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도 영업손실 본 ‘컬리’,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사업 전망 높게 점치는 이유는?

적자폭 개선엔 성공한 마켓컬리 올 하반기까지 800억 못 벌면 기업가치 반토막 위험 컬리의 신선식품, 화장품 사업 미래 수익성·성장성 주목한 투자자들

pabii research

컬리가 올 상반기에도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초부터 판관비 절감을 비롯해 전사적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적자폭을 대폭 줄인 모양새다.

한편 이런 와중에도 컬리는 지난 5월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투자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뷰티컬리’, ‘샛별배송’ 등의 미래 사업 잠재력에 주목, 투자자들이 여전히 컬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리띠 졸라매 적자폭 개선한 컬리, 다만 연내 흑자전환은 쉽지 않을 듯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1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276억원) 대비 1% 줄었다. 영업손실은 778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1,207억원)보다 35.5%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금리인상 및 고물가 등으로 인한 소비 침체가 컬리의 적자로 이어지고 있으나, 그나마 적자폭은 전년 대비 개선된 모습이다.

적자가 개선된 이유는 올 들어 컬리가 자회사 합병, 외부 사무실 운영 중단 등 전사적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 마케팅 비용과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전년 대비 약 252억원 규모를 절감했다. 아울러 상반기 판관비 중 광고선전비로 163억원, 차량유지비로는 4,428만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95% 줄인 수치다.

이처럼 컬리가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거는 건, 올해 안에 흑자전환에 실패하면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조건으로 외부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컬리는 지난 5월 기업가치 2조5,000억원을 인정받아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및 아스펙스캐피털로부터 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는데, 해당 투자자들은 작년에 이어 컬리가 올해도 적자를 이어가면 전환우선주 전환비율을 1대1에서 1대1.8462343으로 조정한다는 투자조건을 내걸었다. 이로써 컬리가 올해도 적자가 발생하면 전환주 1주를 보통주 1.8462343주로 조정해야 하고, 이 경우 주당 발행가액은 6만6,148원에서 3만5,829원으로 낮아지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때 기업가치도 1조5,000억원으로, 이전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업계에선 컬리의 연내 흑자전환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컬리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612억원으로, 영업 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긴커녕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즉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흑자전환을 위해선 연말까지 약 800억원을 벌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썬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상 올 상반기 내내 ‘마른 수건’ 쥐어짠 컬리

컬리는 최근 기업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5년간 적자폭을 키우며 2021년까지 누적 적자 5,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영업적자 1,163억원, 2,17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9,531억원에서 1조5,631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이익률은 되레 -12.2%에서 -13.9%로 퇴보했다. 당기순손실 또한 2020년 2,224억원에서 2021년 1조2,853억원으로 급증해 결손금이 5,545억원에서 1조8,42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으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2020년 -587억원에서 2021년 -1,384억원으로 악화됐다.

이같은 영업적자 확대를 버티면서 컬리가 영업 활동과 신규 투자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사전에 유치한 자금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올 초까지 컬리가 유치한 자금은 총 9,000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치자금도 점차 고갈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2021년 기준 컬리의 현금 자산은 1,483억원으로 지난해 초 앵커PE로부터 투자받은 2,500억원의 투자금을 더해도 4,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컬리는 올해 1분기부터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이어오고 있다. 컬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096억원, 영업손실은 305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5,127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전년(515억원)보다 40% 줄었다. 컬리는 판관비 비용을 지난해 1분기 1,947억원에서 이번 분기 1,814억원으로 줄이고, 광고 선전비도 전년 130억원에서 올해 83억원으로 줄였다. 사실상 올해 상반기 내내 ‘마른 수건’을 쥐어짜 내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컬리

그럼에도 투자자들에게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 가치 인정받는 컬리

이처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 컬리는 지난 5월 앵커PE로부터 1,000억원대 추가 투자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앵커PE 관계자는 “그간 컬리는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목표치를 뛰어넘는 성장률을 달성해 왔다”며 “이번에도 기업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에 주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앵커PE를 비롯한 외부 투자자들이 이렇게 투자 관심을 가지는 건, 지난해 11월 신규 론칭한 ‘뷰티컬리’ 효과가 일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컬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마켓컬리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와 함께, 뷰티컬리의 화장품 이커머스 서비스를 새로운 주력 카테고리로 내세웠다. 이에 지난해 컬리는 전년(1조5,613억원) 대비 30.4% 증가한 2조3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33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적자 증가폭은 전년(87.3%) 대비 7.2%로 줄였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는 판관비 절감이 일부 견인한 부분도 있으나, 대부분의 적자 축소는 뷰티컬리 서비스를 통해 견인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화장품의 경우 신선식품 대비 객단가가 높고 유통기간이 길어 영업이익 내실을 탄탄히 만드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 지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부분도 투자 매력을 이끌어낸 것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컬리는 지난 4월 경남 창원시에 ‘동남권물류센터’를 개점한 데 이어 5월엔 경기도 평택에 ‘평택물류센터’를 가동했다. 그간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가능했던 샛별배송을 점차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컬리가 보유하고 있는 1,200만 명에 달하는 회원 고객 데이터, 2015년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투자자들이 컬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전직 IB 업계 관계자 A씨는 “컬리가 미래 수익·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시장을 장악하기만 하면 식품·뷰티 산업에서 쿠팡과 비슷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를 위해선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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