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규제 입법동향’ 발간, “국내는 규제 근거 부족”

연방 의회, 소셜미디어에 유해 콘텐츠 차단 의무 법안 발의 연방 정부도 소셜미디어 책임성 강화 법안 제정 韓 소셜미디어 사업자는 ‘부가통신서비스’로 분류돼 규제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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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플랫폼 책임 및 소비자 투명성법(안)」의 주요 내용/출처=국회도서관

미국이 소셜미디어 사업자 규제를 시작했다. 혐오, 극단주의, 인종차별과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콘텐츠의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책임을 소셜미디어 제공자가 져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부터 각 주에서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며, 연방 의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규제 입법동향

국회도서관은 지난 26일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규제 입법동향」을 발간하고 진화하는 미국의 소셜미디어 규제 환경을 조명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최근까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콘텐츠에 대해 해당 플랫폼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부적절한 콘텐츠가 유포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면책에 대한 담론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도서관에 따르면 미국은 일반적으로 소셜미디어 제공업체에게 온라인 콘텐츠 규제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17년에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가족이 트위터(현 X)를 국제 테러 방조 혐의로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연방 대법원은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고 악의적인 단체를 막연하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테러 공격을 실질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인터넷 플랫폼 책임 및 소비자 투명성 법안

그러나 최근 들어 흐름이 변하고 있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기업의 책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진 것이다. 비평가들은 인터넷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해 1996년에 발의된 「통신품위법」이 더 이상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16일 초당적 합의를 통해 미국 의회에서 「인터넷 플랫폼 책임 및 소비자 투명성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에는 소셜미디어 운영자가 유해한 정보를 차단하고, 명확한 콘텐츠 중재 정책을 의무화하며, 투명성을 증진하는 데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이 법안을 “소셜미디어 기업의 면책특권에 대한 강력한 개정”이라고 표현하며, 소셜미디어 운영자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제거하고 콘텐츠 중재를 시행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방 정부와 발맞추는 지방 정부들

주 정부 차원의 입법도 이러한 연방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9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투명성을 의무화하는 「소셜미디어 기업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사용자 행동 정책을 공개하고 정책을 위반하는 사용자 아이디를 삭제하거나 알고리즘적으로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사업자는 증오, 인종차별, 극단주의, 급진주의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다.

뉴욕은 지난해 6월 버팔로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총격 사건을 계기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규제하는 「증오행위법」을 제정했다. 10명의 사망자를 낸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소셜미디어에 인종 차별적 발언을 퍼뜨린 바 있다. 증오행위법에 따라 소셜미디어 제공업체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비방, 모욕, 폭력 선동을 포함한 혐오 행위에 대한 신고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법무 장관이 하루에 최대 1,000달러(약 135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2021년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하는 ‘콘텐츠의 조정’ 관련 법을 만들었다. 소셜미디어 사업자의 콘텐츠 조정 권한을 규정한 「소셜미디어법」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사용자 계정 또는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우선순위를 지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제한한다. 그러나 이 법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기술산업 무역협회(NetChoice) 등 플랫폼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국내 시사점

국회도서관은 “미국은 오랫동안 「통신품위법」에 근거해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표현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 왔으나, 소셜미디어 기업의 자체 기준에 따라 콘텐츠의 내용을 조정할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며 “연방법 위반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콘텐츠 조정과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는 가운데, 연방의 면책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과 「통신품위법」 개정의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 사업자가 방송이 아닌 ‘부가통신서비스’에 해당해 규제 환경이 다르다”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유해 콘텐츠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정된 차단 기준을 벗어난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거나 삭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미국의 소셜미디어 규제 조치가 한국 입법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공간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유통되도록 방조하는 구조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빙자한 혐오를 생산하는 것도, 소위 ‘알고리즘’을 통해 이런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것 모두 플랫폼 생태계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기업 입장에서 사람을 모으는 것이 ‘수익’을 창출하기 더 쉽다. 미국이 근본적으로 혐오 콘텐츠를 방관하고 수익을 얻는 플랫폼 자체를 계도하는 이유다. 향후 국내 입법 시에도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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