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대통령 뽑았는데 왜? 나흘만에 화폐 가치 13% 날아간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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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 폐기·달러 도입 추진하는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 
모건스탠리 '6주 내 페소 가치 80% 하락할 것'
막대한 외채 및 정부 부채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21일(현지시간) 비공식 달러 정보를 제공하는 ‘블루달러넷’에 표시된 달러당 페소화 가격/출처=블루달러넷

페소화를 ‘비료만도 못한 쓰레기’라 비난하며,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채택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극우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가 차기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되자 페소화 가치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파격적인 달러화 공약이 실현될 기미가 보이면서다. 밀레이가 페소 가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페소 가치 급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달러화 채택은 NO, 친기업 정책은 OK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비공식 환율 정보 제공 웹사이트 블루달러넷에서 집계한 달러당 페소화 가격(팔 때 기준)은 1,075페소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13% 넘게 추락한 수치다. 모건스탠리는 페소 가치가 6주 동안 8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정책 당국에서 정한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353페소로, 블루달러넷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의 외환 보유 통제와 과거 달러 예금 강제 환전 조치 이후 아르헨티나 일반 국민들은 공식 환율이 아닌 암시장에서 비공식 환율에 따른 달러화를 거래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블루달러넷의 환율이 현실에 가깝다고 본다.

앞서 20일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밀레이는 득표율 56%로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민간 부문이 소유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민간 부문에 맡길 것”이라며 국영 에너지회사 YPF와 공영 방송사 등을 우선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140%대의 연평균 인플레이션과 40%대 빈곤율로 신음하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괴짜’ 극우파 정치인으로 평가돼 오던 밀레이는 대선 공약으로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비대해진 관료주의에 맞서기 위해 경제를 달러화 중심으로 바꾸고 중앙은행을 폐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밀레이의 승리에 자본시장은 환호했다. 달러 표시 아르헨티나 채권 가격은 9월 이후 최고로 올라 약 5% 상승했고, 아르헨티나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 역할을 하는 S&P메르발지수는 사상 최대 폭인 22.8% 상승했다. 특히 달러화나 공기업 민영화 등 밀레이의 공약과 관련된 종목들이 큰 폭으로 올랐다. 완전 민영화를 약속한 YPF의 미국 상장 주가도 40% 가까이 폭등했으며, 미국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은행 방코매크로와 그루포 피난시에로 갈리시아의 주가도 각각 20%, 17%씩 올랐다.

하비에르 밀레이/사진=하비에르 밀레이 인스타그램

외환 보유액 등 현실적 장애 많아

다만 일각에서는 달러화 채택 공약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소화 가치가 실시간으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데다, 밀레이 당선자의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의 막대한 외채와 정부부채 등을 감안하면 달러화 공약을 단기간에 밀어붙일 경우, 자칫 경제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아르헨티나가 짊어진 달러 부채는 434억 달러(약 57조원)다. 2위 규모인 이집트(162억 달러)에 비해 압도적인 1위다. 21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역대 정부가 페소화 발행을 남발해 온 결과 실질적인 정부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고, 공공부채까지 포함하면 GDP의 90%에 달한다. 외환보유고도 중국과 체결한 위안화 스왑 등을 제외하면 약 100억 달러(약 13조원) 적자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티에리 라로스 스위스 본토벨자산관리 포트폴리오 책임자는 “정치적 장애물과 별개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취약해 달러화 채택은 쉽지 않다”며 “가까운 시일 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달러화로 전환율이 페소화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해 급격한 페소화 약세를 유발, 현재 40% 수준인 빈곤율의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전환율로 달러화를 채택하려면 최소한의 외환보유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법정통화인 페소를 대체할 만한 달러를 먼저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중국과 체결한 위안화 스왑 등을 제외하면 100억 달러(약 13조원) 이상 적자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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