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中 견제’ 전기차 시장까지 번졌다, 중국 시장 공략 나선 테슬라 ‘비명’

“中, 부당한 보조금 뿌렸다” 뿔난 EU,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실시 中에 ‘1센트도 못 준다’는 美, 화웨이 7nm 반도체 활용 소식에 격분 쏟아지는 서방 국가 견제 폭격, 中 시장 공략하던 테슬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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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의 갈등 속 전기차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미국과 EU의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반도체 견제 수위가 나란히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자금 조달 압박이 더해지며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견제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시장의 경우 수요가 한층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테슬라 등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 기업들은 수요 침체 국면을 넘어서기 위해 가격 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반면 EU는 ‘중국 그림자’ 아래에 든 기업들의 징벌적 관세 부과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공략에 나선 기업들은 과연 서방 국가들의 팽팽한 견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中 견제에 힘 싣는 EU,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착수 

EU는 중국이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 중국산 저가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중국의 ‘보조금 뿌리기’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경쟁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부터는 징벌적 관세를 염두에 둔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본격 착수하기도 했다.

EU는 중국 기업이 아니어도 중국 국영 은행 대출 우대를 비롯해 세금 감면, 국가 투자금 지원 등 중국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을 조사 대상에 대거 포함했다. 중국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그룹(SAIC)·니오(NIO)는 물론, 중국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독일 BMW와 프랑스 르노 등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에는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미국 테슬라가 EU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슈미트오토모티브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테슬라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약 9만3,700대를 서유럽에 판매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16% 하락, 1주당 244.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모델3/사진=테슬라

격화하는 美-中 갈등

EU가 중국을 향한 견제에 힘을 싣는 가운데, 미국 역시 중국을 향해 끊임없이 ‘규제 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서방 국가와 중국 사이 갈등이 계속해서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의 반도체법 1년 평가 청문회에 참석, ‘가드레일 규정안’의 최종 규정이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곧 수주 내로 완성될 것”이라며 “지원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가드레일 규정안은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거나 중국 우려 기업과 협력할 경우 보조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조치다.

‘1센트도 줄 수 없다’는 식의 강경한 발언이 나온 배경은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첨단 반도체 활용에 있었다.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규격의 반도체를 탑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첨단 반도와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저지해 왔다. 하지만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에 첨단 반도체가 탑재되며 지금까지의 수출 통제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중국이 7nm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미국 측의 수출 통제를 우회한 기업이 중국 측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반도체의 성격, 화웨이가 해당 반도체를 확보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中 공략 나선 테슬라, EU ‘견제 폭탄’에 긴장

서방 국가의 견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견제 ‘집중 폭격’을 당한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수요 감소 국면을 넘어서기 위해 지난 1월 중형 전기 세단 모델3, 중형 세단형 패스트백 SUV 모델Y의 중국 내 판매가격을 6∼13.5% 인하한 바 있다. 이후 각종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글로벌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고, 업체들 사이 치열한 ‘할인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테슬라는 지난달 16일 준대형 세단인 모델S와 준대형 SUV 모델X의 판매 가격을 내렸고, 보름만인 이달 2일에 두 모델의 가격을 추가 인하했다. 모델S와 모델X의 가격 인하폭은 각각 5만6,000위안(약 1,020만원)과 9만8,000위안(약 1,780만원)에 달한다. 가격 인하 이후 판매 가격은 모델S가 69만8,900위안(약 1억2,700만원), 모델X는 73만8,900위안(약 1억3,400만원)까지 내렸다.

업계 내에서는 모델3의 가격 개선 버전인 ‘하이랜드’가 중국에서 곧 판매될 것이라는 소문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년 동안 기존 모델3보다 적은 부품을 사용해 제작 공정을 간소화하고,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 모델3의 가격을 인하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 진룽제(JRF)는 지난달 초 신형 모델3(하이랜드)의 가격이 약 20만 위안(약 3,600만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서 모델3 가격이 23만1,900위안(약 4,2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 이상 가격이 내려가는 셈이다.

이처럼 테슬라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EU가 이번 징벌적 관세 조사 대상에 테슬라를 포함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EU의 조사 과정에서 ‘꼬리’를 잡힐 경우, 사실상 EU 사업 영위에 난항을 겪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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