률도 시장예상치보다 둔화됐다. 또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집계된 지난 7월 미국 내 구인 규모도 882만7,000건으로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900만 건을 하회했다.

노동시장의 열기가 냉각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자 Fed 인사들이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5일(현지 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통화 긴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주 우리는 정말 좋은 경제 지표들을 봤다. 이런 지표가 이어질 경우 우리는 그냥 앉아서 경제 지표를 지켜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미국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0%이든 5%이든 미국 경제의 수출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가공을 통한 재수출보다는 내수를 위해 미국 등의 외부에서 제조품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외국 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2012년 시진핑 국가 주석 취임 당시보다 3분의 1 정도로 낮은 상태다.

다만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만큼 위기의 정도와 깊이에 따라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처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또 중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에도 여파가 커질 수 있다면서 특히 원자재 수출국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면 주식·채권 등 미국 자산시장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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